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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아이

그 엄마에 그 아들

by 세아


나의 큰 아이는 겁이 엄청 많고 눈물도 많은 아이다. 난 큰 아이의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툭하면 눈물을 쏟았고 밤에 무서운 생각이 자꾸 나 매일같이 엄마 옷을 꼭 잡고 잠이 들던 아이였다.

언젠가 동네 친구가 "너 또 우냐?"라는 말을 했던 그날 나는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만큼 울보였던 나는 겁도 무지하게 많았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걸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몇 날 며칠은 거의 매일 생각났고 한참이 지나도 문득문득 다시 생각나 나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었다.


다신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지만 여전히 난 눈물이 많 가끔 사람들 앞에서도 눈물이 나 황급히 닦는다. 어쩔 때는 슬픈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를 정도니 슬픈 드라마, 영화는 예 보지 않으려 할 정도로 눈물 흘리는 것이 싫다.


나이가 들면 겁이 더 많아진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내가 정말 딱 그렇다. 높은 곳, 무서운 놀이기구도 무섭고 귀신도 여전히 무섭다.

이사 오고 나서는 한 번도 가위눌린 적이 없지만 그전에는 한 번씩 가위에 눌려서 남편 팔을 잡고 자고는 했다.


엄마가 이 정도니 아들내미가 똑같은 모습을 보이자 그 심정이 백 프로 이해가 되면서도 빨리 그 모습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자다가 화장실 가기 무섭다고 쪼르륵 와서 같이 가자고 잠을 깨우니 하루이틀 좋게 가주다가도 나중에는 성질이나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네가 지금 몇 살인데 아직도 화장실을 못 가니!"

화장실에 불도 켜놓고 거실에도 불을 켜놨는데 무섭다 하니 속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눈에 눈물부터 고이는 아이를 보면 '어쩜 이렇게 나랑 똑같을까' 싶어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러다 최근 잠자리에서 무서운 게 생각났다며 우는 아이랑 티격태격한 날 결국 터져버려 소리 지르고 말았다.

"네가 무섭다고 생각되는 것들 모두 티브이나 유튜브로 본 장면들이지? 그럼 앞으로 티브이나 유튜브를 아예 보지 말자 그럼 무서운 걸 볼 일이 없을 거 아니야!! 맞아 아니야?!"

"맞아요..."

큰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 아이는 가끔 놀러 오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틀어놓은 드라마에서 누가 피를 흘리거나 토를 하는 장면만 봐도 무섭다고 기겁을 하고는 하였다.

그러니 나는 아이가 그런 장면을 보지 않도록 아예 끊어버리겠다 한 것이다.

그리고 말 끝에 운동 한 가지를 무조건 배우고 하였다.

꾸준히 배우면서 몸도 튼튼해지고 네 몸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운동을 배워보라고 하였다.


다음 날 아이는 하루만 자기를 더 지켜보고 그다음에 유튜브나 티브이를 끊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그 두 가지를 끊는 건 안 되겠는지 무서운 건 절대 안 보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알겠다 하며 그래도 운동은 꼭 다녀야 한다고 다짐받았다.


나도 툭하면 나오는 눈물과 무서운 것들이 문득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이의 행동을 이해다. 하지만 남자인 우리 아이가 혹시나 더 커나가면서 친구들이 이런 모습을 놀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점점 자신의 이런 모습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닐지 우려가 된다. 래서 더 빨리 그런 모습을 고쳐야 한다고 조급한 생각이 들어 아이의 마음을 더 감싸주지 못하고 채근했던 것 같다.


아이가 자랄수록 나아지겠지만 엄마로서 그리고 아이랑 똑같이 눈물 많고 겁 많은 동지로서 하루라도 더 빨리 무서움도 극복하고 눈물 흘리는 것도 줄어들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고 싶다.


지금은 복싱을 알아보고 있다. 다행히 집 근처 복싱 체육관에서 5시 타임에 키즈복싱 수업이 있어 조만간 등록해 보려 한다.

복싱을 해보자는 말에 아이는 지레 "코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겁을 낸다.

아이의 말에 '어이구 이 겁보야' 하는 마음이 들다 웃음이 나온다.

"가면 줄넘기부터 할 테니 걱정 마"


아이도 자신의 그런 모습 때문에 나름 힘들 테니 엄마인 나도 이제는 화를 내기보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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