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래된 타자기 Dec 19. 2021

클뤼니 III 수도원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49화


웅장하면서 상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클뤼니 III 수도원은 프랑스 부르고뉴 수도원 가운데 그 규모나 능력면에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11세기 말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영성적으로 최고의 수준에 올라섰죠. 이는 모든 유럽의 수도원들이 부러워 마지않던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재화나 부동산에 있어서도 클뤼니 수도원은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였습니다.


클뤼니 III 수도원 공사는 1088년 위그 드 스뮈흐 수도원장에 의해 시작됩니다. 1095년에 클뤼니 수도원의 수사 출신인 교황 우르반 2세가 이미 수도원으로 출발한 공사현장에서 축성을 하였죠. 교황은 또한 미사를 개최하고 여러 번 수도원을 축성해주었습니다.


1130년에는 완성된 건물에 대한 봉헌 미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앙상한 유적들만 남아있지만, 당시에는 가장 많은 숫자의 기독교인들이 운집했던 수도원입니다.


실상 18세기 말에 마지막으로 수사들이 떠난 뒤부터 수도원은 어느 기업인에게 팔려 돌들이 뜯겨나가는 채석장으로 돌변했습니다. 그 시기가 프랑스 대혁명 직후인 1793년에서 182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죠.


프랑스 역사가이자 고고학자인 프로스페흐 메리메(Prosper Mérimée)가 나서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건물이라도 구하고자 과감히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파괴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는 종탑들과 커다란 트란셉트 남쪽 두 팔 격에 해당하는 좌우 회랑들의 벽체들을 제외하곤 모조리 파괴되었죠. 내진의 교차점의 기둥머리 역시 몇 개가 다행히 남아있었습니다.


수도원이 들어서 있던 자리는 그 흔적이 어렴풋하게나마 남아있어서 건축물의 토대를 통하여 어머 어마한 크기의 수도원 건축물을 도면으로나마 복원해볼 수 있었습니다.


클뤼니(Cluny) 시의 탑들과 종탑들. 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의 오늘날 모습.


사진상으로 가장 멀리 보이는 유적이 클뤼니 수도원 본래의 유적에 해당합니다. ‘축성된 물(Eau Bénite)’이란 이름을 가진 종탑과 작은 시계탑이 거대한 트란셉트 남쪽 팔에 해당하는 부분 위로 올라섰습니다. 앞쪽 왼쪽에는 치즈 탑(Tour des Fromages)이 서있고 오른편에는 수도원 한 중심에 서있는 옛 탑이 보입니다. 성모 마리아(노트르담) 성당의 종탑입니다.


당시 수도원을 가상으로 재현한 모습.


엄청난 크기의 교회 뒷부분엔 순환 형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후진이 자리 잡았습니다. 후진에는 방사상으로 5개의 작은 제단들이 회랑을 향해 열려있는 구조입니다. 좌우 회랑에 해당하는 트란셉트의 길이는 일정치 않으며 역시 후진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서쪽에 나있는 교회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5개의 회중석들이 쭉 이어져있는데, 서쪽 파사드는 두 개의 육중한 탑들을 품고 있습니다.


두 개의 트란셉트를 염두에 둔 이 거창한 설계는 이미 루아르 지역에 위치한 생 브누아(성 베네딕투스) 교회에서 시도된 바 있습니다. 생 브누아 교회는 클뤼니 수도원 교회의 모델이었던 셈입니다.


클뤼니 수도원 교회의 모델이었던 생 브누아  수도원(Abbaye de Saint Benoît sur Loire) 교회.


다시 클뤼니 III 수도원으로 돌아가면, 직립 단면도 상으로 회중석들과 후진들은 3층 구조를 하고 있으며, 커다란 아케이드 위로는 장식용 아케이드가 다시 자리잡고, 가장 높은 곳에는 거대한 크기의 창문들이 나 있어서 내부로 햇볕이 직접 내리쬐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교회 뒷부분은 기이하게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입니다. 이 후진은 교회 건축물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이루고 있죠. 시선을 압도하는 6개의 탑들과 종탑들 또한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건대 클뤼니 수도원 교회건축물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완성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놀라운 모델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와 가장 유사한 교회가 파레 르 모니알 교회일 것입니다.


클뤼니 수도원 교회를 모델로 하여 지은 파레 르 모니알(Paray le Monial) 성심 대성당(La basilique du Sacré Cœur).


물론 그 규모나 크기 면에서 상당히 축소된 형태이긴 하지만 거의 닮은꼴입니다. 클뤼니 III 수도원 교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건축물을 하나 더 예로 든다면, 쏠리유에 위치한 생탕도슈 성당과 라 샤리테 쉬흐 루아르입니다.


라 샤리테 쉬흐 루아르(La Charité sur Loire) 수도원 교회와 쏠리유 생탕도슈(Saint-Andoche de Saulieur) 성당.


생 브누아 쉬흐 루아르로부터 이어받은 삼중 회중석 직립 구조는 옛 베리 지방의 교회들에서 확인되는데, 그 예가 앵드르 지역에 위치한 생 쥬누 성당이고 또 하나는 셰르 지방에 있는 블레 성당입니다. 또한 랑그레와 오툉 대성당도 이 경우에 속합니다.


상단 왼쪽부터 차례대로 <오툉(Autun) 대성당>, <랑그레(Langres) 대성당>, <생 쥬느(Saint Genou) 성당>, <블레(Blet) 성당>.


이러한 예는 클뤼니 교회가 수도회에 소속된 어떤 특정한 타입의 교회라고 단정지을 수 없음을 예증해줍니다. 클뤼니 수도회에 소속된 각각의 수도원들은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한 건축물의 모델을 구했던 것이죠.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후진에 순환형 회랑을 갖추었으며, 방사상으로 소 제단들을 갖춘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또한 교회 내부의 팔 격에 해당하는 트란셉트라는 좌, 우측 회랑을 건립하여 여기에도 작은 후진들을 설치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제이면서 수사였던 이들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던 제단들이었고 이런 식의 제단의 활용은 로마네스크 시기에 보다 확고해졌습니다.


클뤼니 III 수도원


위그 드 스뮈흐 수도원장이 주도한 공사는 1088년부터 클뤼니 수도원의 세 번째 건축물에 대한 공사를 시작으로 개시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진행된 공사는 건물의 양팔에 해당하는 거대한 트란셉트 공사였습니다.


어마어마한 공사에 비견되는 거창한 설계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3개의 회중석을 갖춘 5개의 공간으로 분할된 갈릴리(galilée), 양측에 두 개의 측랑을 거느린 중앙 회중석, 2층 구조의 이중으로 된 좌, 우측 회랑 격인 트란셉트, 방사상으로 5개의 소제단이 들어선 순환형 회랑을 갖춘 내진. 천장은 꺾인 통형 천장 구조를 채택했으며, 내부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30미터 이상에 달합니다. 동시대 순례자들의 교회들의 천장 높이가 10미터 내외였음에 비춰본다면 어마 어마한 높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건대 로마네스크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클뤼니 성당은 입구에서 내진까지의 총길이가 187미터에 이릅니다(벽은 제외). 동쪽에 4개의 종탑이 이중으로 자리 잡은 트란셉트 위로 솟아 올라서 있습니다. 종탑은 멀리에서도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클뤼니 수도원의 권력을 과시하는 듯합니다.


이 거대하고도 웅장한 성당의 축성식을 위하여 1130년 10월 25일 교황 이노첸트 2세가 일부러 참석하여 수도원 교회를 성 베드로와 바울에게 봉헌하고 축성하였습니다.


설계도면


[설계도면 1] 바라방 탑(Les tours Barabans): 동종에 가까운 두 탑은 13세기에 완공되었습니다. 북쪽 탑은 수도원의 고문서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고 남쪽 탑은 법정과 감옥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설계도면 2] 갈릴리(La galilée): 클뤼니 수도원들에서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건물입니다. 이 거대한 회중석 전에 위치한 공간은 1130년 이후에 조금씩 완성해나갔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은 다섯 군데의 공간을 생겨나게 만들었죠. 이곳에서 영면한 이들에 대한 성대한 미사가 집전되었습니다.


[설계도면 3]  중앙회중석(La nef principale): 양쪽 측랑을 갖춘 중앙 회중석은 11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3층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천장의 형태는 꺾인 둥근 천장이고 맨 꼭대기 벽에는 장식용으로 안벽이 막힌 아케이드와 창문들이 나 있습니다.


[설계도면 4] 축성된 물의 종탑(Le clocher de l’Eau Bénite): 웅장한 트란셉트의 남쪽 팔 위로 축성된 물의 종탑이 올라선 모습입니다. 오늘날 클뤼니 수도원의 유일한 유적으로 남아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종탑 천장은 트럼펫 형의 원형 천장을 이루고 높이는 지상에서 32미터에 달합니다.


[설계도면 5] 채광탑(La tour des Lampes): 작은 크기의 트란셉트의 교차점 위로 올라섰습니다.


[설계도면 6] 교회 후부(Le chevet): 동쪽을 향해 들어선 내진은 순환형 회랑으로 둘러싸였고 벽쪽으로는 5개의 작은 제단이 방사상으로 설치되었습니다. 이 순환형 회랑은 수사들이 묵상하면서 거니는 공간이었기는 하나 특별한 경우에는 성 베드로와 바울의 성골함을 공경하기 위하여 방문한 순례자들을 위해 개방되기도 하였습니다.




클뤼니 수도원은 프랑스의 풍요로운 부르고뉴 지방에 자리한 유서 깊은 수도원입니다.


이전 11화 노르망디 인들이 제작한 시칠리아 모자이크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