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참치 카레

"일본에서 건너온 작은 레시피"

by torico


우리나라에 이 카레 레시피를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재료도 몇 가지 안 들어가고, 방법도 간단한데, 놀랍도록 맛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나 인터넷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요리다.


나는 이 레시피를 일본에 살던 시절,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아마도 아침마다 주부들이 즐겨 보던 TV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끝 무렵에 늘 짧은 요리 코너가 붙어 있었다. 어느 날 그 코너에서 소개된 것이 바로 이 토마토 참치 카레. 너무 단순한데도 놀랄 만큼 맛있어 그때부터 카레가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만드는, 나만의 단골 레시피가 되었다.


들어가는 재료는 고작 세 가지. 토마토 통조림, 양파, 그리고 참치캔.

생토마토를 써도 좋지만, 잘 익은 완숙 토마토가 아니면 시큼한 맛이 나기에 통조림을 쓰는 게 훨씬 안정적이다. 먼저 양파를 버터에 충분히 볶아 단맛을 끌어내고, 카레 루를 넣어 함께 볶는다. 여기에 홀토마토를 넣고 끓이다가 설탕과 인스턴트커피가루를 아주 조금만 넣어준다. 설탕은 토마토의 날카로운 산미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커피는 카레의 풍미를 깊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에 참치를 넣고 10분만 끓이면 끝. 손쉽게 만들어내는 한 그릇이지만, 맛은 놀랍도록 풍성하다.


여기에 시소(일본의 깻잎 같은 향채)를 올려 함께 먹으면 완벽한 밸런스가 완성된다. 시소 특유의 싱그러움이 토마토와 참치의 맛을 가볍게 띄워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한동안 생략했는데, 요즘은 컬리나 쿠팡 같은 곳에서 종종 살 수 있게 되어 다시 곁들이곤 한다. 시소를 좋아한다면 꼭 시도해 보길 권한다.


카레 루는 언제나 달콤한 맛을 고른다. 브랜드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단맛 / 보통 / 매운맛’ 정도로 나뉘는데, 나는 단맛을 쓰는 편이다. 이 레시피에 특히 잘 어울리기도 하고, 곁들인 매콤한 김치와도 찰떡궁합으로 잘 맞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참치캔 자체를 참 좋아한다. 반찬이 없을 때는 상추에 고기 대신 참치와 쌈장을 넣어 싸 먹는데, 고기보다 산뜻하고 여름철엔 더없이 간단하고 좋다. 아마 그래서 이 레시피도 더 자주 해 먹게 되는 것 같다.


음식이란 참 신기하다.

예전에 즐겨 들었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 시절의 공기와 감정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듯이, 한 그릇의 음식에도 어떤 시간과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이 카레를 먹을 때마다, 처음 이 레시피를 보았던 일본의 작은 방, 그 방 안의 낡은 TV, 여름의 냄새와 공기가 함께 떠오른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기억인데도, 그 맛은 여전히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 준다.



IMG_1156.heic “그때의 공기와 온도가 스며든, 소박한 나만의 카레 한 그릇”




재료 (2~3인분 기준)


양파 1개

버터 1큰술

카레 루(달콤한 맛) 3~4조각

홀토마토 통조림 1캔 (또는 토마토 주스 2컵)

참치캔 1개

설탕 1작은술

인스턴트커피 가루 1작은술

시소 잎 약간 (Optional)



만드는 법


양파를 얇게 슬라이스 하여 버터에 넣고 카라멜라이징 하듯 충분히 볶아준다.

카레 루를 넣어 양파와 함께 볶는다.

홀토마토(또는 토마토 주스)를 넣고 끓인다.

설탕과 인스턴트커피 가루를 1작은술씩 넣어 맛을 조절한다.

국물이 끓으면 참치캔을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그릇에 담아 시소 잎을 올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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