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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2. 2021

마음 운동이 필요할 때

요가의 발견

터질듯한 근육의 팽창을 운동의 전부라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더 이상 한 번의 움짐임도 허용되지 않을 한계까지 가야만 끝이 났다. 부풀어 오른 온몸을 보며 성장하고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내 몸을 다스리며 길러갔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믿었다. 몸이 바르게 자라나면 괜히 마음도 함께 그리 되는 듯했다. 딱히 마땅한 근거는 없었지만 몸과 마음은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번잡스럽거나 축 쳐질 때면 더욱 몸을 단련하려 애썼다. 자기 최면인지 실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꽤 통했다. 몸이 땀을 흘리고 나면 마음의 군살도 빠지는 듯했다.


나이가 하나  늘어가며 몸과 마음이 점점 따로 노는 것이 느껴졌다예전엔 아무리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땀을 뻘뻘 내어 몸을 괴롭히고 나면 제정신이 들었었다. 이제는 마음이라는 녀석이 점점 혼자서 우두커니 있기를 즐겼다. 원래부터 몸과는 따로였다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의 쌓인 고민은 운동을 하는 중에도 그대로였다. 진을 다 빼버리고 마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몸보다도 마음을 더 잘 다루게 될 줄 알았는데 어째 반대로였다. 몸은 아직 사용하기 수월 했지만 마음은 점점 내 손을 벗어나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좋은 날이 가끔 있다이런 날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어 진다. 그렇다고 몸도 마음도 안 움직이고 나면 어째 더 안 좋아졌다. 그저 늘어져서 쉰다고 나아지진 않았다. 찌뿌둥한 몸은 몸대로, 가라앉은 마음은 마음대로 더 심해졌다. 이럴 때 평소대로 몸 쓰는 운동을 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몸은 몸대로 상하고, 요즘 유독 더 따로 노는 마음은 더 상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방법을 찾았다. 이럴 때 ‘요가’를 한다. 






요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우선 몸을 쓰는 게 시원찮아 보였다. 스트레칭 정도에 불과해 보이는 모습이 애매했다. 운동이라 하면 몸안의 에너지를 모두 발산할 때까지 몰아쳐야 했는데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쓰다 남은 몸속의 열기가 내뿜을 곳을 찾지 못하고 분을 삭이느라 답답해할 것 같았다. 


다른 하나는 마음 다스림에 대한 의문이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몸을 움직여서 마음을 살피고 가지런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강력한 내 방식의 운동도 하지 못했는데 어설퍼 보이는 요가가 마음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마음은 몸과 따로임을 인정하고 따로 불러서 정신 차리게 하는 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운동 같지도 않게 대충 하는 요가는 몸과 마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가꾸는데도 마음을 가꾸는데도 신통치 않은 모호한 녀석이라고 여겼다. 요가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였다. 몸 운동은 하기 싫은데 아예 안 하긴 뭐하니 대충 적당히 움직이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는 합리화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처음 요가를 마치고 놀랐다우선 몸에 주는 자극이 달랐다. 온몸 구석구석 닿는 그 지긋함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충분히 몸을 움직였고 강도에 집중하던 전과 다르게 밀도에 집중했다. 아주 섬세하고 짙게 몸을 살펴보며 사용했다.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음 상태의 변화였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면 내 마음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 전의 운동에서 호흡이라 하면 숨이 가빠 쓰러지지 않기 위해 하는 생존의 수단이었다. 요가에서의 호흡은 소통의 방법 같았다. 내 속이 괜찮은지 꺼내어 보아 살피고 다시 정돈해서 넣는 그런 느낌이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수련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돌아보니 맹렬하게 타오르기만 했던 과거의 운동은 '마음' 맞지 않았다몸과 마음 모두 운동이 필요한 건 맞으나 둘은 많이 달랐다. 필요한 세기가 달랐고 움직이는 리듬이 달랐다. 따로 마음에 맞는 여유를 주지 않았기에 그동안 억지로 따라와 준 마음은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아무리 몸의 운동을 해도 마음에겐 자극이 되지 않아 돌아섰던 게다. 


이제는 가끔 요가를 한다. 마음이 쉽지 않을 때.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마음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운동이 바꿔놓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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