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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1. 2020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 (애빌린 패러독스)>

나는 한 직장을 10년이 넘게 다니고 있다. 대학과 군대생활 이후 제대로 된 조직 생활을 10년 이상 한 셈이다.


수많은 좌충우돌과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게 지금까지도 ‘회의’, ‘회의 문화’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의 생각을 잘 모아서 가장 좋은 결론으로 합의를 할 것 인가에 대한 수많은 조언과 방법론이 많다. 일하는 문화 혁신에서 10년 넘게 빠지지 않는 것이 ‘회의 문화 개선’이다. 지각하지 않기, 자료 미리 보내기, 정해진 시간 내 끝내기, 회의의 목표 공유하기, 적극 의견 개진하기, 등등등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상식적인 것들이지만 늘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가끔씩 열리는 말도 안 되는 회의들은 일단 제외하자.

(‘이게 무슨 회의지? 그냥 정보 전달이네?’, ‘아무 준비도 없이 일단 모이자는 건가?’, ‘이 회의는 도대체 누가 무엇을 하자는 걸까 @.@')


대부분의 회의는 참석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어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어떠한 결론’이 정말 모두가 원하고 합의한 결론인지가 항상 뒷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냥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하니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보스가 원하는 것 같으니까?

남이 잘되는 게 싫으니까 반대로?

내가 할 일이 적을 것 같아서?

뭐가 되든 난 상관없으니까?


이렇게 제각각의 생각으로 결정된 결론에 대해서는 나중에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나오면 각자의 입장에서 그때서야 할 말이 많아진다.


그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등장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말, ‘그래~그럴 줄 알았어~’


(미리 알았으면 미리 이야기하고 미리 결론을 바꾸든지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따구로 이야기하는 사람 치고 멀쩡한 사람은 없더라.)






바로 이 책의 주제는 이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현상을 ‘애빌린의 역설 / 애빌린 패러독스’라고 정의해 놓았다. 가족여행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떠나게 된 ‘애빌린 여행’을 다녀와서 각자 불만스러움을 나중에야 이야기하며 모두가 불행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조직의 경영과 관련된 인간 행동과 심리, 조직관리에서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많아서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비단 회사 생활이 아니어도 친구들 가족끼리 모여서도 어떠한 결론을 내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도 와이프와 식사 장소, 나들이 장소, 휴일 계획 등을 세울 때 번번이 경험한다.

‘네가 원하는 것 같아서 그냥 동의했어’

‘나는 뭐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서 네가 하자는 대로 했지’






대부분 어떠한 결론에 따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당연히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나왔을 때 함께 결정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느냐는 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어떠했으며 그 과정을 위해 평소에 사전에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평소에 밀접하고 신뢰가 되어 있는 관계라면 결과가 나빠도 다시 상의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이때부터는 누가 잘했니 잘못했니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 등장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말인 ‘그래~ 그럴 줄 알았어~’가 난무하고 나는 원래 그렇게 하기 싫었다는 둥 온갖 방어와 헐뜯기만 존재하고 개선과 나아짐은 사라진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결국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분위기와 문화가 결정되고 여기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 분위기와 문화가 나쁘다면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심지어 일부러 잡지 않을 수도 있다. (너 죽고 나 죽자)






어쩌면 ‘회의 문화 개선’이라는 것은 '그 회의 자체’ 보다는 그전에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회사를 잠시 떠나 있기 때문에 회사의 회의가 내겐 좀 먼 이야기지만...


우리 집에서도 수시로 ‘가족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좋은 대화와 결론에 이르기 위해 평소에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믿어주는 노력을 해야겠다.


우리 집에서 만큼은 '그래~ 그럴 줄 알았어~’가 사라지기를!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  (애빌린 패러독스 : Abilene Paradox) (제리 하비) - 2013 완독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책.


누구도 원치 않았던 애빌린행에 대한 이야기.


조직의 역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모두가 깨닫고 있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우리를 부끄럽게 하며 뒤돌아보게 하고 변화시킨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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