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그리고 유일함
요즘 단연코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빠’다. 아들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쉴 새 없이 아빠라고 불린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나는 영락없는 아빠가 된다. 불리는 대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기에 지금의 내 정체성은 불리는 그대로다. 과거의 시간 동안 불려 왔던 이름도 직책도 아닌 아빠가 현재의 내 존재다. 내 아들의 아빠로 불리는 시간이 꽤 오래 쌓였다. 어색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이젠 불리지 않으면 어색하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듣는 이 말이 이제 이름보다 더 익숙해졌다. 나도 아빠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간이 아빠로 불린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지금에 매몰되어 괜히 그때가 아득해 보이지만 분명히 내 기억에는 살아있다. 지금 내 아이처럼 아빠를 부르던 그때를. 아빠를 부를 때와 아빠라고 불릴 때의 다름을 알아간다.
이 책의 초고를 완성하고 한 달 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나와 가장 닮은 사람과 헤어졌다. 직접 만나 뵌 지는 1년이 넘었고 서로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헤어지고 나서야 닮은 점이 하나 둘 떠올랐다. 무뚝뚝함, 욱하 는 기질, 책과 역사를 좋아하는 것. 우리가 조금 다른 것은 내가 더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도 나의 잔소리와 그의 미안하다는 답이었다. 호주에서 지내는 덕에 코로나19에도 불편하지 않게 생활했다. 그러나 헤어짐을 함께하기 위한 자리에 나는 갈 수 없었다. 그간의 편리함이 한꺼번에 엄청난 불편함으로 몰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보이고 들려오는 슬픔의 장면들은 너무 멀었다. 내가 느끼는 슬픔이 그곳에 있는 다른 이들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아주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고 매순간 느끼는 무기력함, 아쉬움, 허탈함은 끝이 없었다. 몇 안되는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지냈다. 가까이 있지 못하는 것을 그렇게라도 메워보려고 했다. 이제 아들로서 아빠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내겐 아빠로 불리는 시간만 남았다. 떠난 아빠를 떠올리며 아들을 바라보는 것은 묘했다.
우리 아빠는 전형적인 가부장 사회의 아빠였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등장할 법한 분이었다. 집안일, 육아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고 말도 없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만 하기도 힘들어서 그러셨던 걸까? 아빠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으니 난 아들로서 아빠를 느꼈고 기억할 뿐이다.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해준 아빠를 떠나 보내고 나서야 명확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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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