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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01화
무주택 포비아
#01. 이 땅에 집 없이 산다는 것은
by
목양부인
Nov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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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꿈은 전원주택 쪽이었다.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오면 나는 꽤 구체적으로
서울 근교에 마당 넓은 집을 사서
컹컹거리는 대형견을 서너 마리쯤 키우며
개인기도 연습시키고 대가족을 만들
어
하루 종일 댕댕이들 사고 치는 걸 뒷수습하며
동물농장에 행복한 견주로 출연하는 거요.
라고,
투머치 하게
답하곤 했다.
어릴 적 단독주택 셋방살이 기억이 좋았는지
마당에 과일나무도 키우고 정원도 가꾸고
겨울이 오면 한편에 김장독도 묻을 수 있는
온전한 내 소유의 주택이 갖고 싶었다.
이다음에 돈 많이 벌면 우리 엄마도
꼭
저런 집 하나 사드
리
자고 혼자 다짐했었다.
그래서 전세를 전전하며 돈을 모았다
.
나중에 다 쓰러져가는 구옥이라도 사려고.
푼돈 함부로 쓰지 않고
주
식으로 까먹지 않고
살뜰히 모아가며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았다.
음금님은 총각시절 가야 지역
에
집
을 샀단다.
오래된 아파트라도 편안함과 장점을 느
껴
본
음금님은 그 가치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집에 크게 욕심부리지 않아
서
신혼집을
굳이 아파트로 고집하지는 않았었다고.
그러다, 말도 안 되는 서울 집값에 충격받고
15평짜리 협소 주택 짓는 꿈을 키운다.
반면, 단독주택과 빌라에서만 살아본 나는
아파트의
메
리트를 몰라도 너무 몰랐고
로망이나 관심조차도 별로 없었으며
시세
또한
듣는 족족 금방 까먹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고 빌라든 맨션이든
가리지 않는 나의 소박함을
자
랑스러워하며
사치 없는 쿨한 여자인 줄로 착각해
왔
다.
집에 대한 식견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둘 다 집 매입에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점.
형편보다 비싼 아파트에 전재산을 깔고 앉아
대출에 허덕이는 상황이 몹시 두려웠음이라.
이것이 우리가 아직 무주택자로 표류하며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하고 두 해
건너
다음 행선지 정하느라 싸워대는 이유이다.
2년 전의 시세와 지금의 집값은
언제 비교해도 항상 짜증을 유발하기에.
2년 모아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야지~
했었지만
항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지금 집과 비슷한 수준에 2년만 더 늙은 집.
약 오르고 화가 났지만 6년 전, 4년 전,
아니, 딱 2년 전 전세 연장 계약할 때에도,
그리고 지금 당장은 집
값
이 배로 뛰어서
감히 매입할 엄두
조
차 못 내겠는 것이다.
나는 결단력이 없었고 음금님은
내 눈치 보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룻밤에도 집값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요즘,
대책 없는 무주택자가 잠을 제대로 잘리 없다.
과거의 나를 자책하고 후회하고 화풀이해보고
서로를 탓하고 상처 주고 다른 집과 비교하고
그러다 사회 전반 시스템을 탓해보기도 하고
다 부질없음을 깨달으며 결국 무기력해진다.
지난 몇 년을 소소하게 정말로 행복했는데
집이 없으면 다 부질 없는지...
나는
이제 와서 하릴없이
[무주택]에 [포비아]란 단어를 붙여본다.
지금 내 심정으로는 진심으로 공포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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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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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무주택 포비아
01
무주택 포비아
02
그래서 공부를 해보기로
03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못 가는 세상
04
나만 없어 재산세
05
경매는 어떤 사람들이 뛰어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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