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에서
지난 에피소드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상한 철학을 논했으니, 이제는 그 철학을 지탱해 줄 ‘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루페르투스 멜데니우스도 당장 쌀독이 비었다면 ‘본질’이고 나발이고 ‘일단 쌀부터 사고 보자’고 했을 거다 ㅋ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산소와 같다.
20년간 꼬박꼬박 꽂히던 ‘월급 마약’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산소 호흡기를 떼고 맨몸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엑셀 파일을 켜놓고 ‘생존 수학’을 푼다.
이건 대박을 꿈꾸는 게 아니다.
죽을 때까지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현금 흐름(Cash Flow)’을 만드는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 뭐 하나. 숫자가 맞아야지.
나는 내 노후의 돈줄을 크게 4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정리해 봤다.
내 1차 목표는 1번과 2번을 합쳐 65세 이후 ‘숨만 쉬어도 들어오는 돈’을 월 350만 원 수준으로 맞추는 것,
그리고 그 전까지의 ‘소득 크레바스’는 3번(배당+N잡)으로 메꾼다. 자산을 팔아서 생활비를 쓰는 게 아니라, 자산이 낳은 ‘알(배당)’과 내 ‘기술’로 버티는 구조다.
회사를 나오면 국세청보다 무서운 게 건강보험공단이다. 4번째,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집 있고 차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 폭탄(월 30~40만 원)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졸업 선물로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신청할 예정이다.
퇴직 전 18개월 이내에 1년 이상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했다면, 퇴사 후 3년간은 직장 다닐 때 내던 수준(사용자 부담금 제외하더라도 지역보다는 쌀 확률이 높다)으로 건보료를 낼 수 있다.
이 3년 동안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맞추거나, 재취업을 해서 다시 직장가입자가 되는 것이 나의 1차 방어 전략이다.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온다.
‘내가 이러려고 20년을 일했나. 고작 병원비랑 건보료 걱정하며 늙어가야 하나.’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는다.
내가 이토록 치밀하게 표까지 그려가며 돈 계산을 하는 이유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돈 때문에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
만나기 싫은 사람을 안 만날 수 있는 자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보는 자유보다 우선 하는 것이 이 두가지 아닐까?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
통장 잔고는 조금 비어도, 내 인생의 주도권만큼은 꽉 쥐고 살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배당금이 입금되었다는 알림 문자에,
소소한 안도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