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자 친구 없지? 내숭 떨지 마!
한국에선 쉽게 쓰던 말이나 표현인데 영어로 하려니까 버벅대고 제대로 전달 못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니 전부인가?)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이라고 하지만 답답함이 목구멍 가득해서 힘들다. 그러다 보니 매번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진실됨이 가득하고 딱딱한 문장만 뱉어낼 뿐이다. 분명히 쉽고 편하게 말하는 법이 있을 테다. 알면 참 쉬운데 모르면 절대 쓰지 못할 표현들이 많다.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놀라운 말들을 골라봤다. 이 정도만 알아두면 적절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과 우리나라는 나이 먹는 방식이 다르다. 이곳 호주는 태어나면 ‘0’ 살이고 생일이 되어야 1살이 된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생일 기준으로 한 살씩 먹는다. 우리나라는 아주 다르다. 일단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먹고, 무엇보다도 크게 다른 점은 ‘태어나면 일단 1살이 된다'는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한국에서 아기가 태어나게 되면, 그때부터 바로 한 살이 된다’ 뭐 이런 식으로 구구절절? 다음부터는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자.
아주 심플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알면 간단하지만 모르면 복잡하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많이 쓰는 표현이다. ‘어디 아파 죽겠어’, ‘어디가 아파서 죽겠다’ 내가 이럴 때마다 우리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서 죽겠니?' 하하. 아무튼 어디가 많이 불편하고 힘들 때 우리가 자주 쓰는 이 표현을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난 지금 다리가 아파 죽겠다.
결국 아파서 힘든 건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그 신체 부위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말이다. 깔끔한 표현이다. 모두 아프면서 죽어 가지 말고 건강하자.
남자들은 다른 남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뭐하고 지내는지 무슨 옷을 입고 다니는지 모른다. 아마 팔다리가 거꾸로 붙어있어도 모를 거다. 그냥 놀 때만 같이 즐기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한 가지 매우 궁금한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여자 친구’다. 만나면 오로지 딱 한 가지 근황 토크뿐이다. ‘여자 친구 있어?’ 이걸 ‘두유 해브 어 걸 프렌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질문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데 혹시 네가 먼저 생긴 건 아니겠지?’라는 안심을 위한 목적이다. 그렇게 질문을 고쳐보면 ‘혹시 너 여자 친구 있는 거 아니지?’가 되겠다.
너 아직 여자들 사이에 버림받고 있는 거 맞지? 제발 맞다고 해줘. 뭐 이젠 모두 유부남이 되어 더 이상의 근황 토크는 사라졌다. 그저 가끔 살아있는지 얼굴 보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영어 표현을 보다 보면 언어적 특성 때문인지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매우 단순 명료하게 말할 때가 많다. 무엇인가 남에게 ‘하지 말아라’라는 말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말에도 이렇게 다짜고짜 말의 시작을 ‘Don’t(하지 마)’이나 ’Stop(멈춰)’이라고 시작할 때가 많을까? 뭔가 좀 더 상대방과 그 상황을 고려해서 좀 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상대방이 눈치를 채주면 적당한 선에서 서로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기분이 더 상하는 경우가 생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속 시원하게 표현을 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 분이 또 시작하셨다. 뭘 그리 우아하고, 얌전하고, 깨끗하고, 고결한 척을 하시는지.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
Coy(수줍어하는) Acting(연기)를 멈추라는 말이다. 이 놈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네 연기는 발연기야. 당장 멈춰.
음... 뭐지 오늘 나한테 뭔가 부탁할 게 있나 보다. 하루 종일 여러 가지로 나를 칭찬하고 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들까지 모두 끌어와서 갖다 붙이고 있다. 이러면 더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멈춰달라고 하자.
‘Kiss up to’가 누구의 비위를 맞추거나 애교를 떠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아, 힘들다 네 아부는 나를 힘들게 한다. 제발 멈춰줘.
말을 해줘도 그 내숭과 아부가 멈춰지질 않는다. 이럴 땐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솔직하면 상처 받을 수 있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고 시작하는 우리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사실 ‘내가 좀 쓴소리 할 거니까 마음 준비 단단히 해, 다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꼰대의 잔소리 첫 멘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찌하랴. 더 이상 네 내숭과 아부는 견딜 수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