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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02. 2020

화를 내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화에 대하여>

7년 전에 읽은 이 책은 여전히 소름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화’를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고민해왔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 ‘화’가 부정적인 것임을 안다. ‘화’를 내고 나면 찾아오는 기분이 우리에게 알려 준다. ‘조금만 참을걸... 별일도 아닌데... (화를 받은 사람은) 기분이 어떨까...’


그런데 이 ‘화’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쪽도 있다. ‘화’는 참으면 안 되고 밖으로 발산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데... 한 때는 나도 그게 맞나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화낼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다 참아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한국의 환경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장 배우신 분들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그곳에서도 누가 더 목소리가 큰지 노발대발 화를 내며 자신을 어필하고 있지 않은가?


괜히 참으면 못나고 약하고 남자 답지 못하다는 인식이 없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화’라는 것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미숙한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완벽히 알고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입장에서는 더욱더 내 감정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을 아이가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배우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잘 안되고 너무 어렵다. 내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을 접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이 ‘화’라는 놈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이건 아니지 않나? 여러 번 이야기했잖아? 이럴 때 강하게 이야기해야 해...’


온갖 매력적인 유혹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 이럴 땐 따끔하게 혼내야지!’


결국 혼내려다가 혼자서 화를 내고는 후회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한다.






고대의 지식인들도 고민이 많았던 이 ‘화’라는 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 감정들 중 그냥 하나일 뿐인 것인가?


현재까지 내가 정리해 본 생각은 ‘화’를 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화’가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가라앉히느냐가 개인의 감정조절 능력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이 ‘화’를 항상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어떻게든 다시 사라지게 해야 한다.


이때 우리가 흔히 하는 것은 그 원인이 되는 대상에게 퍼붓는 것이다. 대부분 다른 사람이 대상이 되는데 화를 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으니 이 화는 이 사람에게 내는 게 당연해’


얼핏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다른 사람을 일부러 화를 내게 하는 상황을 얼마나 계획하고 만들까? 특히 가족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결국 ‘화’라는 것은 어떤 외부의 자극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스스로 소화하지 못하고 밖으로 쏟아붓는 것이다.


또한 화를 낸다는 것이 강력하게 의견을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도 누군가가 화내는 것을 받아보면 알겠지만 그저 기분이 상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 그것으로 인해 ‘화’가 생기고 이를 발산하는데 에너지를 쏟게 두는 것보다는 어떻게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 상황을 변화시킬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데 에너지를 쏟도록 우리의 내면 시스템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냥 말처럼 전혀 쉽지 않다. 쉬우면 몇 천년 동안 ‘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지난 몇 년 동안 스스로 ‘화’를 조절했던 경우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보면 유독 화를 잘 내지 않고 감정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 주장은 확실히 집중을 하게 되고 눈여겨보게 된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은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왔을 것이다.


반대의 유형인 일단 크게 ‘화’ 내고 보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말할 필요도 없이 항상 조마조마하고 불편하고 피하게 된다. 이 사람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합리적인지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모두가 ‘화를 내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가 ‘화를 내는 것’은 스스로 결정해서 만들고 표현하는 것임도 인정해야 한다.


쉽게 생각해보자. 화를 내고 나면 낸 본인도 들은 다른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다. 상황을 개선시킨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내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또한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내가 화를 내면, 아이도 화내는 사람으로 자란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 스스로 매일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순간순간 놓치고 있어서 안타깝다. 그래도 매일 기억하며 노력해야 한다.


내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화에 대하여> (세네카/사이) - 2013 완독


2천 년이 넘는 고대에도 이렇게 공감이 되는 주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니 소름이 돋는다. 사례 하나하나가 섬뜻하고, 정곡을 찌르는 대화들이 날 보고하는 말 같았다.


이론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었던 것에 확인을 했고, 그리고 더 알게 되었다


이제 화를 제거하고 치유하자. 화를 내기에는 인생이 짧다. 넓은 마음을 갖자.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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