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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22. 2020

어딜 가도 있는 이야기

제 버릇 개 못 준다. 온몸에 소름 돋았어!

다른 언어를 접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을 발견한다. 특히 어디에나 있는 속담, 격언에 대한 공통점은 참 신기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문화적 경험과 교훈에 따라 예로부터 남겨진 ‘좋은 말’들이 유사하다. 인간이라는 같은 종이기에 어디에서 지내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이로부터 얻어내는 생각이 놀랍도록 일치한다. 우리나라 속담, 격언의 영어 표현 중 ‘아하,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라고 무릎을 탁 칠만한 문장들을 만나보자.




꼬리가 길구나


어딜 가든 항상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자리를 안 치우고 떠난다든지, 불을 켜놓고, 문을 열어놓고 다닌다든지. (우리 아들!) 이때 영어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유 해브 어 롱 테일? 설마 아닐 거다. 아니겠지. 이런 표현을 쓴다.


Born in a barn.


직역하면 ‘가축우리/헛간/외양간에서 태어났구나’인데 이런 허름한 곳에는 따로 문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헛간에서 태어나서 제대로 못 배웠니?라는 의미로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고 잘 어지르는 사람에게도 쓴다. 생뚱맞게 난 동물에게 꼬리가 있으니 우리말 ‘꼬리가 길구나’를 표현했다고 이해하고 기억한다. 사람이 아니라는 심한 말이니 가깝고 친한 경우에만 써야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뭔가 해야 할 일의 마감시간이 되면 마음이 조급하다. 몸과 마음이 초조해지고 손발이 떨려온다. 늘 되던 일도 잘 안되고 더디게 느껴진다. 이럴 때 옆에서 ‘내 할 일 아니니 좀 더 편안한 남의 마음’으로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 ‘서둔다고 일이 되는 게 아냐.' 도와주지도 않고 말만 한다면 듣기만 해도 열이 받는다. 


A watched pot never boils.


물이 빨리 끓도록 쳐다보고 있으면 안 끊는다는 말이다. 급할수록 차근차근하라는 말 정도가 되겠다. 난 여전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인정을 못 하겠다. 제대로 가면 되는 거지 왜 돌아갈까?




제 버릇 개 못 준다


원래 알던 친구나 예전부터 알던 지인 중 좋지 않은 습관이나 버릇이 있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그 나쁜 버릇은 여전하다. 이걸 보며 직접 말해줄 수도 있고 혼잣말 또는 뒤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A leopard cannot change his spot.


표범의 점을 변화시킬 수 없는 노릇이니 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좋지 않은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엄한 표범을 예로 들었을까? 표범의 얼룩 점은 참 멋진데 말이다. 궁금하다.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Born in a barn.


A watched pot never boils.


A leopard cannot change his spot.






결국 다른 나라 말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가 원래 일상에서 쓰던 표현을 다른 언어도 바꿔 말한다는 것이다. 외국어 공부의 왕도가 없겠지만 (있다면 좀 알려주십시오. 굽신굽신) 평소에 내가 자주 하는 말을 어떻게 쓰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가능하다면 ‘우리’이길 바라면서!)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을 가져와봤다.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만 내 입에 붙을 만한 것들로 소개하겠다.




온몸에 소름 돋았어


‘와, 소름!’ 이런 말 자주 쓰지 않는가? 무언가 너무 놀라거나, 예상했던 일이 적중했을 때, 완전히 예상 밖일 경우 등 우리의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오랜만에 듣는 노래의 감동이 올 때, 영화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만날 때, 아들이 갑자기 혼자 스르르 일찍 잠들 때다. 우리말로는 ‘닭살 돋았어’라고 표현하는데 영어로는 어떨까?


I’ve got goose bumps all over. 


‘닭살’ 대신 ‘거위 살’로 바뀐 셈이다. ‘Bump’은 혹, 우툴두툴한 것을 말한다. 소름을 온몸에 거위 살 돋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와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무언가 계획을 했던 것보다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이 점점 커지는 경험을 자주 하지 않는가? 이걸 하려고 했더니 필요한 다른 것들이 계속 생겨난다든지 말이다. 예를 들어 보내려는 물건은 5천 원인데 배송비가 1만 원이라든지. 배보다 배꼽이 큰 이런 경우를 어떻게 표현할까?


Your eyes are bigger than your stomach.


눈이 배(or 위) 보다 크다는 말이다. 절대 그럴 리 없는 신체 부위의 크기 차이로 표현한 것이 아주 유사하다. 원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자주 맞게 되는데, 그때마다 떠올려 보면 금방 익숙해질지도. 내 눈이 내 배보다 더 크다니! 우리의 거대한 배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테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이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너무너무 기가 막히게 자주 일어난다. 뭔가 좀 찾아서 사용하려면 그렇게 발에 차이던 게 딱 없다. 없어서 급한 대로 다른 걸로 대체하고 나면 또 잘 보인다. 이 정도면 누가 일부러 숨겼다 내놓는 것 같다. (트루먼 쇼?) 이럴 경우를 직설적으로 표현해보자.


It’s never around when you need it.


‘뭘 찾으면 절대 근처에 없어!’ 정도가 되겠다. 정말 신기하다. 방금 본 것을 쓰려고 다시 찾으면 없다. 요즘엔 아들을 항상 먼저 의심하는 못난 아빠 여기 있다.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I’ve got goose bumps all over.


Your eyes are bigger than your stomach.


It’s never around when you need it.






<Prologue>

<Interlude>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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