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다. 대화의 주체는 모두 각각 완벽히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생각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조언을 요청받고 조언을 해줄 때 상황은 더욱 그렇다. 상대방의 상황과 내가 겪었던 상황도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르다. 같은 케이스는 없다. 있다면 그건 교과서 안의 내용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과 나라는 사람이 전혀 다르다. 이 매우 확률이 낮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표현은?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고민이 시작된다. 내 일이라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결론이 있지만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상대방의 정보를 모두 종합해본다. 그리고 어렵게 말을 꺼내본다.
어떤 것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전할 때 ‘내 생각에는 말이야’로 시작할 수 있는 표현이다. ‘내 생각이 너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봐 주겠니?’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다행히도 상대방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 생각을 바로 적용해서 실행하겠다고 한다. 이런저런 모든 상황에 계속 써먹어도 될 만능 해결책이라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상황에 따라 잘 살펴서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특정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만병통치약’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강조해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한 눈치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방향으로 적용해서 시도해 볼 만하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었다. 바로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다른 표현도 있다.
‘이제야 내가 어디서 온 지 아는구나?’로 직역할 수 있는데,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뜻이 되겠다. 이 정도면 오늘 대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곁에 있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곤란한 경우가 있다. 따로 말은 안 했지만 만약 그 상황에 내가 처한다면 정말 답이 없어 보일 때. 상상조차 하기 싫은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에는 정말 해줄 말이 없다. 왜 안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꼭 이럴 때 그 친구는 내게 이렇게 질문을 건넨다.
만약에 지금의 내가 너라면? 으악. 결국 올게 왔다.
'누군가의 신발 또는 공간에 있다면?' 정도의 직역이 되는데 다른 이의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다. 이 상황이 너에게 벌어지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 것이다. 오, 제말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가정이라지만 쉽게 말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에는 이런 이유가, 저럴 경우에는 저런 이유가 필요한데 이건 정말 답이 없다. 괜히 어설프게 말하기보다는 입을 닫는 게 낫다.
내 판단은 좀 미루어둔다는 말이다. 흔히 알고 있는 'No comment' 정도가 되겠다. 기대했던 입장으로서 답답하고 얄미울 수도 있겠지만 입을 열어서 되지도 않는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딱히 시원한 대답도 못해준 마당에 친구를 마냥 처져있게 둘 수는 없다. 망연자실하게 있는 친구에게 신에 기대어 한 마디 보탠다.
문이 닫히더라도 어딘가 창문은 열려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말이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신이 있다면 어딘가 남겨주셨을 빛줄기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