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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13. 2020

내가 마지막도 아닌데 왜 그리 슬프던지

아들의 PREP 졸업

아들의 학교 마지막 3일은 무척이나 바빴다.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파랑과 함께 새로 샀다. (한국에서 보낸 택배는 결국 내년에 도착할 예정이다 ㅡㅜ) 아들은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썼다. 파랑이 정성껏 포장한 편지와 선물을 아들이 잘 전달했다.


파티 데이 루돌프 복장 / 꾹꾹 눌러 쓴 감사 편지



마지막 날 하루 전은 ‘파티 데이’이었다.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자유 복장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 종일 즐기는 날이었다. 아들도 잘 차려입고, 학교 식당에서 처음으로 주문한 파티 음식(소시지&음료)을 맛나게 먹고 왔다. 하교할 때 선생님 두 분과 기념사진을 미리 찍어 두었다. (마지막 날은 어쩐지 여유가 없을 듯해서...)


사진 기사 탓인지 좀 무섭게 나오셨다. 실제로는 절대 아니다.



크리스마스 기간과 학년 마지막이 겹치면서 집으로 여러 가지 기념품, 선물들을 가지고 왔다. 아직 뜯어보지 못한 우리 가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도 있었고 아들을 위한 졸업장 및 크리스마스 선물도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편지, 산타 할아버지가 써주신 편지도 있었는데 내용이 엄청났다. (아들이 고양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어 했다고, 자고 일어나면 트리 밑에 있을 수도 있다고... 너무 막 던지셨는데 큰일이다.)


예쁜 포장 선물들 / 막 던지신 산타 할아버지



아들의 하반기 리포트도 받았다. 아들 녀석은 정말 대단했다. 상반기 보다도 훨씬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수한 성적보다도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아들의 생활태도가 감동적이었다. (제발 집에서도 그렇게 부탁해...) 그리고 우리 아들을 설명하는 한 마디 ‘꼼꼼함(디테일)’에 강점이 있다는 것도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흐뭇했다.


PREP 졸업장



드디어 정말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들은 그제야 조금 실망이 되는지 묘한 표정을 안고 등교했다.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굣길에 파랑과 함께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모두 같은 마음의 학부모들이 많아서 긴 시간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감사합니다’ 뿐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리포트 잘 받았다고, 아들에게 해준 것들을 잊지 않을 거라고 전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말을 덧붙이셨다. ‘준은 슈퍼스타야!'


그렇게 우리는 고마움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파랑이 말했다. ‘아들이 고학년 되면 우리도 표현을 더 잘하겠지? ^^;;’ 내 마음과 같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정성껏 전달하고 싶었지만 부족했다. (역시나 언어의 한계로 ㅜㅜ)


마지막 하굣길



난 ‘마지막’에 항상 약하다. 마지막이라는 의미는 내게 늘 눈물을 준다. 마지막을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도 그렇고, 마지막을 가지지 못해도 그렇다. 더 이상이 없다는 것은 뭔가 많이 슬프다. 이제 더 이상 아들이 그 교실, 그 친구들, 그 선생님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내겐 그렇다.


모든 것이 달랐던 그곳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잘 지내준 아들에게 많이 고맙다.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줘서 아빠가 많이 고마워, 아들.


힘없어 보이는 아들의 마지막 PREP 유니폼 포즈






에피소드



1. 방학 첫날 아침

방학 첫날 아침 아들이 말했다. 


(아들) ’아~ 학교 가고 싶다~’

(나) ‘엥? 어제까지 한동안 학교 가기 싫다고 했잖아?’

(아들) ‘내 친한 친구 OO 보고 싶다~’

(나) ‘짜식, 며칠 안 남았다고 했을 때 신나게 놀라니까. 학교가 재밌어?’

(아들) ‘응! 학교가 정말 FUN 하거든!’



2. 영어가 더 편해졌나?

요 며칠 비가 내려서 밤에 쌀쌀했다. 새벽에 눈을 떠서 항상 이불을 차고 자는 아들을 덮어준다. 어제는 아들이 이불을 덮어주자...


‘더워~ 그러면 내 FEET이 더워~’


너무 자연스러웠다. 한글 공부를 더 해야 하나...



3. 꿈을 깨는 방법

파랑은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아침에 전날 밤의 무서운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이 본인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난 무서운 꿈이 나오면 이렇게 해!’ '꿈인가? 그럼 깨자! 하고 깨면 돼!’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꿈 깨는 법을 아는 아들






내일 오전에는 파랑의 중요한 시험이 있다. 준비한 만큼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고 나서 바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가는 3박 4일 여행이다.


비 소식이 정확히 여행 기간 내내 있지만 뭐 어찌하랴. 하하. 바로 옆집으로 여행을 가도 설레는 게 여행이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맛이 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오면 제일 좋긴 하다. 제발...)



호주 초등학교 PREP이 뭔데?






나를 책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첫 이야기

진짜 책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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