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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07. 2020

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보는 나

<색채가 없는 다자끼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 책에 대해 소개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정확히는 이 작가에 대한 고민이 맞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서점을 단 한 번이라도 들어갔었다면, 아니 그냥 일상생활을 했다면 정말 인생에 한 번쯤은 들어본 일본 사람 이름일 것이다.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수인지 운동선수인지 상관없이 그 이름만큼은 익숙할 것이다.


나도 독서를 할 때든 안 할 때든 이 작가의 이름과 책에 대해 수없이 들어왔다. 그 유명한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는 아직도 읽지 않았지만 거의 읽은 수준으로 그 제목은 너무 익숙하다. 해외에서도 유명하고, 국내에서도 그 팬층이 상당히 두꺼운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책을 좀 읽게 된 이후부터는 신작이 나오면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읽어보곤 했었다.


그렇다면 왜 이 책과 작가에 대한 소개를 고민했을까?


첫째, 사실 난 하루키의 팬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찰스 디킨스의 팬인 것과 비교해 보면)

둘째, 아직까지 정말 재밌게, 기억이 나게 읽은 책이 없다. (과거의 대작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셋째, 주변에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작가가 아직은 아니다. (그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많기도 하고, 추천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읽은 이 책 ‘색채가 없는 다자끼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꺼내 들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 번쯤은 나 스스로 왜 하루키를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는지 생각해보고 싶었고 (위에 3가지로 정리해봤고) 이 책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기억이 나면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청소년기를 같이 보낸 친구들과의 관계가 성인이 되어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는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더 이상 내용을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스포가 되는 소설의 특성상 내용은 줄이기로 하고... 주인공은 어쩌면 그냥 평범하다고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무난하고 무난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누군가의 생각일 뿐이었고 주인공을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은 매우 달랐다. 여기서 내가 기억이 나는 이 책의 메시지가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이 생각에는 남도 당연히 나를 동일하게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 다양하게 반응한다.


하나. 불 같이 화를 내거나

둘. 너무 당황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셋. 그렇게 생각한 남을 인정하지 않거나


나도 누군가 나를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판단하고 표현하면 3가지 중 한 가지의 형태로 반응을 해 왔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좀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받아들이고 인지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행동, 말, 표현 등에 대해서 내가 스스로 인지하는 것은 ‘나’라는 주체가 한다. 그리고 나 외의 ‘다른 사람’이 주체가 되어 받아들이고 인지한다. 나라는 사람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두가 이런 경험을 매일 매번 하고 있지 않은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서는 서로 다르게 해석하여 오해가 생기는 경우

같은 영화를 보고서 나서 서로 기억하고 감명받은 포인트와 해석이 전혀 다른 경우

아무리 싸워도 그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 애인과의 다툼 (부부싸움 포함)


그렇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모두 다르게 사물, 사건, 현상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판단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이것은 내 입장과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생각으로 따져보는 것은 정말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예로부터 그리고 지금도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공감능력' 등등 남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말들이 많다. 이렇게 추가적인 노력과 생각의 변화를 열심히 시도해야만 나와 다른 남에 대한 이해를 시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를 보는 나와 다른 사람의 관점이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보는 다른 사람과 그 사람 스스로의 관점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어쩌면 ‘누군가가 틀린 것이 아니고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이런 굉장히 좋은 메시지를 던져준 작가가 대단한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서 이 작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한 것도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 대한 판단을 한다는 것은 그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정도에서만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해 준 작가와 이 책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오늘은 하루키 한 권 읽어보는 게 어떨지 권해본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색채가 없는 다자끼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2013 완독


오래간만에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 역시 이야기꾼! (그런데 이게 신보라면... 1Q84는 3권에서 끝난 건가... 난 왜 몇 년 동안 4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청소년 시절 색채가 있는 (이름 속에) 친구 넷과 완벽한 유대관계를 가졌던 색채가 없는 쓰쿠루의 추억, 아픔, 재회를 통해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실 한 개도 잘 모르겠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많이 다름을 알자!!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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