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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7. 2021

모두가 독창적일 수 있는가

<오리지널스>

살면서 특별히 남을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특별히 부족하지 않게 살아온 탓도 있겠지만 특별히 남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나만 바라보기에도 바쁘게 살아왔다.


좀 (아주 조금) 나이가 들어 돌아보니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바로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누군가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그 사람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사람. 그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튀어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한둘은 꼭 있었다. 그땐 뭔가 좀 특이하고 너무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앞섰다. 그래서 마냥 가깝고 좋게만 지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내가 지극히 평범하니 그런 면이 괜히 불편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였다.


지금은 그런 그들만의 특징, 그 뚜렷함을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이 그것으로 인해 어떤 것을 이루었든 아니었든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슷비슷 무색무취라고 해도 무방할 특징. (우리는 이것을 가끔 상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를 가지고 그저 ‘One of Them’ 일뿐인 나로서는 동경할 만한 ‘독창성’을 가진 존재들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평범과 상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설명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독창성’과 아주 멀다는 사실이다. 무언가 ‘백지’에 던져지면 어쩔 줄을 몰라한다. 언제나 설명과 예시, 그리고 가이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뭔가 스스로 하게 되면 이게 맞을지 저게 맞을지 또는 남들은 어떻게 할지 굉장히 불안해한다.


괜히 한번 남 탓을 해보자면 학창 시절에 ‘독창성’에 대해 따로 배운 적도, 중요하다고 들은 적도 없다. 그저 이미 정해진 길을 누가 더 빨리 이탈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지 겨루는 경주에 익숙했었다. 가끔 길을 벗어나서 딴짓하고 있는 친구들이 신기하고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물어보지도 구경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느라 그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달려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회사에서는 늘 ‘창의적인 것’, ‘독창적인 것’을 요구했다. 뭐지? 난 그런 거 배운 적 없는데? 모두 나같이 그렇고 그런 학창 시절을 지내온 것이 아니었나? 나 빼고 다들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개성 뚜렷한 능력을 기르고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입사한 것인가? 실제로 나와 다른 이들이 있음을 알고는 많이 충격을 받았다. 회사에는 내가 선망할 만한 특징을 가진 인물들이 많았다. 그들 틈에 입사한 내가 오히려 특이할 정도로 나는 평범 그 자체였다.


직장 생활을 해나가면서 더 놀라게 되었다. 이런 독창적인 재능의 구성원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조직에서는 ‘독창성’이 발현되기 어려웠다. 이건 어느 한 가지를 탓한다고 그 이유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복합적인 상황 탓이었다. 물론 기득권 층 윗분들의 강력한 꼰대 능력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싶지만 오늘은 참는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유연하지 못한 회사 문화’ 정도라고 해두겠다.


독창적이지 않은 내가 독창적인 사람들 틈에서 독창적일 수 없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참 많은 내적 갈등과 답답함, 그리고 울분. 나중에는 초연함까지 모든 것을 경험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독창적인 사람’들이 현실에 순응해서 적당히 지내는 모습이었다. 기분이 많이 쌉쌀했다.


내가 부러워했고 어지간하면 꽃 피기 어려운 이 ‘독창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뻗어나갈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할 ‘오리지널스’는 이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책과 글에서 여전히 인용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독창성’을 가지기 위한 조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상황에 대해 항상 문제 제기를 하며, 다른 사람들의 문제 제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솔직한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당연하고 발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틀린 이야기도 모르는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쉬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항상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서로를 귀찮고 힘들게 하는지. (자기비판에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내 말 말고 남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듣는 것은 정말 어렵다) 솔직한 의견을 불편해하지 않고 반가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두 알지만 그냥 대충 좀 넘어가자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유독 평범하고 독창적이지 않는 나였기에 위의 것들에 대해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것들을 돌파하고 원하는 결과,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성’하면 떠오르는 극소수의 인물들과 그들의 성과가 세상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며 ‘그렇다면 나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꼭 회사를 다니거나 조직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독창적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2가지 인용 문구를 남겨본다. 


집단사고는 독창성의 적이다

걸작은 예정대로 시한에 맞춰 태어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그렇게 변화 없이 가끔 주변 탓만 하면서 살면 된다. 지금도 여전히 별로 ‘독창성’ 없는 나처럼 말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오늘도 머릿속에서 다시 뒤적이며 떠올려본다. 어딘가 내 독창성도 숨어 있을까 해서.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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