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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7. 2020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어릴 적 우리가 읽었던 동화, 특히 서양에서 유래된 이야기에는 늘 ‘백마 탄 왕자’들이 등장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아주 적절하게 등장해서는 여성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거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쓰였다.(?) 


한 번도 이 왕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질 않았다. 그 왕자들이 스토리의 핵심이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당연히 이쯤에서 ‘멋진 왕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 우선, ‘백마 탄 왕자’가 많아도 너무 많이 나온다. (모두 어느 나라의 왕자인 것인가? 나라가 몇 개인가?)


- ‘왕자’는 왕 옆에서 왕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엄청 외진 곳에 늘 등장한다. (나라의 중심 수도에서 공부하거나 무예 훈련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생면부지의 여주인공과 덥석 덥석 결혼을 바로 한다. (힘 있는 다른 집안과 정략결혼을 했지 않았을까? 불륜? 외도?)


나같이 우리 대부분은 아마 궁금해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왕자가 어느 나라의 몇 번째 왕자이며 왜 그 난쟁이 숲 속을 지나고 있었는지, 숲 속의 잠자는 미녀에 나오는 공주를 구하러 시도하는 무모한 왕자들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인어공주의 배 타고 나온 왕자가 굳이 멀리 그곳까지 왔어야 하는지.


그에 대한 가장 유력한 답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스포를 하면 안 되기에 조금만(?) 말해 보자면 이 왕자들은 모두 ‘적자’는 아니라는 추측이다






우리는 항상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보이게 마련이다. 어떤 물건을 고를 때도,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도, 어떤 사건을 이해할 때도.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도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다른 이면을 생각해보지 않기 쉽다. (혹시 다른 이면을 누군가 들추더라도 무시하거나 아니라고 하기 쉽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작가의 시선은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나 중요해 보이지 않는 배경들도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수없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다. 몰라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너무 많다. 이럴 때 특히 누군가의 시선으로 전해지는 정보를 그대로 소화하기에도 바쁘다.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알아보는 것이 정말 정말 귀찮은 일이 맞다.


어느 책에서 누군가의 말에서 기억이 나는 문구가 있는데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면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것이 그 일의 배경이다’. 물론 모든 일을 계산기처럼 두드려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항상 내 입장을 정리할 때는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다시 한번 따져보고, 양측, 또는 여러 측의 이해관계와 그 배경을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과 사고가 살아가는데 ‘내 생각’을 단단하게 하는 필요한 통찰인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 우리의 삶은 그 의미를 잃어간다고 믿는다. 생각이 시작되면 골치가 아파지는 건 맞다. 하지만 그저 멍한 상태로 본인의 의견 없이 ‘허허’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짧은 과거를 돌아보면 내 기억에 ‘멋있다’로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난 사실 그렇지 못했고, 가끔 필요할 때만 그런 척을 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누군가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며 주변에 기억되는 사람으로 남게 되면 좋겠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박신영) - 2013 완독


읽는 내내 즐겁게 넘겨갔다.

어릴 적 읽은 명작 동화들을 작가의 궁금점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을 풀어놓았다.

읽지 않았던 동화들도 파악이 되었고, 주변 환경/역사적 배경들이 정확한 흐름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도 나만의 시선으로 이야기, 사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지도록 하자.

아는 정보도 다시 보고, 생각하자 그 안에 답이 있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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