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Jan 08. 2021

내가 성공하면 ‘실력’ 덕! 실패하면 ‘운' 탓!

남이 하면? - <행운에 속지 마라>

살면서 크게 좌절했거나 실패했던 경험이 별로 없다.


멘탈이 약한 내게 그다지 기억나는 게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순탄한 삶을 살았나 보다. 물론 힘든 일과 과정을 전혀 겪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필요한 순간이었기에 지나고 나면 따로 기억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큰 절망이나 어려움이 없었던 내 삶은 모두 내가 잘 나서 일까?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내가 무언가 옳지 않게 살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나쁜 짓도 할 수 있었고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지만 내 선택과 결정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잘 살아왔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그저 ‘운’이 좋아서였다고 한다면? 내가 그동안 무언가 노력하고, 참고, 결정하고 했던 것들이 모두 결국 ‘운’에 의한 것이었다면?


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 것들이 한꺼번에 다 '이랬어도, 저랬어도 별 것 아닌 것들’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 ‘네가 이룬 것은 모두 운이 좋아서야!’라고 한다면 자존심에 상처가 많이 날 것이다.






바로 여기 우리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운’에 달렸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감히 이 저자를 행동 경제학계의 ‘찰스 디킨스’라고 부르고 싶다. 책 전체에 매력이 흘러넘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성패는 운에 달렸기 때문에 성공에 으스대며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다가올 실패를 항상 준비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성공한 경험이 많고 클수록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차라리 실패를 ‘운’에 맡겨버리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내 탓이 아니니까) 무언가 이룬 것이 내가 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운’ 때문이라니...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이 좋을 때를 기다리면 되는 걸까?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무언가 우리가 이루려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으니 자신의 실력을 맹신하지 말자는 것이다. 한번 또는 계속되는 성공으로 ‘내게는 실패가 오지 않아’라는 자세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참 쉽지 않다. 나의 성공이 ‘운’이 더 크게 작용한 거라니... 어쩌면 옛말의 ‘운칠기삼’이 정확한 비율 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을까?)


이런 다소  빠지는 아쉬운 마음 마지막 예시를 읽으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다.


'조직의 기여도와 보상은 반비례한다 - CEO의 불명확한 업무와 의사결정과 실무자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비교해 보라. 그리고 그들의 임금을 비교해보라.'


사실 내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었다. ‘이렇게 하면서도 저렇게 하면서도 사실 나도 어떻게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해라’라는 식의 지시는 휴...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위한 나의 정성도 충분히 그 결과에 직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단박에 이해했다. 이런 예시를 보면 저자는 정말 천재다.


우리가 얼마나 ‘운 덩어리’ 위에 살고 있는지 즐겁게 이 책을 뒤적여 보자!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행운에 속지 마라 (FOOLED BY RANDOMNESS)’ (나심 니콜라스 탈렙) - 2017 완독


저자의 유명작 '블랙스완'을 아직 읽어 보진 않았지만, 여러 행동경제학 서적에서 저자가 항상 거론되었기 때문에 그 명성과 이론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저자의 책은 정말 매력덩어리였다! 우선 독특한 문체가 있다. (이것은 내가 찰스 디킨스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저자의 이야기 중, 출판사에서 고치라고 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무슨 말인지 몇 장만 읽어 봐도 바로 알 수가 있다.


그 내용 역시 신선하다! 우리의 모든 성공과 실패는 우리의 '실력'이 아니라 모두 '운'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성공한 사람들이 '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잘못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상식이 그렇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특히 부자들), 역시 대단한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저렇구나 생각을 하고, 실제로 본인들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특별한 양 행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희귀 사건 '블랙스완'에 의해 언제든 한 번에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실제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 실패의 원인을 '운'으로 돌리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실력'때문이고 실패하면 '운'이 나빴다고 한다는 것" 이것은 너무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 아닌가?


저자는 그것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조롱을 퍼붓는다. 경제학자, 트레이더 (심지어 저자도 트레이더다)들을 정신없이 비판하고, 아예 무시한다. 경제학자들의 합리적인 인간을 기준으로 한 이론과 가설, 심지어 숫자들까지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 '운'을 염두하지 않은 트레이더들의 성공에 대해서는 일시적이고 모두 어느 시점에는 파산을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활용해서 상품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있다.


결론은, 우리의 모든 승패는 예측할 수 없는 '운'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운칠기삼이 진리라는 말이다) 항상 이를 인정하며 으스대지 말고 대비하며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9번째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이제 저희 부부는 10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매해 초 결혼기념일이 되면 여행을 떠납니다. 이제는 단 둘이 아닌 셋이 주인공이 되어버렸지만요.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며칠 직접 글을 쓰진 못했지만 마음으로 많이 쓰며 다녔습니다. 혹시 매일 쓰던 녀석이 어디 갔었나 궁금해하실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실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살짝 남겨둡니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책'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