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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Oct 16. 2023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2.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이글은  '신파'로 시작해 '비평'으로 끝맺음 될 수 밖에 없다 !


 2023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78%! 역사적으로 전쟁 상황에서나 볼 수 출산율이라 한다. 전쟁 때와 비교가 안되게 먹고, 입고 사는게 풍요로운 세상에 살면서도, 매일을 전쟁처럼 느끼는 우리 시대의 씁쓸한 결과같다. 


 하긴 당장 나부터 높은 집값, 높은 교육열, 금수저 흙수저 빈부격차, 남녀차별, 육아 등에 돌격하며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총 칼 들고 달려드는 적군도 아닌데, 나는 도대체 무얼 향해 싸우고 어딜 향해 도망치는 걸까?!     

 2022년 6월 난임병원에 갔다.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행동했다. 머리속에 둘째를 갖지 않는게 나은 이유 천 이백가지가 있었는데 움직이는 다리 하나를 막지 못했다. 내심 형제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딸 아이가 마음에 쓰였다. 둘째를 낳는다는 게 고생길은 뻔하지만 그 고생속에서 만나는 삶의 진짜 의미와 경이로움을 찾고 싶었다.  

    

'계산된 이성' 을 벗어나 '불확실한 이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고 '이성에  절대 지배 당하지 않으리' 다짐하며 병원에 다니는동안 일기를 썼다.      


#2022년 6월8일     

  난임병원에 다녀왔다. 40이 지나면 자연임신 할 확률이 확 떨어진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좀 예외일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나역시도 4%대의 자연임신 확률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40대였다. 시험관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야 할 것 같다.     

 삶은 경험하는 자의 몫이니 이또한 감사히 여겨야지. 나이많다. 시간없다. 쫄지말고 그때 그때 반차든 반반차든 쓰면서 소중한 둘째를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 감사하다.     

 

#2022년 7월 28일     

  임신이 안됐다.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자신감은 떨어지고 조바심은 높아졌다. '40이 넘어 직장다니면서 무슨 유난이냐?' 할까봐 조심조심 쉬쉬하며 좋은소식 기다렸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참 막막하다.이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내야하는 것도 막막하고, 그 결과 역시 자신할 수 없다는 것도 막막하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친구와 동료의 마음을 이제서야 헤아려본다.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그녀들을 안아주듯 내 자신을 안아준다. 그리고  힘찬 언어로 응원해본다.

 '잘 충전해서 retry!'     


#2022년 9월25일     

  시험관 1차 이식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열흘. 임테기에 손을 대고 말았다. 결과가 두줄이면 '다둥이 엄마로 지지고 볶고, 내게도 이런 삶을 주시다니 경이롭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했고, 결과가 한줄이면 '깨끗하게 마음 접고 미쓰코리아 (정확히는 미세스)가 되야지. 더이상 얽메이지 말고 내 인생 살아야지' 했다.

 '나는 마흔한살이고, 예쁜 딸아이도 있고하니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 했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따뜻한 햇살아래 앉아 배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그냥 너무 행복했다. 세개의 꿈틀대는 희망이 내안의 모든 소음과 불안들을 잠식시켰다.      

 아이를 키운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것을 알고있으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운다는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있기에 욕심이 났나 보다. 

 임테기 결과는 한줄이다.


 이제 그냥 미쓰코리아가 되면 그만인데 아무것도 희망할 수 없는 내 마음은 왜일까?!'     

 6월 7월 8월 9월 한번의 인공수정과 한번의 시험관, 이제겨우 한번의 터널을 지나왔을 뿐인데... ...

내 마음에 조금의 겉 멋과 위선을 허락치 않고 진실되게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려는데 그 진실이 참 쓰다.      

 오늘 피검사하러 병원에 가야하는데, 임신이 아니라는 피검사 결과를 한번 더 들어야 하는데, 다 덤덤하게 받아들어야지 하면서도 눈에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처럼 눈물이 난다. 거르고 삭힐 새 없이 슬픔들이 콸콸 쏟아진다. 


한번의 인공수정, 한번의 시험관을 하는 동안 나의 이상은 현실에 완전히 굴복했다.      

 시술하느라 들인 비용 약 350만원에 굴복했고, 연차, 반차. 반반차 난임휴가 등으로 들쭉날쭉한 근무표에 굴복했으며 주사와 약으로 바뀐 내 몸의 이상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있는 아이마저 잘 돌보지 못 하면서 완전히 굴복 했다. 결과 좋지 않음, 다음 번도 확신할 수 없음. 낳는다고 해도 확신할 수 없음.......으로 결론내리며 현재까지 다시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몰래 품어보는 꿈 하나가 있듯이, 둘째 낳는일을 그렇게 가슴속에만 품고 살고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은 0.78%. 나는 1%의 평균 이상을 채웠으면서도 2%를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걸 애국심이라고 해야 하나?!

전방위에  나서서 출산율을 끌어 올리지 못해 미안한, 나라뺏긴 애국지사의 마음으로 현 시대를 바라본다.      

 개인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데,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에겐 미래가 없다니!!!, 없는 미래를 향해 매일 우리는 이렇게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것일까? 쉬고 있는데도 참 맥이 빠진다.     

 나에겐 삼남매가 있다. 나의 여동생과 남동생은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물려주신 최고의 재산이다. 어려서부터 k장녀로 여동생과 남동생에게 퍼주는 삶이었는데 퍼줄수록 남는게 사랑이라고, 덕분에 한평생을 풍요롭게 잘 살고 있다. 세상을 사는게 돈으로 사는게 아니라 이런 풍요로 사는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으면서 나는 왜 둘째낳기를 주저하는 걸일까?! 뭐가 무서워 펼치지 못하고 가슴속에 품고만 살고 있는 것일까?!     

 낳으면 낳은대로 다 각자 절로 제 인생 산다는데 두렵긴하다. 일하면서 아이키우는것도 두렵고, 또 일을 안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도 두렵다.

나의 두려움과 상관없이 아이는 정말 낳은데로 각자 제 인생을 잘 살까?! 내가 출산율 2%를 달성하면 그래도 평균하고도 남은 1%가 누군가의 미래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당장 나부터 '공부 죽어라해서 대학갔고, 취직했고, 애 하나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그 평범함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 말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아름다운 길을 내는것. 그게 바로 인생’

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아버지 혼자 벌어 4인가족 먹여살리며 운운하던 '가장의 무게'는 이제 더이상 아버지만의 것이 아닌 게 됐다. 밖에 나가 돈 벌며 아이 키우는 엄마도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 키우는 엄마도 '가장의 무게'를 느낀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여성에겐 가장의 무게가 있다.      

 보통의 삶의 무게에 얹혀진 이 무게가 부담스러워 거부하고픈 모든 여성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     

 부디 이 무게를 짊어진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떠올리며 그냥 한번 웃었으면 좋겠다. 여러 말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는데 이 말 밖에 적당히 위로 할 말이 없다.     

  중단된 시간을 끊고 그래도 나는 올해 한번 더 퍽퍽한 세상과 상관없이 개똥을 온 몸에 묻혀도 좋다고 깔깔대는 씩씩하고 귀여운 아이가 생기길 시도해 봐야겠다.     

'현실을 딛고 이상을 향해 갈 용기있는 삶에 미래가 있겠지.'     

 

 일본과 화해했다고 환히 웃고있는 뉴스가 나온다. 부디 출산율0.78% 속, 가임기 여성들게도 이처럼 간도 쓸개도 다 내어주는 햇볕정책들이 쏟아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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