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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Feb 02. 2021

이 정도면 두 얼굴의 야누스?

'섬세하고 집중력 있고 밝은' 아이

요즘 아들의 아침은 눈물과 불안으로 시작된다.


지난주 수요일 1학년 첫 등교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똑같다. 전날 밤부터 불안해하다가, 아침이 되면 점점 우울해진다. (직장인이라면 월요병?) 그리고 학교에 다가가면 갈수록 감정은 고조되고 결국 교실 문을 들어가기 직전,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온다.


어렵게 아들을 떼어내고 헤어지는 순간은 마음이 좋지 않다. 빨개진 얼굴로 눈물 글썽이며 힘겹게 인사해주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선생님께서는 얼마 안 돼서 눈물을 멈추고 즐겁게 지낸다고 하시지만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아들의 마음가짐을 알기에 괜히 더 짠해진다.


어젯밤에 아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이 슬픈 감정을 더욱 배가 시킨다.


'아빠~ 플레이 타임에 선생님들이 밥을 먹는 데, 그때 엄마 아빠랑 같이 갔던 식당 음식 냄새가 났어. 그거 있잖아. 꼬마 갈비탕 냄새. 그래서 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어. 그러면 놀지 않고 계속 걸어 다녀. '


잘 지내다가도 이렇게 틈이 생기면 혼자 훌쩍댄다고 하니 어느 부모가 마음이 편할까...



불안이 고조되다 결국 눈물로 승화



요즘 아들의 오후는 웃음과 즐거움으로 시작된다.


하루 중 가장 환한 얼굴로 교실문을 나오면서 재잘재잘 있었던 일을 즐겁게 쏟아낸다.


'우리 반이 학교에서 키우는 닭을 돌보거든~ 그래서 간식을 정원 근처에서 먹고 남은 것들을 닭을 줘~ 닭들 이름은 모두 여자 선생님들 이름이야~ 수탉이 없거든~'

'오늘 플레이도우(찰흙)로 만들기 컴피티션 했거든~ 누가 이겼게? 내가 우승했어!'

'오늘 플레이타임에 작년 반 친구랑 만나서 신나게 놀았어~ 그 친구가 준 어디 있어~ 먼저 날 찾거든~'

'오늘 점심시간에 응아 했어. 응아는 시간 오래 걸리잖아. 그래서 시간이 모자라서 밥은 조금밖에 못 먹었어~'


아침의 그 슬픔에 가득 찼던 녀석은 사라지고 원래의 해피 보이로 돌아온다.


1학년 첫날 마치고 / 편안한 하교 모습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두 얼굴의 아들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자신만의 리듬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갈 아들을 믿기에 곁에서 따뜻하게 지켜볼 뿐이다.


1학년 첫 숙제였던 아들에 대한 소개글에 적어낸 것처럼 '섬세하고 집중력 있고 밝은' 아이임을 알기에.


아들이 아들 소개, 우리가 아들 소개 / 씽씽이 타고 등교(표정은 하나도 안 씽씽)






아들의 요즘 관심사



1. 피아노 삼매경

관심이 없다가도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의 아들. 피아노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 이 App이 꽤나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유료라서 그런지도. 1년 치 결제 완료...) 하루에 10분도 어려워했는데 이젠 1시간이 다 되도록 치고 있다. 두 손으로 악보를 보며 건반을 누르는 모습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들은 나름의 꿍꿍이가 있음을 들어내기도 했다. 버스킹을 해서 부자가 될 거라고 한다. 엄마는 노래, 나는 기타, 아들은 피아노. 그래서 가난한 사람도 돕고, 장난감도 살 거라고 한다.


그 비율을 굳이 묻지는 않았다.



2.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갑자기 꽂힌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자기 전에 2~3명씩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내가 나름 역사 마니아다)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집중해서 듣는 아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책도 별로 안 좋아하는 아들이 관련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주문할 예정이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즐길거리가 생겨서 참 좋다.



3. 매일 게임, 가끔 요가

예전에 유행했던 '캔디 크러쉬 사가'류의 게임에 아들이 빠졌다. 정확히는 파랑도 함께인 것 같은데... 원래는 광고에 낚여서 시작했다. (그 금색 핀을 풀어서 진행되는...) 실제로 그 게임은 아주 가끔 할 수 있고, 메인이 비슷한 모양 맞춰서 터뜨리는 게임이다. 내버려 두면 몇 시간을 할 것 같아서 적절하게 조절시키고 있는데 어렵다. (꽤나 중독적이다)


내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웨이트 트레이닝 말고 요가를 하고 있다. 파랑도 가끔 요가를 하는데 옆에서 보는 아들도 학교에서 몇 번 해보았다면서 끼어든다. 대부분 엄마 아빠 곁에 찰싹 붙어서 방해하는 모양새지만... 나중에 같이 하자고 해도 안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방해를 참아보려 한다. (쉽지 않네...)


피아니스트 / 요가 소년 / ???






내 일상



1. 밀당하는 코스트코

반년에 한 번 정도 코스트코에 가서 폭풍 소비를 하고 온다. 지난주에 야심 차게 아침 일찍 떠났는데 그날이 '호주의 날'이었다. 우린 구글 지도를 믿고 당연히 열었을 거라 생각하고 1시간 가까이 달려갔으나... 굳게 닫혀있었다. 어제 다시 재도전해서 성공했다. 성공의 결과물은 가득 찬 집안의 곳간이다. 또다시 마트 쇼핑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2. 말 걸면 무서워

동네 마트에 빼놓은 물건을 파랑이 얼른 사러 간 사이 밖에서 잠시 기다리는 중이었다. 웬 할아버지가 내게 휘적휘적 다가오셨다. 설마 내게 오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살짝 긴장 중이었는데 역시나 내가 목적이셨다. (제발 영어로 말 걸지 마 ㅜㅜ 여기 호주야 정신 차려 ㅠㅠ)


[할아버지] '너 혹시 살라미 소시지 사지 않았어?'

[나] '네? 뭐라고요? 아닌데요?' (이건 또 무슨 신종 사기일까?)

[할아버지] '아, 방금 마트 출구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방금 나온 사람이 너라서 물어봤어~'

[나] '아...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


세상은 많이 따뜻하다. 그리고 무리 없이 대화가 끝나서 내 마음도 따뜻했다.



3. 몸이 안 좋으니 마음도 건강하지 않네

일 년에 한두 번 만성 축농증으로 1~2주일 정도 몸이 안 좋을 때가 있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인데 몸이 늘어지면 내 마음과 감정의 포용할 수 있는 선이 많이 내려온다. 그래서 아들과 파랑과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것도 예민하게 굴며 일을 만들기도 하는 시기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두 사람과 부딪히고 후회하고 사과하고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사실 몸 탓을 먼저 해보는 것도 오래된 내 버릇이다. 몸이 완전히 낫는다고 해서 저절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에는 몸 핑계를 대지 않도록 내 마음이 건강해지면 좋겠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항상 밝은 아들 (에너지가 점점 넘치고 있다)



버스킹을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묵직한 녀석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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