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때는 한창 책 읽기가 지루해졌던 시기였다. 자극적인 모바일 게임에 하루를 많이 넘겨주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습관적으로 회사 도서관에 이런저런 책을 예약해두고 빌려서 반납 마감일 전에 겨우 겨우 반납하고 있었다. 그러다 빨간 하드 커버의 두껍고 촌스러운 제목의 이 책을 빌리게 된 어느 날... 습관처럼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로딩 시간 짬짬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 장을 읽어 나가던 중... 모바일 게임을 종료했다.
그렇게 이 위대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만났다.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고 다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이 매우 길게 남았다. 사실 그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내게 ‘추리소설’은 눈길이 많이 가는 장르의 책은 아니다. 고전 추리소설들을 여러 번 시도해 보았는데 매번 실패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추리소설의 세부 장르만을 읽는다. 그렇다, 그는 하나의 장르나 마찬가지다.
종종 음모론처럼 들려오는 ‘셰익스피어’가 사실 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이 이 위대한 작품들을 다 썼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추측의 기반이다. 나는 오히려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 사람이 맞을까 싶은 적이 많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며, 작품들도 대중에게 모두 읽히기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라는 평도 들리지만... 그건 그런 전문가들께서 전문적인 수준에서 나눌 논쟁과 평가이니, 내가 이해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으니 그들 세계에 넘겨두면 될 것이고 나 같은 일반적인 독자에게는 한 없이 고맙고 대단한 작가이다. 언제 어느 작품을 읽어도 재미있고 읽기 쉽기 때문이다.
책은 읽기 어려우라고 쓰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쇄술 발전 전에는 대중의 각성을 막기 위해 일부터 어렵게 쓰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책은 쉽게 읽혀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책은 책의 주목적에 너무도 적합한 것이 아닐까?
모든 문화에는 대중문화가 있다. 영화에도 대중영화가, 음악에도 대중음악이. 대중문화가 아닌 전문적이고 마니아적인 수준도 중요하고 존중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즐기는 대중문화가 그 문화의 중심과 기반을 이루는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책 읽는 시간과 독서량이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독서가 또는 잠재적 독서가들에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많은 작품을 제공하는 대중 (추리) 소설을 선도하는 이 작가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책도 쉽고 재밌게 읽기 시작해야 취미가 되고 그 이상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읽기 어려운 책으로는 (엄청 엄청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읽기 어렵고 독서의 재미에 빠지기 어렵다.
모바일 게임보다 훨씬 더 재밌었던 이 책을 언제나 책을 읽어야지라고 생각만 했던 모두에게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작가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질 것이고 다른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다른 것들보다 책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 있을 것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0’은 절대 ‘1’이 될 수 없지만 ‘0.1’은 언젠가 꼭 ‘1’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눈 딱 감고, 한 번만 이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단언컨대, 예전에 식었거나 원래 없었던 독서에 대한 재미가 활활 불타오를 것이다. 장담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 2014 완독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몇 페이지만에 푹 빠져서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재미가 있다, 무척. 삶의 교훈도 주지만 무엇보다도 얼기설기,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는 스토리는 정말 굉장하다. 어릴 적 책 읽기를 싫어했다는 작가가 그런 독자들에게 읽기 좋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단다. 이게 바로 독자를 위한 작가 정신!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