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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Sep 25. 2020

모든 상식에 ‘반’하는 책

<미움받을 용기>

그동안 다 읽은 책 중에서 지금도 가지고 있는 책은 몇 권 안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로 하면서 책은 사서 보지 않고 빌려보기로 해서 다 읽은 책은 모두 정리했다. 이곳 호주에 살아보기로 하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책들도 정리했다.


그중에서 다시 읽고 싶고, 와이프와 아들에게도 권할 책들은 몇 권 남겨 놓았다. 그렇게 남겨둔 책 중 페이지마다 표시해 두며 읽었던 유일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가진 모든 상식에 '반'하는 책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그렇다. 내가 가진 상식이 대부분의 일반인과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본다면 모두가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놓는다.


이 책의 ‘청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를 대변한다. 도대체 ‘철학자’는 계속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냐고 분노와 억울함에 차서 화난 기운으로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 읽는 내내 ‘청년’의 말투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흥분 가득하게 읽어 내려갔다. 한 번을 다 읽고는 도저히 그분이 풀리지 않아서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표시해 가며 읽었다. 책이 덕지덕지 표시해 둔 띠지로 가득해졌다.


그러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마다 다시 씩씩대며 이 책을 뒤적이곤 했었다.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 길래 ‘일반적인 상식’을 가졌다고 나름 자신하는 나를 힘들게 했을까? 수많은 포인트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몇 가지를 옮겨 보겠다.



“감정은 어떤 원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 감정 자체가 목적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 인고하면... 책의 예시를 기억나는 대로 그대로 들어보겠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옷에 커피를 실수도 쏟았을   목소리로 화를 내는 감정의 표현은  실수가 원인이  것이 아니다. 화를 내기 위해서  분노의 감정을 본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든 것이다.


무슨 이야기 인지 바로 이해가 되는가? 이런 식의 이야기가 한 둘이 아니다.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을 부정한다. ‘인정 욕구’가 인간에게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그 ‘인정 욕구’가 자유와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다고 한다. 남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남을 신경 쓰고 살아왔던 나에겐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칭찬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서로에게 해주는 칭찬은 결국 위아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온갖 '수직관계'를 반대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용기'가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그런 수직관계를 부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미움받을 용기’가 된 것이다.






혹시 이런 내용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 어느 정도 머리로는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듣고 싶다.


책을 읽고 나서는 ‘미움받을 용기’를 내기 위해 ‘타인’을 ‘나’와 분리하여 지내려고 노력해 보기도 했다. 그중에서 일부분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남의 평가나 생각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남의 생각을 내 생각과 같도록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남을 내 생각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 등등.


이 정도 염두하고 살아보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사실 아직도 ‘남’ 눈치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다)






책의 모든 부분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라는 부분은 100% 공감한다. 어떤 고민을 하든지 간에 남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엮여있다.


내 진로, 결혼, 출산, 육아, 이사, 미래 등 다양한 고민들에는 가족, 지인, 친구, 누군지 모를 외부인의 생각, 평가, 시선, 감정이 고려된다. ‘남’에게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회이다.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이 책은 도움이 된다.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개인의 몫이지만, 분명히 충분한 단초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살면서 ‘내’ 감정과 생각이 ‘남’에게 휘둘리는 순간이 올 때면 이 책을 다시 펴 들고 살펴볼 것이다.


아직 이 책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을 뒤흔들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줌으로써 책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한때 ‘미움받을 용기’ 열풍이 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을 테지만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면, 혹시라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정말 이 책은 (요즘 말로?) 세게 이야기하면 ‘미친 책’이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 고가 후미타케) - 2016 완독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책. 기존의 상식을 모조리 다 부정하고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는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한 이야기. 플라톤의 '대화'의 형식을 빌어 철학자와 청년의 치열한 대화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것을 받아들이기 것이 정말 쉽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해도 이를 적용시켜서 생활을 변화시키기에는 더욱더 어렵다. 그만큼, 우리의 대부분의 보편적인 생각/입장/의견/방식 등등 모두와 완전히 다르다.


최대한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인생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 과제를 달성해야 하고, 이 과정에는 타인의 과제와 분리를 해야 함.'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행여 남이 나를 미워할 지라도 이를 견뎌낼 용기가 필요함.'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비로소 '자유롭고 행복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


충격이 크기에, 여러 번 되새겨야 할 책. 시간을 가진 뒤 '아들러'에 대한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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