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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an 01. 2021

‘책'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완벽한 공부법/부모공부/일취월장>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제목이 아주 그럴듯하다. 표지도 깔끔하고 눈에 들어온다. 목차를 펼치면 딱 봐도 중요하고 대단한 키워드들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아주 편하게 술술 읽힌다.


유명한 지식인들의 사례와 생각으로 서두를 시작 해서 그런지 이해하기 쉽고 믿음도 간다. 그런데 다음장에도 또 다른 지식인의 책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그리고 그 다음장도, 그다음 다음장도...


그러다 책이 끝난다.


뭐지? 이거 그냥 기존의 유명한 책들 편집한 모음집 같은 건가?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은 어디 있지? 중간중간 맞장구치고, 가끔 본인 경험 좀 늘어놓고 한건 본 것 같은데...


이게 뭐지? 이걸 책이라고 봐야 하나?






그리고 여기 한 강사의 후기가 있다.


말투가 심상치 않게 거칠다. 겸손과 존중이라는 미덕이 어느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다. 왜곡된 채찍질 방법이 사회 초년생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본인이 옳고 좋다는 것만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해당 강의 후기 기사 링크를 붙여 놓는다.


욕설과 비난이 난무했던 멘토의 신입사원 특강 | ㅍㅍㅅㅅ (20.01)






위에 이야기한 책의 저자라는 사람과 강사는 동일인물이다.


소름이 돋았다. 몇 년 전 읽었던 책들의 저자와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같은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과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베스트셀러였던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는 '이 저자의 책은 앞으로는 읽을 필요가 없겠다’라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이 없고 남의 내용만 줄줄 붙여서는 책이라고 계속 찍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책은 ‘작가’라는 사람이 스스로 창작해서 내놓는 예술작품이다. (‘저자'는 책을 지어낸 사람) 이 두 저자는 사실 ‘저자’도 맞나 싶다. ‘편집자’ 정도가 어울릴 듯싶다.


그래서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책은 읽지 말자라고 혼자 판단하고 눈길을 두지 않았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청년 멘토 신영준. 베스트셀러 <일취월장> 베껴 쓴 것으로 드러나 (19.06)

신영준·고영성의 <일취월장> ‘짜깁기 논란’, 직접 조사해보니 (19.10)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출판 시장이라는 곳을 자신들의 사업 아이디어(?)로 공략한 성공한 사업가라고 보면 되는 걸까? 비즈니스를 떠나서 내게 ‘책’은 귀중한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그렇게 이해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심지어 청년 멘토를 자처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책이 아닌 상품을 찍어내는 모습이 많이 불편하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작가와 그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 낸 좋은 책이 정말 많다. ‘작가’도 아닌 사람들의 ‘책’도 아닌 단순한 인쇄물이 가뜩이나 좋은 ‘작가’와 ‘책’을 만날 시간도 모자란 마당에 그 시간을 좀 먹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 또한 몇 권의 ‘인쇄물’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었던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은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사람들의 책은 책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사람들은 작가가 아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다른 진짜 ‘작가’의 진짜 ‘책’을 읽으시길 바란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부모공부’ (고영성) - 2017 완독


실망이다. 저자만의 내용이 들어간 부분이 1% 미만의 남의 정보 발췌/정리/요약 내용이 전부다. 이래서 우리나라 책 중 이런 장르 (자기 계발, 정보)를 주는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이미 육아/교육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 왔고, 관심 분야여서 남들보다 정보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 남의 책 이야기, 남의 연구 이야기뿐이었다. 작가의 목적이 잘 정리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소위 책을 많이 읽는다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이런 장르의 책들이 대부분 이러함에 실망이 크다. 자신만의 내용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니면 구성이나 전달 방식이라도 신선하거나 새로웠 하는데  너무했다.


한 번쯤 책을 써보려고 하는 나도 이런 책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 다시 한번 소설 작가들이 대단해 보인다. 너무 독설평 같지만, 지금 나에게는 거의 다 아는 내용이었고, 작가의 색깔이 없어서 별로였던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걸러내는 기준과 걸러지는 책들이 생기는 것 같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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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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