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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18. 2024

책가방에게

詩,냇물_3


빨리 학교 들어가고 싶어.

형아들이랑 같이 다니잖아.


저번에 엄마가

형들한테 동생 잘 챙겨 그랬거든

내가 가방이야?

말했다가 엄마가 막 웃었는데

괜히 그랬어..


형아들이 나 안 좋아하면 어쩌지.


나만 기쁜 걸까?

형이 나를 챙겨 줄까?




모두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형들을 통해 알아버린 동생.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멋진 형님들의 삶.

작은 유치원 가방보다 조금 큰 가방을 새로 산 날,

막둥이는 이리저리 메어보고 몸을 흔들며 내게 말했다.

"엄마, 나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형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럼 나만 기쁜 거예요? ”

입이 뾰족해진 막둥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막둥이의 기대처럼 형들과 학교에 가는 영광은 자주 오지 않았지만, 학교에 형이 둘이나 있다는 것은 안정감을 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동생 좀 챙기란 내 말에

“내가 가방이야? 왜 챙기라고 해? ”라고 되묻더니

형들이 챙겨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아니 당연히 그럴 줄 알고 기대한다. 이 아이는.


"동생 손 잡아줘야지~

뛰지 마! 네가 뛰면 동생도 뛰다가 넘어져!

동생 하나 주고 먹어~" 등등.

태어나서부터 동생이라는 왕좌에 앉아 있던 막둥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형들의 위대한 삶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형들은 그간의 귀찮음을 느껴보라는 듯

가르쳐줬다가 말았다가...

반짝이는 눈을 한 얄미웠던 막내는 겸손하게 배워갔다.

큰아이지만 어린이일 뿐이었던 우리 큰아이에게

미안했던 저녁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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