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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29. 2020

‘멍 때리기’의 재발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우리는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얼마나 있을까?


공부나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여가시간에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게 비록 책, 영화, 게임 등 자기 계발이나 재미를 위해서 일지라도 무언가 하는 시간일 것이다. 특히나 바쁘고 바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라도 하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시간이 생기면 꼭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이며 뭐라도 하나 보고 듣고 읽으려고 애를 써왔다.


혹시 ‘멍 때리다’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는가?


아마도 괜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멍 때리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몸과 마음,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휴식’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늘 하던 식으로 그 당시 내 상황에 필요한 이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데, 그 조차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쉬려고 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 책은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것을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쉬기 위해 ‘휴식’을 하는데 준비를 해야 한다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포인트이긴 하다.


‘휴식’은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되기에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머리로는 이해가 어느 정도 되었고 실제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쉬는 휴식을 가지려고 해 보았다. 효과가 있는 듯 없는 듯했고 다시 바쁘게 살아가곤 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육아휴직을 하며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내보니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날 해야 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치고 나면 가끔씩 혼자서 멍을 때리곤 한다. 그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 가끔은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런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괜히 몸과 마음이 맑아진 기분이 든다. 예전에 한국에서 바쁘게 살 때는 가질 수 없었던 시간과 느낌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늘 무언가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그래서 남들보다 빠르고 많이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자기 계발 책, 강의들도 온통 그런 것들 뿐이다.


정말 아쉽게도 이 책의 저자도 외국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 남들이 저기서 몇 걸음씩 앞서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니?


도대체 왜 남들과 항상 비교하며 경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우월감과 으쓱함, 있어 보임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중독적임을 인정한다. 나도 그런 환경과 교육에서 자란 좋지 못한 예, 일반적인 예이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 나아지고 행복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씩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남 눈치 안 보고, 남 신경 안 쓰고 가지고 싶다. 정확히는 누가 뭐라 해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 단단한 내가 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이런 내 삶이 옳다고, 더 나은 삶이라고 남에게 알려주고, 깨우치게 하고 싶은 옹졸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다.





읽었던 그때  순간의 감정과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울리히 슈나벨) - 2016 완독


알게 모르게 책 제목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항상 공백 시간을 아까워하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빈틈없이 하며 보내는 것이 그것이 효율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게 맞을까?'라는 질문을 자칭 매우 효율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내가 최근 들어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정말 좋은 내용을 알려준 소중한 책이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휴식)이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단순한 주장이 아닌 여러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제시해준다. 그 효과가 업무 성과를 위해서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배경도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시간에 쫓기면서 살게 되었는가?) 고개가 끄덕이도록 설명해 준다.


이 '휴식'이 그냥 '이제부터 쉰다'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연습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항상 쉬면서도 무언가 남기기 위해 억지로 또는 무의식 적으로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며, 게임을 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오늘부터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도록,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겠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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