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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6. 2020

핸드폰 얼마나 보시나요?

SNS/스마트폰 디톡스

10년 동안 이동통신 회사에서 일하면서 핸드폰을 달고 살았다. 일과 관련이 있다는 핑계로 항상 최신 기종으로 최신 서비스를 탐닉했다. 업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로 언제나 핸드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사용 = SNS 이용’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만 입사 초기에는 아직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도 많았다. Nate, 뉴스, 게임 등등 정말 24시간이 모자랐다.


어느덧 본격 스마트폰, SNS 시대가 몰려왔다. 그 이후는 모두의 현재 상태. ‘스마트폰 손에서 놓기 불가능 & SNS 중독’ 상황이 되었다. 난 사실 오히려 ‘SNS 중독’이라기보다는 ‘모바일 게임 중독’에 가까웠지만. SNS도 남들 하는 것만큼 이것저것 손을 대보았다. 게임이든 SNS든 뭐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면서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핸드폰과 함께 살았다.


그나마 변화가 있었던 시점은 독서를 시작하면서와 아이가 태어나면서였다. 정해진 독서 시간에는 폰 멀리하기, 아이가 있는 공간에는 폰 두기 않기 등 나름의 원칙도 정하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이미 핸드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신체의 일부와 같았다.






이곳 호주에 오면서 극적인 변화 2가지를 겪었다. 모바일 데이터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것과 회사일을 하지 않으니 연락 올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는 내 삶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바빴던 핸드폰은 이제 시계와 메모장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아예 특정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데이터를 꺼두었다. 급한 연락은 문자와 전화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급한일은 별로 없었다.


그 이후의 내 삶의 긍정적인 변화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예상할 수 있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핸드폰을 들여다볼 시간에 내 생활, 책, 아이, 아내를 보게 되었다. 눈이 피곤하던 것도 씻은 듯 나았다. 무엇보다도 괜히 의미도 없이 불안한 마음에 ‘트렌드를 따라가야지’하면서 숙제처럼 읽어 내려갔던 수많은 정보에서 해방되었다. 인터넷은 내가 궁금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찾아보는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왔다.


1년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핸드폰 디톡스 생활을 해왔다.






갑자기 변화와 위기가 찾아왔다. 우선 인터넷, 와이파이가 생겼다. 코로나 사태로 두 학생이 집에서 공부할 일이 많아져 모바일 데이터 테더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을 설치했고 지금 우리 집은 아주 빵빵한 와이파이를 갖췄다. 데이터 걱정 없이 영상을 즐기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위험이 아주 커졌다.


1년 넘게 꾸준히 해오는 블로그와 새롭게 시작한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하루에 딱 1번, 새벽에 글을 쓰고 답글을 단다'는 나름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아직까지는 잘 지켜나가고 있지만 점점 활성화가 되면 될수록 주객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블로그, 브런치를 이용하는 이유는 ‘내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내 글’을 써서 공유하는 기쁨과 의견을 주고받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SNS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내가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


요즘에는 글을 쓰는 시간보다 소통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물론 절대 그 시간이 아깝다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큰 원동력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면서 어느 한쪽, 특히 글을 쓰는 내 마음이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글을 쓰는데 ‘새벽 1시간’이면 충분하다. 스스로 소화하기에 딱 그 정도의 깊이와 분량으로만 적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이상을 더 주고 쓰라고 해도 집중력이 부족해서 어렵다.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두 가지 변화로 인해 다시 한번 SNS, 스마트폰 디톡스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원칙을 바로잡고 있다.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브런치, 인스타그램의 알람을 꺼두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확인은 정해진 시간, 새벽에 딱 1번 한다.


별 수 없는 일개 사람인지라 운동, 공부, 기타 연습, 독서, 집안일, 아이랑 놀기 등 할 일을 다하고 잠시 시간이 나면 가끔 무의식 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기도 한다. 결국 곧 시간을 순삭 시키고는 후회한다. 별로 얻은 것도 없으며, 어차피 다음날 새벽에 확인할 것을 미리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후회는 잊을만하면 반복된다.


하루를 지키고 나면 찾아오는 그 개운한 기분을 알기에 조금씩 더 습관이 될 것으로 믿는다.






SNS,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에 따른 부정적인 면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몰라서 못 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당장 내게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지 않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즐길 때 즐겁기 때문이다. 그것을 했을 때 생기는 불안과 걱정보다 쾌락과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그 행동이 지속되는 것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지금을 견딜 수 없을 때’ 시작된다.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이 견딜 만하고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다 핑계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내 경우에는 환경적인 변화(데이터 부족, 휴직 상태)가 아주 컸지만 마음속의 결심도 아주 큰 몫을 했다. 변화를 위해 찾아온 이 곳 호주에서까지 와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10년 동안 들여다본 결과 ‘별 거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핸드폰을 들여다볼 시간으로 좀 더 내 삶에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하고, 악기를 배워가고, 그리고 지금을 이렇게 기록해나가는 것이 내겐 훨씬 더 값어치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남은 독서 시간의 한계’는 언제나 책장을 넘기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과 SNS가 없는 세상에서 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기능은 정말 유용하고 매우 크다. (이 먼 곳 타지에서 무엇으로 한국 소식을 전해 들을 것이며 가족, 지인들과 교류하겠는가?) 그것의 사용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인 ‘적당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글을 폰으로 보고 계신 분들에게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오늘은 얼마나 핸드폰 밖을 보셨나요?"



그래서 난 브런치를 하루에 딱 한 번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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