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우울증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by 박근필 작가

펠프스는 여러 강연, 인터뷰, 토크쇼 등에서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했다.

그는 수영 선수로 메달을 획득하는 일보다 우울증을 털어놓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일이 더 값지다고 당당히 말한다.

강철 같던 그가 초췌한 얼굴로 덤덤하게 우울증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신기하게도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후 포효하던 장면이 겹쳐지는 걸 느꼈다.

정신 질환을 고백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물속을 가르던 챔피언의 정신력에 버금가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2018년 시카고에서 열린 케네디 포럼에서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제 알아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요.

물론 낙인은 여전히 존재해요.

그래서 자살률이 올라가는 거예요.

정신 질환을 이야기하고 고백하는 걸 두려워해서요.

그러나 적어도 이제는 사람들이 조금씩 정신 질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때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나종호.






오랫동안 우울감에 빠져 살았다.

10년 가까이.

정식 진료를 받지 않았으니 단순 우울감이었는지 우울증이었는지,

그 외 다른 것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지금 와서 크게 중요할까 싶다.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우울증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동물병원 운영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

사람(보호자)을 상대해야 하고 거기서 누적되는 인간에 대한 회의감,

아프고 딱한 반려동물을 일상적으로 접함으로써 생기는 동정피로.

그 외 여러 가지..


내 존재와 에너지가 소모되고 소진되어 갔다.

만성 피로, 무기력, 우울감에 시달렸고 가끔 삶의 끈을 놓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내게 높았다.

외부의 시선은 크게 상관없었다.

만약 약을 먹게 되면 오랫동안 먹고 의존하게 될까 염려되어 가지 못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부터 하는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그저 버티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니 살아냈다.

속과는 다르게 겉은 남들이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한 사람이었을 거다.

아님 늘 피곤해 보이는 정도의 사람이거나.

고맙게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주었다.


그런데 최근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글도 썼었지만 약 3개월 전 한 달 정도 죽을 정도로 갑작스레 아팠다.

문자 그대로 죽을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몸이 망가지니 무너지니 멘탈도 같이 무너지더라.

그렇게 오랫동안 버텨주던 멘탈마저 이번엔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멘탈이 더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3개월이 되어간다.


다행히 몸도 마음도 점차 좋아졌다.

당시 찾아 읽었던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중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와 특히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큰 힘을 얻었다.

운동 강도가 낮아 운동이라 하기에 민망하지만 가벼운 걷기와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부족한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준 덕인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도 거의 없이 지내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복용 중인 약의 용량이 최소 유효량 보다도 낮은 용량인데,

이렇게 빨리 많이 좋아진 것은 마음을 잘 다스리고 독서와 운동의 효과 때문일 거라고 말씀하셨다.

당장 약을 끊을 수도 있으나 그러면 종종 부작용을 겪는 분들도 있어서 6개월은 먹고 종료해 보자 하셨다.

절반 정도 남은 셈이다.


좀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맴돈다.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체력, 건강 그리고 마음.

가까운 시람과의 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전엔 혼자만 담아두고 안고 갔으나

이젠 가끔 아내나 친한 형에게 털어놓는다.

그럼 마음이 꽤 편안해진다.


조금 전까지 읽은 책의 내용 중 나온 한 책의 제목이 떠오른다.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우리 대부분은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몸이든 마음이든 아픔을 품고 있다.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 서늘한 여름밤 <나에게 다정한 하루>.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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