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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온도 Sep 24. 2022

어서 와 중국은 처음이지?

유학 준비




설레는 마음으로 1년 간의 독립,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비록 내 동기들과 함께하는 유학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대학으로 갈 수 있어 만족했다.

한 학년 아래였던 동생 은정이, 그리고 작년에 천진에서 따로 유학한 한 후 4학년으로 복학 한 슬기 언니, 이제 4학년이 되는 나, 서로 잘 알지는 못했던 사이지만, 이렇게 세 명이서 1년을 보내게 되었다.


난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중국은 내게 첫 해외여행지였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엄마 가게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중국인 유학생 메이 언니를 따라 상해와 북경을 여행한 적이 있다. 처음 본 상해와 북경의 모습. 더럽고 무서울 거란 중국에 대한 편견은 그 여행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의 어떤 도시보다도 발전한 모습. 특히나 상해는 마치 미래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뭐,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크긴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좀 더 중국어를 잘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 여행이기도 했다.

2년 전 가보지 못한 곳. 천진은 어떤 곳일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중국어로 내가 중국과 더 가까움을 느낄 수 있을까, 예전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지금, 중국을 잘 즐기고, 배우고  올 수 있을까?

 

준비의 첫 단계는 역시나 병원이었다.


“선생님, 제가 이번에 중국으로 1년 동안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진짜 가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뭐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럼 중간에 한번 들어올 수 있을까요?”


1년 치 인슐린과 주삿바늘, 알코올 솜, 혈당체크 시험지 등등. 남들보다 챙겨야 할 짐이 더 많았다.


‘환경이 바뀌어 인슐린 필요량이 늘거나, 인슐린을 보관할 곳이 없거나, 상하면... 어쩌지..’


단순히 챙기는 것 외의 여러 변수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먼저, 지금 맞는 주사량보다 얼마큼 더 필요할지 예측이 어려웠다. 대부분 사 먹게 되는 일이 많을 텐데, 그럼 혈당을 잡기에 어려울 것이다. 지금보다 필요량을 조금 높여 계산해야 한다.

그다음, 인슐린은 보통 2~8℃에서 냉장 보관해야 하고, 개봉한 인슐린은 30℃ 이하의 실온 또는 냉장에서 보관하며, 보통 한 달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간혹 여러 이유로 인슐린이 상할 때도 있는데, 상한 인슐린은 많은 용량을 주사해도 혈당을 잡아주지 못할 수 있고, 그럼 효과가 없어 새것임에도 버리게 될 수 있다.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상황 등을 고려해야 했고, 현지 병원을 급하게 이용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영문 진단서도 발급받아야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름방학이 시작하면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다.

6개월 후 정기검진과 더불어 추가 인슐린과 필요한 소모품들을 더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 영상통화도 되고, 인터넷으로 화상전화도 되니까.”


엄마와 가족들은 여전히 걱정했지만, 어차피 언젠간 가족들 곁을 떠나게 될 날이 올 거다. 미리 하는 예행연습이 될 거라 생각했다.

유학을 떠나기 일주일 전, 우리 집도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했다. 그 덕분에 유학에 필요한 짐들은 이사를 와서도 그대로였다. 풀지 않은 이삿짐 겸 유학용 짐은 그대로 나와 함께 중국으로 간다.


여정에 허락된 짐은 총 50kg 정도의 가방 2개였다.

옷과 인슐린 외에도 옷걸이부터, 신발, 가방, 화장품, 노트북 그리고 현지에서 한국음식을 해 먹을 때 필요한 한국의 조미료들까지. 50kg이 넘는 짐이 이민가방과 케리어, 그리고 기내용 백팩에 꽉꽉 들어찼다.



 ‘내 짐이 진짜 많은 거구나.’


공항에서 만난 유학생 세 사람의 짐 중에서 내 짐은 월등히 많았다.

최대한 중국에서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바리바리 챙겨 온 생필품들까지. 이미 작년에 천진을 다녀왔던 슬기 언니는 가서 다 살 수 있다며 부족한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빠진 물건이 있어 고민하던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2012년 3월 19일, 이번 학기는 중국에서 학교생활을 한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위해 공부하고, 생활하는 소중한 1년. 값진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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