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샌드위치, 오늘 우리 집에서

"원조와는 다르지만 이걸로 충분해"

by torico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유럽 사람들이 식사로 즐기는 단단한 사워도우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달콤한 디저트 빵보다는, 식사 대신으로 혹은 수프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담백하고 고소한 빵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처럼 이런 빵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소소하지만 참 반갑다.


그중에서도 타르틴 베이커리는 대중적이면서도 맛있고, 또 집 근처에 있어서 가끔 들르게 된다.

친구에게는 타르틴에서 늘 즐기던 샌드위치가 있었다고 한다. 사과가 들어간 모타델라라는 샌드위치였는데, 어느 날 단종되어 더는 먹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자, ‘왜 나는 그걸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도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인터넷에서 모타델라샌드위치를 검색해 사람들의 후기와 사진을 참고하며 레시피를 떠올려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맛을 본 친구는 “정말 맛있어. 원조랑 비슷해”라고 말했다.

나는 원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그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고마움이 섞인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입맛에는 이 샌드위치가 가장 잘 맞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로 이 샌드위치는 내가 가장 자주 찾는 메뉴가 되었다. 몇 번 더 만들면서 내 취향에 맞게 조금씩 손을 봤다. 번거로운 무화과 조림은 빼고, 구하기 힘든 모타델라 햄은 잠봉이나 홀머슬햄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단순하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조합이 완성되었고, 어느새 이 샌드위치는 내 부엌에서 가장 나다운 요리가 되었다. 슬랩으로 만들면 투박하고 든든하며 고소하고, 치아바타로 만들면 부드럽고 쫄깃한 매력이 있다.


달콤 쌉싸름한 홀머스터드 소스와 직접 만든 바질 페스토 위로 얇게 썬 사과와 햄, 하바티 치즈, 루꼴라가 차곡차곡 쌓인다. 한입 크게 베어 물 때마다 문득 ‘이건 이제 원조와는 전혀 다른 샌드위치가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내 입맛에는 이대로 충분하다.


그래서 언젠가 내 가게를 열게 된다면, 나는 이 샌드위치를 꼭 메인 메뉴로 올려두고 싶다.


사과의 상큼함과 바질의 신선함을 한입에




재료

치아바타 또는 사워도우

바질페스토

특제 소스 (마요네즈 + 화이트 발사믹 + 연유 + 홀그레인 머스터드)

사과 (얇게 슬라이스)

슬라이스 햄

하바티 치즈

루꼴라


만드는 법

빵 한쪽 면에 특제 소스를 바른 후 하바티 치즈를 얹고, 오븐에 약 3분간 바삭하게 굽는다.

반대쪽 면에는 바질페스토를 바른다.

햄, 슬라이스 한 사과, 루꼴라 순으로 올린다.

빵으로 덮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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