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 결혼식 회상하기
날씨가 화청 하던 일요일 친한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하였다. 중학교 3학년 시절 몰려다니던 8명의 무리는 세월이 지나 6명이 되었고 지금은 4명으로 줄었다.
이유가 뭐였 건 간에 그 풍파를 다 견디며 남은 우리 중 결혼 스타트를 끊은 건 당연 나였다.
친구들 모두 이제 막 신입을 지나 직장생활에 적응 해가는 사회 풋내기들이었으니 결혼을 하는 사람은 내 친구들의 지인들 중에서도 내가 처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 친구들은 나의 결혼식을 특별히 꾸며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나도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결혼식을 꿈꿨었다. 외국의 결혼식처럼 다 같이 즐기는 결혼식이 나의 이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나의 이상을 실현하기엔 멀었고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던 건 결혼식에서 친구들이랑 춤추는 것이었다.
왜 하필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이다..
나는 일을 하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영원한 사랑 안무 영상을 보며 연습하였다.
그때만 해도 6명이던 멤버 모두 무대에 서기로 했었다. 친구들도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며 안무를 배우기까지 했으니 모두들 영원한 사랑을 추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쁜 직장인이었고 많은 연습이 되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섰다.
6명 중 친구 한 명은 직장에 가느라 식에 못 온다 하였고 다른 한 명은 도저히 춤은 못 추겠으니 가방순이를 해주겠다 하였다. 그리하여 나를 제외한 춤을 같이 춰 줄 친구 셋을 위해 들러리드레스를 맞추어 주었고 친구 셋은 러블리한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채 영원한 사랑을 추게 되었다
결과는...
개망, 대망
어쩜 그렇게 안무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날까
하나도 떨리지 않다가 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미친 듯이 쿵쾅거리던 내 심장은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어 그런가 결국 안무가 떠오르지 않았고 영원한 사랑의 하이라이트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약속해 줘"만 겨우 해냈다.
(오글거려서 식 영상은 아직도 보지 못한다)
그런데 내 친구들도 못 추기는 매한가지였다
연습이 부족했던 친구들도 긴장감에 안무를 까먹고 다들 엉망진창이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다들 잘 봤다며 예뻐해 주셨으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때 같이 춤춰줬던 친구가 내 결혼식에서 꼭 축가도 불러 주고 싶다 하여 맡겼는데...
친구는 한 소절만 부르고 눈물을 멈추지 못해 그렇게 축가도.... 망해버렸다
'아니 뭐 하는 거야!!!'
속으로 내 친구야 제발 정신 차려 외쳤지만 닿지 못하였나 보다.
그렇게 내 결혼식은 추억 가득한 일들로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랬던 친구가 결혼을 하니 그 시절이 떠올라 친구들과 또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 내 결혼식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해 놓고 너의 결혼식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구나 하니
친구들은 너도 축가로 복수해 주지 그랬냐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그런 친구가 아버지의 손을 놓고 남편의 손을 잡으며 버진로드를 걸어가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멤버 중 한 명이 친구를 위해 축사를 하는데 눈물이 또 왜 나는지
나는 결혼식 내내 눈물을 훔치느라 힘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들이 "너 벌써 갱년기니?" 라며 놀린다. 뭘 그렇게 우냐고
이만큼 지내온 우리의 시절이 주마등같이 지나가 그런 걸까
친구가 꽃길만 걷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빌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이 된 지인들을 볼 때면 함께한 세월이 떠오르고 볼꼴 못볼꼴 다 봤던 이들이 멀끔한 모습으로 변신한 채 버진로드 위에 서있는 걸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소중한 이들이기에 그들의 새로운 출발이 순조롭길 바라며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 한 선배답게 나도 잘 살아가는 모습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