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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메신저 Oct 26. 2024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칭찬이 고픈 아이

‘잘하는 게 뭐야?’


이런 질문을 받았던 날이 기억난다.

15년 전쯤? 내 지도교사였던 선생님이 내게 했던 질문이다.


‘글쎄요. 특별히 뭐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이 그럼 뭘 칭찬해? 자주 듣는 말’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요.’

‘그럼 그게 네가 잘하는 일이야.’


별거 아닌 거 같은 대화였는데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나는 특별할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내가 뭘 잘하는지는 생각도 안 해봤고, 잘하는 게 없다고 항상 믿어왔다.


그런 내게 ‘잘하는 게 뭐냐’는 질문이 정말 어려웠다.


다른 사람을 통해 자주 듣는 말이 내가 진짜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일도 없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다.


나 스스로에게 칭찬에 인색했고, 다그치기 바빴다. 다른 사람 칭찬은 잘도 하면서 왜 나한테는 어려웠을까?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은 잘 알겠는데 왜 내가 잘하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했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고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은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보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잘하는 것 없이 항상 부족한 상태였고 부족한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결혼하기 전 우리 엄마가 시부모님께 부족하지만 잘 봐달라고 했을까?

부족하긴 내가 왜 부족해? 속으로 화가 났던 거 같다.


그 언어는 오래도록 엄마 입에 붙어 있는 말이었고 내 소개를 할 때 겸손함으로 포장된 말이었다.

부족하지만, 잘 봐주세요.. 부족한데 잘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스승님은 내게 ‘만족’이라는 뜻을 명확히 새겨주었다. 만족이라는 한자는 발목까지 찼다는 뜻이라고.  발목까지만 차도 만족한 상태인 거라고, 그런데 우리는 머리끝까지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나 하셨다.


부족과 만족


발목까지 찬 상태를 누군가는 부족하다 여길 테고 누군가는 만족하다 여길 거다.

이 모든 게 관점의 차이라는 걸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것. 유능감이라는 말로도 쓸 수 있겠는데 나 스스로 잘하는 것에 대해 진짜 인정하고 있는지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가 유능감의 진짜 척도가 아닐까?


겸손한 척하느라 유능감을 누르고 부족한 척을 하며 살았고, 잘난 척하느라 유능감을 외면하고 부족함을 감추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았을까.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뿌연 안개를 통해 바라본 지난 시간들이었다.


있는 그대로 내 존재에 대한 환영과 칭찬을 받고 싶었다. 잘하는 게 없긴 왜 없어. 나는 정말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통해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나의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나 스스로 나를 칭찬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됐나 보다.


여전히 서툴고 잘 안 되는 날도 있지만 변화를 선택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내가 참 대견하다.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말고 내 강점을 드러내주었더라면, 그 부분을 더 많이 칭찬해 주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지만 지난 시간을 놓아버려야 한다.


“부족하지만 잘 봐주세요.”

‘아 부족해야 잘 봐주는 거구나..’

나의 무의식은 그래서 부족함을 창조하며 살았나 보다.


‘나는 부족하지 않아.‘

‘나는 충분해. 나는 만족해. 나는 풍요로워.’

더 자주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부족하지만 잘 봐주세요.’라는 말대신

‘있는 그대로 잘 봐주세요.’라고 했더라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너는 너 나는 나 건강하게 분리된 상태로 모든 관계를 마주해야겠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나요?

당신은 부족하지 않아요.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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