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에는 아빠가 없다
이제 SNS에서 ‘육아일기’는 아주 흔한 소재가 되어 버렸다. 아이가 태어난 뒤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 보았을 정도로, 소중한 순간을 남길 때 쉽게 떠올리는 방법이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쑥쑥 커가는 아이들까지 그 성장을 담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기본적으로 육아일기의 일차적인 목적은 그 과정의 기록에 있는 것이 맞다. 부모와 아이와의 소소한 일화부터 상호 교감의 순간까지 놓치기 아까운 귀중한 순간이 적혀 있다. 이것을 외부로 드러내고 공유하게 되면 놀라운 현상이 벌어진다. 개인적인 육아 이야기가 나와 유사한 상황의 타인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생전 처음보고 앞으로도 볼일이 없을 테지만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모두 하나의 생명을 키워나가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함께하는 동료로서 말이다. 이렇게 생각을 나누는 것은 부차적이지만 꽤 중요한 목적이다. 육아는 필연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공감과 응원을 받으면 큰 힘이 난다. 이것이 실제로 SNS에서 육아일기를 5년째 써 내려가고 있는 나의 경험이자 판단이다.
오랫동안 SNS를 통해 다른 분들의 육아일기를 많이 접해왔다. 그러면서 느낀 한 가지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육아일기에는 늘 아빠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나처럼 아빠가 직접 작성하는 육아일기의 수가 적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적어가는 육아일기 안에 아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아주 가끔 육아의 파트너로서가 아닌 미움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육아에 대한 아빠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마음과 함께. 남편에 대한 감정을 미움에서 포기로 바꾸며 유머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웃음이 나다가도 곧 침울하고 씁쓸해진다. 아니면 아예 아빠가 언급되지도 않고 맥락상 고려되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파서 데리러 가야 하거나, 일이 생겨 아이를 맡겨야 할 때처럼 아빠가 등장하면 해결될 상황인데도 아빠가 없으니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몇몇 육아일기를 보면서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아, 요즘엔 한부모 가정도 많으니까 너무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안되겠구나.’ 그러다가 가끔 충격을 받는다. 없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는 있지만 육아일기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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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