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아이가 5살 둘째 아이 3살 무렵부터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장 시간이 많고 엄마가 필요할 때 일을 시작한 것이다.
자영업자라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에 출근하여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 집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피곤에 지쳐 들어오는 엄마를 보면 반갑다고 달려오곤 했다. 피곤한 몸을 어떻게든 버티며 잠자리에 책 1-2권을 읽어주려고 안간힘을 쓸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클수록 "친구들은 주말에 캠핑을 갔데요", "어느 나라를 다녀왔데요" 이런 말들을 내뱉고는 하였다.
그것이 나에겐 짐이었다.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나에겐 미안한 것들로 다가왔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며 아이들과 못 다했던 것들을 하고 싶었다.
그 이유 말고도 사실 집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는 것보다 어디라도 나가는 것이 아이들과 덜 싸우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여 나는 최대한 아이들이랑 주말마다 나가려 했다.
그래서 '주말 아이랑 서울', '아이랑 가볼 만한 곳'을 계속해서 검색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우리 아이들은 박물관도 관심 없고 꽃구경도 싫고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아진 '초등학생들'이 되어있었다.
"이번 주는 어디 가자" 하면 큰 아이는 벌써 " 아 나 거기 싫어하는데", "아 나 가기 싫은데" 이런 말을 내뱉었다.
기껏 힘들게 검색해서 예약한 엄마 마음도 모르고 가기 전부터 가기 싫다고 말하는 큰 아이를 보며 서운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밀어붙여 아이들을 끌고 장소로 데려가면 아이들은 언제 칭얼거렸냐는 듯 그곳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겐 기쁨이었다.
저번 주말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 그곳엔 작게나마 놀이공원이 있어 아이들을 위해 빅 5 이용권을 예약해서 갔다. 작은 놀이공원이지만 아이들이 잠깐이나마 즐기기엔 괜찮은 곳이라 예약한 것인데 역시나 처음엔 가기 싫다고 찡찡거리다 막상 도착하니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대공원에 왔던 것이 큰아이가 네다섯 살쯤이었으니 굉장히 오랜만에 온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나 회전목마만 타도 신난다고 좋아하던 꼬마였는데 언제 이리 커서 동생이랑 둘이서만 무서운 열차를 타고 바이킹을 타는지 새삼 아이들이 훌쩍 큰 느낌이 들었다.
놀이기구를 타고 이제 동물들을 둘러볼까 하는데 금세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어요"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제 너네랑 함께 돌아다닐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느껴졌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친구한테 같이 게임하자고 전화하는 아이를 보니 내가 아픈 발을 질질 끌고 거기까지 다녀오며 뭘 한 걸까 싶어 허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상황이겠지.
'나도 학창 시절엔 엄마 아빠보단 친구들이랑 노는 게 최고였으니깐'
아이들은 어느새 내 옆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아이들이 내 옆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는 옆에 있어 주지 못하다 이제야 아이들 옆에 서려니 아이들이 떨어지려 한다.
아이들이 진짜 친구를 먼저로 생각 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 한다. 벌써 귀찮아하고 싫은 티를 내지만 조금이라도 같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그동안 못다 한 것을 조금이라도 같이 하면서 추억을 남기고 싶다.
물론 아이들에겐 그것이 귀찮은 일정 중 하나 일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라도 사진에 남겨두고 싶다.
"조금만 더 엄마랑 놀아주라"
이번 주도 애들 옆에서 질척여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