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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Dec 02. 2021

이탈리아 북부에서 카탈루냐로 2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39화

[대문 사진] 폼포사의 종탑 깜빠닐


11세기 건축가들은 건물 지붕에 반원형 둥근 천장을 설계함으로써 교회 내부에 좀 더 커다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차 형 둥근 천장 역시 풍부하게 활용하였죠. 교차 형 둥근 천장은 주로 좌우측에 나 있는 회랑들에 적용했습니다.


성당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지하교회(크립트)의 커다란 공간을 덮고 있는 천장 역시 교차 형 둥근 천장입니다. 지하교회 천장 바로 위로는 지상층 성당 신자석이 자리하고 있으며, 신자석 바닥 아래 지하교회의 천장은 기둥들이 지탱해주는 구조입니다. 지하교회 천장 설계시에 가장 빈번히 채택한 경우 또한 교차 형 둥근 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38년을 전후하여 지어진 비크(Vic) 대성당이 바로 이 경우에 속합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비크(Vic) 대성당.


11세기 건축가들은 건물 위에 원형 천장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쿠폴(coupole)이라 부르는 이 둥근 원형 천장은 로마인들이 물려준 유산으로 1040년경 스페인 카르도나(Cardona) 성당 건축에 채택된 뒤로 1053년을 전후한 시기에 프랑스 랑그도크의 꺄항뜨(Quarante)에서 시도됩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카르도나(Cardona) 산 빈첸스 성당.
프랑스 에호(Hérault) 지방에 위치한 꺄항뜨(Quarante) 성모 마리아 대성당.


가장 많이 활용된 원형 천장의 형태는 좌우 날개에 해당하는 측랑들에 의해 십자가 형태를 이룬 교회 내부의 정 중앙 지붕을 이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후에 교회들마다 건물뒤쪽에 작은 종탑들이 들어서다가 마침내 커다란 종탑들이 출현합니다.


로마네스크 건축물에서 둥근 천장이 점진적으로 일반화되어갈 수 있었던 데는 로마 가톨릭 제식을 더욱 발전시킨 그레고리안 성가의 출현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둥근 천장과 그레고리안 성가는 따라서 서로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성가의 음향 효과가 적어도 둥근 천장과 건물의 커다란 내부 공간에 의해 개선되었다는 점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돌로 뒤덮인 둥근 천장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내 공간은 수도원 교회의 내진에 자리 잡은 성가대석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들을 더욱 조화롭고 아름답게 공명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입니다.


게다가 돌로 지은 둥근 천장은 열을 차단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화재가 났을 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소화설비를 갖춘 공간과도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죠.


이 시기에 이탈리아 북부에 종탑들이 등장한 것 역시 확실합니다. 종탑은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죠. 각 층마다 띠를 두른 듯이 장식된 톱니바퀴와 작은 아치들이 이룬 이빨 모양의 기다란 띠 장식(프리즈)은 건물 아래부터 꼭대기에 이르는 동안 점점 숫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벽을 뚫고 낸 창들은 종탑을 훨씬 크게 돋보이도록 만들어 줍니다.


종탑들은 포(Pô) 벌판에 자리한 폼포사 수도원 교회에서 보듯, 간혹 가다가 교회 몸체와 분리된 곳에 세워지기도 합니다. 폼파사 수도원 교회 종탑 이름은 깜빠닐(campanile)인데, 꼬모(Como)와 오르따(Orta)에 걸쳐 있는 호수 인근 지역에 세워진 종탑들이 다 같이 깜빠닐이란 이름을 지녔습니다.


이탈리아 폼포사(Pomposa) 수도원 정면에 세워진 기다란 종탑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깜빠닐(Campanile)입니다.


이 ‘종탑’을 가리키는 깜빠닐이란 용어가 프랑스 남서부 랑그도크 지역의 지명으로까지 전래된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카탈루냐의 특정 지역에서 이 용어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사(Cuixà)의 성 미카엘 종탑과 비크(Vic) 대성당 종탑 이름이 그와 같이 깜빠닐입니다. 비크의 대성당 종탑은 11세기 초반 수도원장이자 주교인 올리바 살아생전에 완공되었습니다. 폼파사의 종탑은 그렇듯 12세기 말까지 거의 모든 교회에 세워진 종탑들의 원조로 자리 잡아갑니다.


남동쪽 방향에서 바라본 쿠사(Cuixà) 성 미카엘 성당. 11세기, 프랑스 피레네 오리앙탈.


1040년 처음 성당이 완공되었을 때 성당의 모습은 두 개의 쌍둥이 종탑이 성당 내진의 좌, 우측 회랑 끄트머리 천장을 뚫고 솟아오른 형태였습니다. 현재는 남쪽 종탑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성당 뒤쪽에서 바라보면 성당 아래쪽 경사진 토대가 종탑을 끌어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긴 띠 장식과 톱니 모양을 한 장식이 돋보이는 종탑 아래 두 개의 층에는 아주 단순한 창문들이 나 있지만, 위로 두 개의 층에는 서로 쌍을 이룬 두 짝의 창문들이 마치 안구와 같은 형태로 종탑 밖으로 돌출되어있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보고와도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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