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없이도 휴일은 이렇게나 괜찮다.”

63. 재미없는 소설의 주인공 같은 삶

by TORQUE

가을의 끄트머리 어쩌면 겨울의 초입일지 모른다. 맑은 하늘이 유난히 차갑던 오늘 아침, 40대 아저씨가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금연 63일 차. 이제는 아침마다 느꼈던 폐의 묵직함이나 가슴을 파고들던 잿빛 향도 모두 사라졌다. 그 대신 상쾌한 공기와 함께 맞는 하루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는 느릿느릿 주방으로 향해 커피를 내렸다. 진한 원두 향이 거실을 가득 메우는 동안 창밖을 내다본다. 가로수 나무들 중에는 이미 겨울 준비를 마친 듯 잎사귀를 내려놓은 나무들이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그 자신이 지난 63일 동안 이룬 변화와 닮아 있었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휴일인데 좀 걸어볼까.” 따뜻한 점퍼를 걸치고 얇은 장갑을 끼고 문을 나섰다. 양재천변은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였다. 조깅을 하는 이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들 사이를 걷다 보니 금연을 결심한 날이 문득 떠올랐다.


'뭐야 이거 또 고장이야?'

벌써 네 번째 바꾼 전자담배 기기, 기계값만 수 십만 원이다.

'에이씨 그냥 이참에 끊어버릴까?'

사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와 핑계는 차고 넘친다. 전자담배 기계가 고장 났으니 아주 훌륭하고 적절한 근거와 이유가 아닌가. 그렇게 별 이유 없이 담배를 끊었다. 어쩌면 담배가 날 떠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낙엽, 가을바람 사이로 살랑이는 갈대, 그리고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올해 맞이하는 가을은 더욱 또렷하고 탐스럽고 풍성한 느낌이다. 담배 없이 맞이하는 수십 년만의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63일 전의 기억을 지우고 오늘 그저 평화로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로 한다. 폐가 깨끗해졌는지 몰라도, 이 맑은 공기가 한층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잠시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매일 작성 중인 금연 일기를 본다 그리고 짧은 글을 저장한다. '금연 63일 차.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잊고 살았던 평범한 행복을 되찾는 중.'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득 점심 메뉴로 동네 단골 순댓국밥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연 이후 점점 더 좋아지던 미각 덕분에 그곳의 국물맛이 얼마나 더 진하게 느껴질지 기대된다. 순댓국에 깍두기를 올려 먹으며 그는 자신에게 조용히 말했다.

“담배 없이도 휴일은 이렇게 충분히 괜찮네.”
그의 입가에 어느새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 순간, 금연이라는 긴 여정이 결코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오히려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특별한 과정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꺼내 들었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금연 100일.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올 더 많은 행복.' 40대 중년 아저씨의 63일째 담배 없는 휴일은 그렇게 그의 작은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금연 63일 차


변화

- 담배 없이도 늦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담배가 없어 가을을 더욱 또렷하게 느끼는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마음이 차분해져서인지, 심박수가 낮아서인지 서두르지 않으려 하고 깊이 생각하려고 한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는데, 어느 순간 시간 앞에 있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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