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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Dec 24. 2022

임신 초기의 기록 (1주-13주)

임신 초기의 변화, 특이사항 등

임신 16주 차에 써보는 초기의 기록. 벌써 아득한데 생각해 보면 얼마 전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임신인 것을 3주쯤 알았던 것 같다. 예민한 체질 덕에 빠르게 임신을 알았던지라 유독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임신 초기에 느낀 특이사항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개인의 체질마다 편차는 있으니, 이게 '정답'은 절대 아니고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혹여라도 본인이나 아내, 가까운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면 참고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유방의 변화

가장 빠르게 느끼는 변화는 가슴의 변화다. 젖꼭지가 당기고 아프다. 생리 때에도 별도 유방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3-4주부터 "성난 유방"덕에 로션을 바르거나 속옷을 입거나 할 때 불편했다. 중기에 접어든 지금은 그런 느낌을 그다지 받지 못하는데, 생경한 느낌 때문에 유독 불편하다고 느꼈다. 사람마다 유방이 엄청 커지는 사람도 있고, 또 미미하게 커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는데 나 역시도 사이즈가 엄청 커지기보다는 그냥 계속 팽팽하게 성이 나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초기에는 원래 입는 속옷들을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원래도 와이어가 없는 브라나 스포츠 브라를 하고 다니는 편) 보통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수유브라나, 더 편한 브라로 많이 교체한다고 한다.


입덧

나에게는 초기 임신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입덧. 입덧은 약 5주부터 경험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Morning Sickness라 눈을 뜨자마자 빈속에 느끼는 울렁거림은 정말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괴로울 정도로 참담했다. 눈을 뜨면 토스트나 과일로 어떻게든 허기를 면하기 바빴는데, 입덧이 유독 심했던 5주-8주 사이에는 과일과 쌀로 만든 빵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며 냉면, 소바, 냉우동도 먹었지만 이 역시 한두 번 먹으면 질렸다. 밥이나, 육류 등은 입에 댈 수 없었고 밥 짓는 냄새는 고역이었으며, 남편이 냉장고 문을 한번 열면 몇 분이나 괴로워했었다. 그나마 입덧약 (디클렉틴)을 자기 전 두 알씩 먹으며 이 증상이 조금씩 완화되었지만, 입덧약을 먹어도 온전히 속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술을 섞어 마시고 작은 통통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가, 약을 먹은 후에는 온갖 술을 섞어 마시고 모래사장 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입덧을 겪고 있는 배우자와 살고 있다면 날씨와 무관한 잦은 환기, 먹고 바로 치우는 것, 음식물쓰레기 등이 방치되지 않게 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 외에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냄새들이 다 너무 괴로웠다. 내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체취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개코가 되었다.


사과, 귤, 멜론 외에 입덧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아이들은 아래와 같다.

입덧캔디라고 알려진 페를레 디 솔레 캔디, 유사한 이탈리아 캔디들도 괜찮다
아이비를 비롯한 모든 크래커류가 도움이 된다


몸무게의 변화

임신을 하면 초기부터 몸무게가 찌는 사람도 있고, 또 입덧 때문에 역으로 빠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입덧 초기 동안에는 약 2kg 정도 빠졌었고, 12주가 끝날 무렵부터 지금까지 빠진 몸무게가 복귀되고 2.5kg가 추가로 쪘다. 초반에 임신을 했는데 많이 못 먹고 몸무게가 준다고 걱정을 하는 산모들도 많은데, 사실 태반이 만들어지고 초반에 태아가 자라는 데에는 이미 엄마 몸에 있는 영양분을 가져다 쓰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잦은 수분 섭취 및 엽산 섭취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음료 섭취 및 필요 영양분 섭취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임신 기간 전반의 이상적인 체중 증가는 약 10-12kg라고 한다. 이미 시작했을 때부터 적지 않은 몸무게였던 지라 딱 10kg만 찌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진 않을 것 같다. 특히나 둘째를 노산으로 가졌던 나의 어머니는 약 47kg에서 72kg까지 쪘었고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마지노선을 12kg로 정하고 열심히 관리를 해야지.


피로와 졸음

상상 이상의 피로와 졸음이 몰려온다. 정말 신생아처럼 졸음이 몰려와 (이럴 땐 꼭 20분 정도 짜줘야 한다) 일을 하다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갔을 때 사람들이 점령해서 쓰고 있거나, 쓰지도 않는데 본인 물건으로 자리를 맡아놓으면 정말 짜증이 난다. 처음에는 일을 하다 이렇게 체력이 지쳤을 때 쉬러 가는 시간이 죄송했지만, 생각해 보면 흡연을 하는 사람은 하루에 자리를 몇 번이나 비우고 흡연자들의 흡연 시간을 합치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더 일을 해야 한다고 하니 피차일반 아닌가, 나머지 시간에 더 열심히 일을 해야지 싶었다. 뿐만 아니라 단순 피로를 넘어 허약해진 체질 덕에 계단을 조금만 오르거나, 평소에는 괜찮았던 일상 속 행동들이 나에게 크게 무리가 되기도 했었다. 알고 보니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행위는 초기 임산부에게 위험한 행위라고 한다.


건조한 피부와 임산부 소양증

원래도 조금이라도 지저분한 환경에 있거나 환경이 바뀌면 바로 알레르기나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체질이라 이런 유형의 변화가 엄청 새롭진 않았다. 다만, 건조함을 동반하여 더욱더 매운맛이 된 피부질환들은 정말 가끔은 부애가 났다. 아버지가 '수도크림'이라는 호주의 크림을 추천해 주셔서 이런 순한 류의 크림을 바르거나, 아니면 정말 계속 보습을 해주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피부는 어쩜 이렇게 건조해지는지, 상상이상의 건조함이다.


여드름 대파티

임신을 하고 4주부터는 피부가 손쓸 수 없이 뒤집어졌다. 특히나 뺨부터 턱까지 두툼하게 곪는 여드름들은 꼭 내가 사춘기 소녀가 된 느낌을 안아주었고, 믿거나 말거나 찾아보니 "임신하고 엄마가 못생겨지고 여드름이 나면 아들"이라는 글들이 많아 아직 알 수 없는 성별을 가지고 위안을 삼았다. 사실 임신 초기 여드름은 아이 성별과 무관하게 엄마의 태반에서 비롯되는 호르몬으로 인한 변화라고 한다. 임신을 하면 원래 쓰던 화장품을 비롯하여 홈케어기기들을 쓰는 것도 다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 그냥 버텼다.


감정기복

새로운 생명체를 몸에 품고 매일 널뛰는 호르몬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기복 역시 안고 살아야 함을 말한다. 나는 서른을 넘어서는 눈물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데, 임신을 하고는 눈물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 초기 때부터 그랬는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기에는 정말 더 심하다. 혼자 집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변화에 함께 사는 배우자는 아마 아내의 변화가 낯설 것이다. 지혜롭고 현명했던 여성이 저렇게 아이처럼 우는 모습이란! 그럴 땐 그냥 옆에서 웃겨주면 된다.


수면부족 그리고 악몽

임신을 한 후 정말 단 하루도 제대로 잔 날이 없다. 목이 말라서, 몸이 불편해서, 악몽을 꿔서 하룻밤에 2-3번씩 깨는 것은 이제 다 적응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들쑥날쑥한 호르몬 덕에 정말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말도 안 되는 악몽을 꾼다.


새로운 시간의 받아들임

임신을 하고 단축근무과 동시에 입덧 덕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무료함이 길어졌을 때 나는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인생에서 어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나인데, 워낙 이것저것 하는 게 많고 부지런했던지라 넷플릭스를 오래 보고, 핸드폰의 스크린타임이 두배로 늘어난 내가 너무 한심했던 것 같다.  책이라도 읽으면 좋았겠건만, 극심한 두통과 바닥을 기는 컨디션 덕에 활자를 한 줄 이상 읽기도 어려웠다.


내 소식을 올리는 위주로 사용했던 개인 sns를 하다가, 아예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팔로우하는 계정을 만들어 쓰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정말 나랑 상관없는 지인의 지인 인스타그램, 나랑 상관없는 분야의 계정, 예쁜 사람의 계정 (...), 남의 집 강아지 고양이 계정, 인스타그램 유머 계정까지 보게 되더라.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런 계정을 '염탐 가계정'이라 부른다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입덧이 잦아들고 이 계정은 바로 지웠다.


남편의 변화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게 참 쉽지 않은데 싱글맘은 그걸 혼자 다 해야 한다니 정말 힘들겠다. 몰랐는데 응원해야겠다.”

남편이 뜬금없이 한 말. 그때 티를 많이 안 냈지만 사실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남편은 나보다 몇 배는 현실적인 동시, 타인에게 많이 관심이 없어 나를 보며 여러모로 신기해하는데 그의 머릿속 어떤 맥락에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표현과 변화가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비통한 참사였던 이태원 사건을 보면서도, “뱃속에 열 달 품고 있는 것도 이렇게 조마조마하고 소중한데, 열심히 키워놓은 자식이 저렇게 먼저 가면 부모 마음은 어떨까”라며 안타까워하는 남편을 보며, 임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고 생각을 했다.




임신은 단순히 "임신했으니 힘들지"라는 한 문장으로 치부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정확히 형용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엄마가 되기 위해 한 생명을 잉태하고 280일 동안 점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당사자는 두려움, 설렘, 걱정, 혼란, 기쁨 등 지킬 앤 하이드처럼 변하는 감정 역시 매일 겪는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워킹맘 선배들의 고충이 다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지난 지인들의 스쳐 지나갔던 모습들도 이제는 다 이해가 된다. 두 아이 시터를 구하기 위해 업무 시간에 인터뷰를 하러 자리를 비우던 선배, 아이가 안 생겨서 걱정이던 지인 (그땐 신혼을 더 즐기면 되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듯), 28살 결혼을 하고 고된 출근길에 첫 아이를 10주 미만에 유산했던 동료 (초기 유산은 대부분이 아이의 유전자 문제라 엄마는 자책을 할 필요가 없지만 동료는 출근을 하고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울었다) 등.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 그렇듯 나와 남편의 바람은 단 하나, 우리 아이가 몸도 정신도 건강한 아이로 무탈하게 제 시기에 세상에 나오는 것. 그것 하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약 160-170일 남은 나의 임신 기간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흘러가길 바라며, 나의 임신의 기록 역시 열심히 해야겠다. 잘할 수 있다!


전체 임밍아웃 했던 9주경


고마운 선물들 덕에 튼살은 안 생길 것 같다. 이 사진을 찍고 이후에 정확히 여덟 통이 더 선물로 들어왔다.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큰 복 중 하나였던 동료들의 캔디샤워. 임신 초기에 입덧 때문에 동료들 앞에서 뿌엥하고 울었던 적이 있었다
임신이란 만인의 축하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감사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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