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공간 <바람숲 도서관>
올해 2월 말, 한가람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를 보았습니다. 관람 후 예술의 전당을 산책하다 보니 옆에 있는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그림책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2025 그림책이 참 좋아’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쉬다가 어느새 제 삶에 스며든 그림책의 전시를 보러 갑니다. 입장료는 2만 원. 인터넷으로 구매하여 40% 할인받아 입장합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대부분입니다. 혼자 온 어른은 저뿐인 듯합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제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혼자서 그림책 전시를 보다니요? 그것도 비싼듯한 입장료를 내고 말입니다.
출판사 ‘책 읽는 곰’에서 이 전시를 열었네요. 모두 이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소재로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형물, 그림책에 나온 장면을 베이스로 한 체험활동 부스에 와글와글 모여 있습니다. 부모들은 여러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주기 바쁘고요. 초대형 입체 미디어 작품, 그림책 도서관, 색칠하기 체험 존 등 그림책 속 세계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연계체험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자라서 책도 좋아하리라 믿으니까요. 저는 그림책 원화를 오래 머물며 바라보았습니다. 갤러리에 온 것 같더군요.
기념품 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그림책 주인공들의 봉제 인형과 키링이 많았는데 저는 그림책 한 권을 데려왔습니다. <바람숲 도서관>입니다.
한 소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양 옆으로 아름드리 큰 나무 두 그루, 다양한 꽃과 열매가 있는 숲 속에 서 있습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빨간 카디건과 파란 치마를 입고 예쁜 구두를 신었네요. 소녀의 치마가 살짝 휘날리네요. 숲에 바람이 부나 봅니다. 그림책 제목 <바람숲 도서관>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금박으로 수놓은 듯 적혀있네요. 도서관은 보석처럼, 귀금속처럼 귀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표지 그림만으로도 책 속 내용이 궁금합니다. 우리도 바람숲 도서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창가에 앉아있던 안나는 숲 속을 휘휘 돌며 불어온 바람에게 온 세 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안나는 문을 열고 나와 숲 도서관으로 들어갑니다.
숲에 바람이 불어와요
바람은 숲 속을 휘휘 돌며 온 세상 이야기를 들려줘요
솔잎을 간질이며 소곤소곤 도토리를 어르며 속살속살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둘 책으로 태어나요
“와, 숲 도서관이다!”
안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톡톡, 솔방울 책 무슨 내용일까요?
톡톡, 도토리 책 누가 나올까요?
“아,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도 있네. 재미있을까?”
주인공 안나가 숲에 들어서니 도토리와 솔방울, 산딸기까지 모두 책의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정말 마법 같은 도서관이네요! 안나 곁에 온 고양이, 토끼, 다람쥐, 참새, 모두 함께 숲 속 책을 봅니다. 산딸기를 좋아하는 안나는 산딸기 책을, 다람쥐는 도토리책을, 토끼는 토끼풀 책을 골라 읽습니다. 참새도 포르르 솔방울 책에 내려앉았네요.
“숲 속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두더지가 슬쩍 고개를 내밀어요.
“다들 가만히 앉아서 뭐 하는 거지?”
곰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요.
사슴이랑 너구리도 궁금해서 기웃거려요.
모두 숲 도서관에 모여....
다 같이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요.
키득키득 웃음이 나고, 핑그르르 눈물이 돌고,
불끈 용기가 솟고, 두근두근 꿈을 꾸어요
아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 가요
끄덕끄덕 나와 다른 생각도 이해해요.
무엇이든 꿈꿀 수 있어요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볼까요?
구름 위에서 별 낚시를 해 보는 건 어때요?
수많은 꿈과 이야기, 친구가 있는 곳, 저도 환상적인 바람숲 도서관에 푹 묻히고 싶습니다.
저는 도서관을 좋아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작은 도서관입니다. 그림책과 친해지면서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실에 꼭 들어갑니다. “어때? 여기서라면 책 읽어보고 싶지?”라고 꼬시는 듯 예쁘게, 기발하게 꾸며진 알록달록한 공간이 많습니다. 이런 어린 시절을 가지지 못한 저는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부모님과 또는 혼자서 책을 보는 아이들, 책과 뒹구는 아이들을 보면 ‘천국이 이런 곳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숲 도서관> 작가는 천국 같은 숲 속 도서관을 표현해 놓았네요. 실제로 저자 최지혜 님은 강화도 어느 산자락에서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네요. 5월에 친구들과 강화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가보자고 졸라봐야겠습니다.
그림책 표지처럼 초록한 요즈음,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 나들이 다녀오시는 건 어때요? 도서관은 정보만 주는 곳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서가 속을 거닐며 ‘바람숲 도서관’의 기운을 느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