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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체벌, 나는 후회한다

by 세아


나 어릴 적만 해도 파리채며 효자손이며 잘못을 하면 부모님께 정말 '후드려 팬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맞으면서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학교에서도 별거 아닌 일로 선생님께 맞는 것은 물론 조금만 선생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교실 뒤로 나가 엎드려뻗쳐를 하거나 투명의자를 해야 했다.

학교에 아무리 망나니 같은 아이들도 학년부장 선생님이나 'XX 개'라는 별명이 붙은 선생님들 앞에서는 깨갱 할 정도로 아이들을 혼쭐 내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만큼 그 시대에는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우리 부모님, 이웃 어르신, 학교 선생님, 지나가는 모르는 어른들까지도 어린 학생들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지적하고 혼내는 것이 어른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행동들이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일탈을 해도 몰래, 숨어서 했고 그러다 걸리면 호되게 혼남을 당하면서 진심이 아닐지라도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일을 했다간 되려 '아동학대다', '인권침해다'라며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을 혼내는 것이 어른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오히려 역이용하고 있다.
어른들은 점점 되려 무슨 일을 당할까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고 있다.

당연히 예전 우리가 학교를 다녔던 시대처럼 무분별한 체벌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도, 부모도, 주위 어른들도 잘못된 길로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 상황을 악용하는 어리석은 학생들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는 우리 아이들을, 아이들의 친구들에게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기도 한다.
우선 내 아이 친구들은 둘째치고 우리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고민한 적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 아이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들 말한다.
체벌하지 않고 생각 의자에 앉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직접 육아를 하며 문제상황에 부딪쳤을 때 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

감정이 섞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건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화가 난 표정과 격양된 감정이 잔뜩 실린 채 아이에게 고함을 쳤다.
거기에 아이가 버릇없게 행동하면 순식간에 손이 올라가 엉덩이 맴매를 하고는 하였다.

큰 아이는 특히나 나한테 많이 맞고 자랐다.
어릴 때 아이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거나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할 때 나는 참지 못하였다. 아이를 무섭게 하고 체벌을 하였다.

그때는 왜 이렇게 혼낼 일이 많았는지 아이는 정말이지 많이도 혼났고 가끔 매도 맞아가며 커나갔다.
혼을 내면서도 '이것이 최선일까', '진짜 나는 왜 이렇게 이성적이지 못할까' 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한 적도 많다. 남들은 다들 교양 있게 아이를 키워내는 것 같은데 내 모습은 마치 계모 같아 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아이가 내 앞에서 잘못한 일이 있어 혼나고 있는데 아이 입에서 '아동학대'라는 말이 나왔다. 순간 정말로 눈이 돌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이성을 잃고 아이에게 "그럼 신고하라고" 아이를 툭툭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동학대'라는 걸 배워서 체벌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님을 알기에 아이가 무심결에 그 단어를 내뱉은 것이었다.

아이의 그 한마디에 나는 그동안 내가 이 아이를 위해 했던 희생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고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가 더 커 갈수록 체벌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아이들은 자신이 맞아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고 자신을 때리는 부모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자신이 맞고 있다는 사실과 부모가 잘못 행동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 '내가 왜 혼났는지'의 문제는 머릿속에 이미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가 커가는 만큼 나도 체벌보다는 이성적으로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미 예전부터 체벌은 많이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아직 내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아이와 대화하는 것에 미숙하기에 조금 더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체벌을 못 하게 금지시켰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대응방법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체벌 대신 아이들이 움찔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어른들도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집안에서는 부모가 옳고 그른 행동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려주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의 권위를 지켜줄 수 있게 힘을 실어주어야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잘못된 아이들을 지적하는 어른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해야 어른들이 아이들의 잘못을 보아도 모른척하지 않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특히나 힘없는 어린아이를 때리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 아이가 잘 자라라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라고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체벌해 왔다. 그 의도와 뜻은 좋았더라도 어쨌든 체벌은 폭력일 뿐임도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아이를 교육한다는 이유로 많이 체벌했지만 그랬던 날들을 후회하기도 한다.

폭력은 강한 중독성이 있어 폭력을 쓰면 쓸수록 더욱 심하게 폭력을 휘두른다고 한다.
체벌 역시 처음엔 엉덩이 몇 대였던 것이 나중엔 더 큰 체벌로 바뀌듯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부모로서 아이를 올바르게 키워내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무력으로 아이를 제압하고 키우는 것이 아이 키우기에는 편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라난 아이와 부모관계는 정상적이지 않을 것이고 아이에게서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바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기에 소리 지르고 때리면서 키우는 것을 멈추고 아이와 대화하고 감정을 어루만져 주면서 키워야 할 것이고 그것이 어렵기에 부모 역할이 만만치 않은 것일 거다.
오늘도 아침부터 아이들은 내 마음과 다르게 행동을 하고 말을 하였다. 눈에 거슬리는 아이의 말투와 행동들에 속에서는 천불이 났지만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앙 물며 말을 내뱉었다.

아이를 키워내며 부모도 성장한다.
하지만 그만큼 인내심과 아량이 필요하다.

얼마 전 남편에게 아무래도 집에 석가모니상을 하나 둬야겠다고 말을 했다. 부처님이라도 눈앞에 보이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여서였다.

오늘도 많은 부모들이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고르 내시며 참을 인을 새기고 있을 거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체벌의 유혹과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들을 꾹꾹 눌러내고 이겨내자. 파이팅이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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