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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25. 2022

기억하지 못하는 책을 왜 읽을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작년   읽은 책이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도 아닌데 괜히 숫자에 마음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심각할 때는 읽은  목록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분명 읽었다고 쓰인  제목을 보고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점점  기억을 못 한다. 많이 읽지도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책을 읽는 걸까. 그냥 습관처럼 읽는 건가. 아니면 그래도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


 읽는 속도가 느리다. 집중을 하기 위한 예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그러고 나서도 별로다. 집중을 해내는 시간은  짧다. 책을 읽다가 다른 생각에 빠져 아주 멀리 날아갔다가 깜짝 놀라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날은   읽지도 못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기도 한다. 다음날은 읽던 줄이 어디인지 몰라 다시 처음부터 읽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속도감 있게 읽어야 하는 소설은 물론이고, 논리적으로 쌓아가는 정보성 책도 제대로 읽기 어렵다. 아마 이런 이유로 20대까지 책을 곁에 두지 않았을 테다. 읽어도 읽어도  빠진 독에  붓기가 따로 없으니  하느니만 못해서 그냥 놀고 말았겠지.


그럼에도 습관의 힘은 무섭다. 다양한  읽기 어려운 조건을 골고루 갖췄지만 꿋꿋하게 읽어나간다. 하루에 이를   닦듯이 앉거나 눕거나 하는 곳에 책을 두고 자주 펼쳐 든다. 그렇게 조금씩     읽다 보면  달이든  달이든 지나고 나면 어쨌든 마지막 줄을 읽고 있다. 재미있고 즐거운 것들이 넘치지만 아직까진  읽기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 다행히 확고한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고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 역동적인 쌍방향 상호작용이 넘쳐나는 (예를 들어 '살아있는 사람과의 대화') 보다는 편안하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식 일방향 교육에 길들여진 탓인지 내게 말해주는 바를 그대로 듣는 것이 익숙하다. 반대로 내가 가지는 의문이나 생각에 대해서 책이 이래라저래라   없는 것도 좋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느릿느릿한  속도로 간섭받지 않고 즐길  있는 매력이 나를  앞에 붙들어 놓는다.


문제는  읽고 나서다. 즐기는 순간의 쾌락이 끝나고  이후를 말한다. 책이 무엇을 말했고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많이 남질 않는다. 자연스러운 망각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것이겠지만 안타깝다. 결국 모두 잊어버리고  것이라면 책을  읽는 것일까? 기억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면 독서란 원래 찰나의 유희에 불과한 것인가?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책이름은 물론 저자도 매우 낯선데 분명히 읽었다고 적어두었. 읽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나다. 제목이 생경하니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남겨둔 메모를 보니 그땐 즐겁게 읽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고양이는  책을 지키려고 했을까?  책은 특별한  권의 책이었나? 아니면 책이라는  자체였나? 고양이는 책의 어떤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을까? 혹시 나같이 계속 까먹는 사람을 위한 방법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자꾸 잊어버리는 사람은 책을  읽게 지키는 걸까?


도대체  기억하지 못하는 책을  읽고 있을까. 무언가를 하고 나면 뭐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의심을 키운다. 아쉽게 제대로 기억은 못하지만 그래도 책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을. 뿌옇고 긴가민가 아리송하다. 모를  하는 짓은 정해져 있다. 알기 위해 또다시 책을 집어 든다. 어제 읽다  부분이 어디쯤인지 기억을 헤집으면서.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 2018 완독


'책을 보기만 하는 학자는 결국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 니체 -


재밌었다. 서점을 하고 싶은 꿈이 있는 나로서는 좀 더 흥미로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저자도 당연히 책을 사랑할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나도 문득문득 하고 산다. 가끔은 다른 일로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나아서 그렇기도 하고 내 삶을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준다고 믿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내용처럼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있을 거 같고. 분명한 건 책이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바라는 방향으로 이끄는 건 독자의 몫이겠지. 아니라면 책을 읽는 자는 역할이 없을 테니.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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