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Aug 26. 2021

십 원 한 푼 스스로 벌 수 있을까?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것도 해본 것도 그저 남이 하는 일에 일손이 되어 품삯을 받는 식이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매월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니 뭔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실 좀 더 들여다보면 이미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뚝딱뚝딱 거리며 시간 내 정해진 일을 할 뿐이었다. 그 정해진 곳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나누며 정해진 틀에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서 들어온 월급을 들여다보며 이 만한 가치의 엄청난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일’을 잘 배워가고 있다고 여겼다. ‘퇴사’가 한창 열풍이던 어느 날,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 광고 문구가 한동안 나를 계속 위협했다.


10만 원 직접 벌어보기

무심코 스쳐간 이 수업 제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보고 지금 당장 10만 원, 아니 1만 원, 1천 원이라도 회사 밖에 나가서 벌어오라고 하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내가 직접 하기보다는 남이 정해놓은 대로 일하며 남의 돈을 받아먹던 나에겐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었다. 정말 단 한 번도 ‘회사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그전에는 해보질 않았다. 늘 그렇게 편하게 적당히 시간만 채우면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다.






회사원으로서의 내가 아닌 ‘회사’와 ‘명함’을 걷어내고 생각해봤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내게 부족한 점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내 특징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진 것이 없고 부족함이 철저하게 드러나서 두려웠다. 하지만 이렇게 발가벗고 나니 속 시원하기도 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사원’이 아닌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월급쟁이’가 아닌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 후 그런 사람들의 책을 유난히도 많이 읽었다. 읽으면 읽어갈수록 실망감이 커졌다. 책으로 풀어내는 한계가 있어서겠지만 대부분이 모두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취하고 파묻혀서 ‘난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이었다. 내용이 없으니 그저 ‘운이 좋았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의 성공과 실패는 모두 결과론적이고 그 이유는 나중에 같다 붙이기 나름이었다. 별로 책으로는 얻어 갈 것이 없어 보였다. 이런 실망이 더해가며 이런 식의 책은 그만 읽자라고 하던 중 책 제목에 낚여서 이 책을 읽었다. (이래서 책 제목이 중요하다)






지나온 책들과 비슷비슷할까 봐 걱정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지금 생각하면 도움을 바라며 책을 읽는 내가 뭘 그렇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진짜 ‘장사꾼’, ‘사업가’였다. 그가 이야기하는 생각과 정보는 모두 저자가 직접 해보고 겪은 ‘진짜’였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저자의 ‘사업’에 대한 태도는 끝없는 시도였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해도 또 해보는 자세가 중요했다. 실패를 겪고 그 실패에서 깨닫고 어쩌다 성공을 하려면 ‘시도’, 즉 ‘행동’을 해야 했다. 


저자가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의 부류는 ‘창업 바라기’라고 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자 최악의 약점은 딱 하나였다. 절대 ‘시작’ 하지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인지 나쁜 아이디어인지는 해봐야 하는 것인데 늘 준비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괜히 내가 쿡 찔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누군가 과감하게 시작해서 얻은 주목과 성공에 대해 ‘아, 이거 나도 예전에 생각했던 건데~’라고 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모자라게 만드는 말도 없다.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는 창업을 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와이프와 결혼하기 전 본 사주에서 나는 절대 사업을 하지 말라고 했다. 는 그 이유가 절대 아니고... (교회 다닙니다) 내가 바라는 게 창업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좋은 시작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회사원’이 아닌 삶을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회사원’으로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해 준 책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 모두 따뜻한 월급이 들어오는 ‘회사원’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늘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라고 말하지만 결국 붙어있는 이유는 굳이 모험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아서다. 그냥 버티고 살만 한 거다.


‘회사원’과 '사업가'. 무엇이 더 옳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다르다. 스스로 생각을 해본 것과 안 해본 것과도 무척 다르다. 무엇보다도 직접 해 보고 안 해보고는 정말이나 완전히 다르다. 


가슴속에 항상 퇴사를 꿈꾸는 모든 회사원들이 이 책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지금 회사원 생활에 너무도 만족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돈 버는 방법이 ‘회사원’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 이 책을 모든 ‘회사원’이 경험했으면 한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프레이저 도허티) - 2018 완독


처음에는 그냥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파묻힌 그저 그런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삐딱하게 본 게 사실이다. 사실 내가 그렇게 볼 위치도 아니고 경험도 없는데 뭘 그렇게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지 못된 성격에 내가 다 놀랄 지경이다. 


이 저자는 '진짜'였다. 정말 밑바닥부터 다 해본 사람이다. 물론 지금의 성공의 배경이 되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소가 있지만, 어쨌든 이 저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창업자다. 말만 하는 ‘창업 바라기'가 아니라, 진짜 장사꾼 냄새가 풀풀 난다. 구구절절 많은 부분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그냥 이 책대로 따라만 가도 창업, 아니 스스로 돈 벌어보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내가 진짜로 해볼 것이냐인데...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게 창업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일을 하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하는 게 맞다. 꼭 이렇게 무언가 기존의 ‘스타트업’처럼 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나 싶었다. 뭔가 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마 이것도 일종의 창업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돌아가서,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그걸 찾아야 한다. 돈 말고 내 일을 찾자.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가 독창적일 수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