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막막한 문제를 마주하면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하나는 아무리 해도 답이 없다며 금방 포기하는 쪽, 다른 하나는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매달리는 쪽. 후자의 부류에서 아주 가끔씩 성공하는 자가 생기고 그 힘으로 세상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는 감동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쉽게 포기했던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부분 노력과 끈기에 찬사를 보내고 축하하지만 모두 그렇지는 못하다. 그건 나도 할 수 있겠네라며 콜럼버스의 달걀을 세워보는 이도 있고, 저건 모두 운이 좋아서고 그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며 낮춰보려 애쓰는 이도 꼭 생겨난다. 이상하고 없어 보이지만 별로 낯선 모습은 아니다. 옆에서 생각지도 못했지만 정말 별 거 아니어 보이는 아이디어로 성공을 만들어 내는 자를 보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햐~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네!" 왜 우리는 저쪽에 속하지 못하고 그저 이쪽에 남아서 남의 성과를 아니꼽게 바라보고만 있을까?
세상을 이끌고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놀랍다. 우리가 탄생한 이래 절망적인 순간이 계속 찾아왔으나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냈다. 힘들다 힘들다 답이 없다 없다 해도 누군가의 놀랍고 색다른 발상은 늘 있어왔다. 짧게 요약된 위인들, 명사들의 고되지만 찬란한 순간들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그들은 그럴 수 있었고, 우리는 그럴 수 없는 걸까? 무엇이 그리도 다르기에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닿지 못하는 먼 곳은 아무리 바라보고 짐작해도 윤곽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가까운 주변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우리와 다른 '무언가 달라도 다른 이'가 한 명씩은 꼭 있다.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예술이든, 일이든 무엇을 하더라도 다르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일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과 해석이 있고, 이를 통한 남다른 정의가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남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한다. 반복 속에서 남과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깨너머로 본다 해도 때론 직접 물어봐서 듣게 돼더라도 도통 알기 어렵다. 어떤 정해진 방법이나 답이 있는 게 아니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속 시도를 하는 것이기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다르게 보려고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건 낯설고 어렵다. 해본 적도 없고, 해보려 해도 귀찮고 소모적으로 다가와서 안 하게 된다. 결국 답답한 그 짓을 하는 사람과 애초에 포기하는 우리와의 차이는 그렇게 생긴다.
이 두 책에는 남과 다른 모험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다. 제목이 자극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회사(=남의 생각)를 떠나 퇴사(=나의 생각)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고백하건대 책에 담긴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보면서도 쿨하게 인정하지 못하기도 했다. 다른 이의 성과를 다리 가랑이 잡아 내려 끌려는 그들처럼. 물론 놀라운 부분이 더 많았지만 가끔 '엥? 겨우? 이건 좀...'이라며 열심히 평가절하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2권의 시리즈 책을 모두 덮은 뒤 다시 되돌아보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낮춰보는 버릇은 꼿꼿이 서서 기승을 부린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해야 하는 건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자를 깎아내리는 노력이 아니라는 걸. 집중해야 하는 건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정의하고 발견하여 구성해 나갈지라는 걸. 언젠가는 모두 남의 생각(회사)을 벗어나서 나의 생각(퇴사)으로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더 이상 남이 시킨 대로가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의 시도를 해야 한다. '남과 달라지는 것, 그래서 내가 되는 것'. 이것부터가 퇴사준비생으로서 가장 먼저 연습해야 할 일이다.
첫 번째 우연.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으로 브런치 홈에 제 브런치북이 올라왔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복직과 퇴직의 저울>의 조회수, 라이킷, 댓글과 귀한 구독자님의 제보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마침 이 '휴직자가 고민하는 퇴사 이야기'를 진짜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우연찮은 일을 좀처럼 겪지 못했는데 시기가 맞아떨어지니 괜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속앓이 중인 제 마음을 알았는지 가능성이 있다고 토닥여주는 기분입니다. 여러 분이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위로받았다고 소중한 마음을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 말로 덕분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꼭 책으로 만들겠습니다. 끙끙대는 모든 과정을 담아 놓는 <출산, 아니 출간 도전기>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책으로 나오는 그날, 남겨주신 흔적을 따라 일일이 찾아가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번째 우연.
하필 오늘 읽고 올리는 서평의 도서 제목이 이렇습니다. '퇴사준비생'. 어쩌면 전 회사를 가기 전부터 이런 신세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독히 남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게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제 생각이 있어 정당히 반대를 했던 것도 아닙니다. 시키는 일을 하면서 그런 자세가 마냥 억울하고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쌓이고 나니 정작 제게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소모된다'고들 하지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도대체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앞으로 계속 빈 껍데기로 살아야 하는 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는 놈이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처세술, 일 잘하는 법이 아닌 퇴사나 창업에 대해서였으니 많이 답답했었나 봅니다. 오늘 이 책들도 그때의 기록이네요. 아직도 변한 건 크게 없지만 넋두리든 하소연이든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 어떻게 다르게 살아갈 건지에 대해서요. 시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우린 다 퇴사를 해야 하죠. 같은 고민을 가진 한 명의 퇴사준비생으로서 언제가 벌어질 우리의 퇴사를 응원합니다. 항상 멀지 않은 곳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