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 : 정의란 무언인가?>
책을 좋아한다면, 아니 서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때 불었던 ‘정의’ 열풍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그 당시 필요했던 사회 정의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큰 성원을 받았었다. (아마 화려한 저자의 이력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정치에 관심을 가질락 말락 할 찰나에 눈에 띄는 책이어서 구매하여 최근까지도 ‘평생 간직할 책 목록’에 넣어서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그 당시까지는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게 ‘정의’는 ‘상식’, 그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상식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 내 상식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그 기원은 모르겠다, 아마도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생긴 것으로..)
저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나에게 끊임없이 엄청나게 결정이 쉽지 않은 질문을 던져댄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 풀기 어려워 눈을 돌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수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은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사회, 가족, 친구 등 내 속과 주변을 모두 돌아보며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행동의 기폭제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런 책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내 기억에 따르면 저자가 아주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담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필요함을 던지는 것으로 책은 흘러갔다.
여러 다른 책에서도 다루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 ‘사회적 담론’인데 부끄럽게도 이 ‘사회적 담론’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그 필요성이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학창 시절, 대학시절, 직장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단 한 번도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일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담론’이라 하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 승리하는 것에 더 가깝게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저자가 이야기하는 ‘담론’은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런 화두를 던져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담론’이 문화가 어려운 우리 사회는 ‘과정’이 중심이 아닌 ‘결과’ 중심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는 늘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가? (표현을 다르게 하더라고 궁금한 건 그것이 아닐지?)
‘아, 과정은 궁금하지 않고 그래서 결과가 뭔데?'
한창 저자의 팬이 되어 이런저런 다른 책들과 콘텐츠를 찾아보던 중에 한국에 방문한 저자와 학생/청년들과의 실시간 토크쇼를 보게 된 기억이 있다. 거기서 오고 간 여러 질문 중에 ‘남자만 가는 2년 군 복무'대한 논의가 인상적이었다.
한 남학생은 남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인 ‘청춘 2년을 썩히는 게 너무 아깝다, 보상이 더 필요하다 (아마 군 가산점 같은?)’을 말했고, 다른 여학생은 다른 여성의 사회적 책임과 부담인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말했다.
저자의 책과 같이 이 ‘담론’의 결과는 없었다.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저자의 이끔에 따라 이야기를 하는 학생/청년들이 흥분하거나 목소리가 커지지 않고 아주 즐겁게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듣고 나누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아직도 성인, 그중에서도 지식인/사회적 리더분들이 나와서 하루가 멀다 하고 ‘담론’이 아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내 주장을 관철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광경을 아주 쉽게 계속해서 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좋은 책으로 남아있다. 혹시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서점에 가서 첫 번째 사례가 나오는 곳까지라도 들춰 보길 추천한다.
‘Justice : 정의란 무언인가? (마이클 샌델)’ - 2012 완독
자본주의, 시장경제시대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들이 막연히 당연하게만 생각해온 개념들에 대한
절묘한 질문, 사례를 들어 당황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고 고대 철학자부터 근/현대의 철학자들까지
꾸준히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다
정의를 논하려면 ‘행복/자유/미덕’의 개념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도 현재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이를 당연시 여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