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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11. 2021

아들의 눈물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웃음을 보는 것만큼 행복하다

아들은 눈물을 종종 보인다. 뭔가 마음대로 안되거나 짜증이 날 때 그러진 않는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갖기 위해 떼를 쓴다고 그러진 않는다. 억지스러운 울음으로 당황시키거나 힘들게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들은 무섭거나 서러운 감정을 느낄 때 울먹거린다. 그것도 요즘엔 바로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제 딴에 한번 삼켜본다. 감정선의 변화를 감지하면 불러서 품에 안아 들고 어떤 기분인지 물어본다. 그러면 그제야 마음을 천천히 털어놓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난 이 순간을 많이 좋아한다.






지난번엔 넓은 공원에서 둘이서 숨바꼭질을 했다. 탁 트인 장소에는 적합해 보이진 않았지만 아들이 원하는 놀이라서 열심히 참여했다. 아들이 술래일 때는 나를 쉽게 찾는 순간을 좋아한다. (내가 술래일 때는 어렵게 찾길 바라고) 깊숙이 숨는 것이 귀찮은 나는 잘 되었다 싶어서 대충 숨는다. (아들 등 뒤에 숨죽이고 있는 다든지) 그러다 어쩐 일인지 바로 근처에 있는 나를 못 보고 앞으로 신나게 달려 나갔다. 한참을 찾아 헤매더니 슬슬 걸음이 툭툭 늘어졌다. 


'아빠? 아빠?' 외치며 터덜터덜 돌아다녔다. 결국 나중에는 '아빠 어딨어? 못 찾겠어! ㅜㅜ'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다가 울음이 섞인 목소리를 듣고는 아들을 부르며 다가갔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무서웠다고 한다. 아빠가 사라져 버렸을까 봐.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듣고는 바로 씩 웃으면서 눈물을 감추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갖는다. 글도 쓰고 글도 읽으면서 생각을 쌓고 정리하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가끔 아들이 예상치 못하게 일찍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러면 아들은 바로 내게 와서 말한다. '아빠 놀자!'


이제 시간을 볼 줄 아는 아들에게 언제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하면 처음엔 알아듣는 체한다. 그러나 소용없다. 매 순간 와서 뭐도 보여주고 뭐도 말해주고 하면서 계속 들락거린다. 그러면 하릴없이 아들방으로 가서 같이 논다. 약속된 시간만큼 놀다가 다시 돌아온다. 어떤 날은 그러고 난 후에도 계속 내게 오는 날이 있다. 정말 5분, 10분이면 충분한데 그 시간을 못 기다려주면 나도 애가 탄다. 


한 번은 아빠 집중할 시간을 달라고 잠시 방문을 닫아달라고 부탁했다. 방문을 닫는 그 순간 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꿈틀꿈틀. 울음이 생겨나기 직전의 그것이었다. 하던 것을 접고 아들을 불러와 품에 안아 들고 물었다. 


맞았다. 아빠랑 더 놀고 싶은 데 못 들어오게 해서 슬펐다고. 그런 날은 별 수 없다. 하던 것을 덮어두고 아들방에서 하자고 하는 것 다하고 같이 논다. 뭣이 더 중하다고 앉아있을 수 있을까? 아예 더 일찍 일어나든지 해야겠지. 하하.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 나는 아들이 더 사랑스럽다.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 예뻐서. 그리고 그것을 나누고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어서.


웃음을 보는 것만큼 눈물을 보는 것도 행복이다. 언제까지고 이런 아들의 눈물을 곁에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달래주고 싶다.



어쩌다보니 깔맞춤 사진




배움의 기록



1. 수학 천재?


하굣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 시간에 더하기는 너무 쉬워서 곱하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세 자릿수 더하기는 아직 어려울 거야 라고 하며 아무거나 막 문제를 내주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이것저것 따져보더니 갑자기 이거 아니냐고 답을 말했다. 놀라서 나도 답을 구해보니 정답이었다. 많이 놀랐다. 이 녀석 뭐지?



2.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가끔 과학 시간에 배워온 것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줄 때가 있다. '아빠, 아빠가 살아있을 때 지구가 태양을 몇 바퀴 돌았는지 알아?' 한 바퀴 돌 때 1년이 걸리므로 내 나이만큼 돌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같은 방식으로 1달은 달이 지구를 도는 시간, 1일은 지구가 스스로 도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와... 이렇게 배우면 까먹을 일이 없겠네.



3. 생존 수영


상급반으로 올라간 지 1달 정도가 되었다. 꽤 길어 보이던 레인도 이젠 제법 왔다 갔다 잘한다. 확실히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배영 자세로 둥둥 떠서 유유히 떠서 다니는 모습은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젠 물에 빠져서 큰일 날일은 없겠지?



4. 정리는 어려워


매번 반복된다. 신나게 어지르고 힘들게 치우고. 매일매일은 바라지도 않고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이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리를 요청한다. 이번엔 꽤 어렵게 마무리했다. 내 도움도 받아가면서. 정리를 마치고 나서 아들이 한 마디 했다. ‘하아... 이젠 그림 그리기만 해야겠다’ 덜 어지럽혀지는 그리기 놀이만 하겠다는 다짐(?), 선언(?)이었다. 결과는...? 뭐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인간은 원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여유로운 배영 / 즐거운 하굣길 / 다시 돌아온 레전드 순간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곳 호주에서도 5월 9일을 '마더스 데이'로 챙긴다. (나중에 파더스 데이도 있다.) 학교에서 직접 만든 선물도 가져오고, 학교 장터에서 열심히 엄마 선물을 골라왔다. (자기 용돈도 조금 썼다.)


아들의 의문은 왜 호주엔 어린이 날이 없냐는 것이다. (국제 어린이날을 챙기기도 하는데 자체적으로는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어린이날을 여기 와서 갑자기 챙긴다.


매일 아침 아들이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 '오늘은 올까?' 한 달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택배의 도착을 매일 꿈꾼다. 거기에 어린이날 선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울고 웃으며 매일 살아가는 아들 덕분에 생동감 있게 살아간다.


감정에 충실한 사람과 살다 보면 메마른 나도 조금 덜 퍼석거리겠지.


마더스 데이 선물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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