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진짜 재무제표 보이는 책>
마케팅에서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2차 입사 면접에서 받은 질문으로 기억한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비전공자라서 하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입사 후 배워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마케팅 직군’에 ‘전공 불문’으로 지원해서 입사했다. 실제로 회사에서 하는 일과 대학교 전공 지식과는 1도 관련이 없었다. 아무래도 동기 및 선후배들은 대부분 경영 관련 전공자 출신이 많았다. 아무리 못해도 부전공이나 이중 전공을 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교양수업이라도 들었다. 정말 그것도 아니면 관련 책이라도 많이 읽고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전혀 아니었다. 대학교 전공도 원래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원서 지원 막판에 점수에 맞춰 선택을 했다. 입사할 때의 직군 선택도 그처럼 준비도 소신도 줏대도 없었다. 심지어 마음은 늘 ‘문과’인데 고등학교는 ‘이과’를 다녔다. 이 정도로 내가 왔다 갔다 살아온 것이라면 문과, 이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자체가 애매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하건데 1차 면접을 보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 줄 몰랐다. 면접 보는 당일날 아침 회사 앞 PC방에서 접속했던 홈페이지의 정보가 첫 만남이었으니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돌아보면 사전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없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배우는 태도와 자세, 그리고 성실함이었다. 물론 그것들이 무조건 탁월하게까지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기본적인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입사해서 닥치는 대로 배우고 익혀나가던 중에 풍문으로만 들었던 녀석이 계속 알짱알짱 어른거렸다. 바로 ‘회계’에 대한 부분이었고 ‘재무제표’를 읽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해석해 둔 자료가 많아서 필요할 때는 찾아서 어찌어찌 버텼다. 그러면서도 찝찝한 마음은 계속 남아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인데, 회사의 상태를 알려주는 재무제표는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게 당연했다. 입사 초기부터 이런저런 회계 입문서를 종종 찾아서 봤는데 첫 챕터를 넘기기 어려웠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이 책을 만나서 신세계를 맛보았다.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아들을 키우고 가르치다 보면 정말 그렇다. 내가 그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모두들 아는 ‘지식의 저주’를 되새겨 보자.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이가 얼마나 알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최고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이래야만 한다. 이 책은 독자가 무지의 상태라고 여기고 차근차근 사소한 것도 빠짐없이, 계속 다시 돌아보며 함께 짚어가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그 배려된 발걸음에 맞춰 걸어 나가다 보면 머릿속에 조금씩 개념이 자리 잡게 된다. 신기한 책이자 훌륭한 책이다. 나와 같은 입장을 겪고 있는 회사원들이 있다면 무조건 읽어보길 권한다. 그동안의 고민과 답답함, 찝찝함이 단숨에 사라질 것이다.
아, 혹시 이런 기본적인 개념 없이 재테크 열풍에 휩쓸려서 ‘주식’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한다. 투자하는 대상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투자할 수 없다. 이런 머리 아픈 거 세세하게 몰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뭐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그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기부'를 하고 있는 거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