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운드숄더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심하게 앞으로 구부러진 어깨 탓에, 가뜩이나 어깨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수영을 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 어깨가 앞으로 굽으면 관절이 제대로 가동할 범위가 줄어들어 자꾸 마찰이 생기고, 그래서 힘줄 염증이 잦아진다고 한다. 어깨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거나, 하루에 2시간 이상 수영을 하는 일이 빈번해지면 여지없이 어깨가 뜨끔거린다. 그럼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어진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훈련하던 중 회전근개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어깨가 안 아프려면 일단 어깨를 펴야 합니다. 스포츠 지도사를 하신다면서요. 그러면 어깨가 이렇게 굽어 있어서야 쓰겠습니까? 일단 지도사를 하시려면 어깨부터 펴시지요!” 하고 역시 정형외과 전문의답게 뼈를 때리는 조언을 해 주셨다. 적십자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훈련할 때도, 선생님들께서 “어깨는 굽었는데 수영은 잘하네……”라고 중얼거리실 정도였으니, 나의 라운드숄더 정도는 가히 한눈에도 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라운드숄더가 요즘에는 눈에 띄게 펴졌다. 실력 있는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턱걸이를 시작하고, 여러 어깨에 좋다는 훈련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매한 지식으로 라운드숄더에는 팔굽혀펴기가 좋다고 주워들어서 팔굽혀펴기만 열심히 하고 있었더니만, 그 운동은 현재 내 상태에서는 오히려 앞쪽 근육이 수축해 라운드숄더가 심해지니, 등 근육을 강화하는 턱걸이가 라운드숄더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듣고 변화를 줘 봤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속했더니 등 근육이 조금 생기고, 스스로 거울을 봤을 때 한눈에도 ‘어라, 원래 쇄골이 이렇게 일직선이었나?’ 싶을 정도로 어깨의 각도가 변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직각 어깨가 되려면 갈 길이 멀지만, 여러 방법으로 노력해 보니 변화가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원래부터 직각 어깨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직각 어깨를 향해 갈 수 있는지 그 여정을 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통번역대학원을 다닐 때, 순수 국내파로서 해외파가 가장 부러웠던 시간은 바로 통역 시간이었다. 영어를 먼저 책으로 익힌 입장으로서, 영어를 먼저 귀와 입으로 익힌 입장의 해외파에게 유창성 면에서 비등해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1~2초 만에 후루룩 속사포처럼 지나간 영어 문장에서 내가 ‘바에 가서…… 뭘 했다는 거지……’ 하고 더듬거리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해외파 학생은 “27세 제이슨은 주말에 여자친구와 바에 가서 데이트를 즐긴다고 합니다,” 하고 제이슨이라는 사람이 그 문장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그의 나이와 여자친구 유무까지 매끄럽게 줄줄이 읊어주는 것이었다. 그런 해외파 학생에게 영어가 자동적으로 들리다니 정말 부럽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더니, 그 학생은 사람이 뚜렷이 말해주었는데 왜 그게 안 들렸다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당연히…… 사람이 말했는데…… 청력에 이상이 없다면 들리는 것 아닌가? 건강검진 했지? 이상 없지……? 하는 얼굴이. (그 이후에 괜히 분해진 나는 해당 지문을 듣고 또 들어 기어코 나도 제이슨을 문장에서 찾아내고야 말았다. 이제야 찾았네, 월리도 아닌 제이슨 씨.)
이렇게 해외파에게 가끔은 (아니 종종) 분한 마음이 드는 국내파의 입장으로서, 무조건 해외파에 비해서 불리한 점만 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파에 비해 국내파의 뚜렷한 장점을 한 가지 꼽자면 바로, 바닥에서 어떻게 올라오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파벳 a, b, c부터 시작해서 윤선생 영어교실과 구몬에 빨간펜에 씽크빅 학습지는 물론 대한민국 정규 영어 교과 과정의 영어 교과서들과 성문기초영문법의 1형식 2형식 3형식 등으로 영어를 깨우친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어디서 좌절하고 어려워하는지를 너무도 잘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강사 일을 하면서도, 학생들이 영어 유창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이 가장 좋은지를 알고 있다. 학기 막바지에 학생들에게 이런 훈련을 하면 영어 실력이 획기적으로 는다, 하고 섀도잉 훈련법(shadowing; 통역사들이 훈련하는 방법으로, 영어를 들으며 2~3초 간격을 두고 들은 그대로 입밖으로 내뱉는 방법을 말한다. 말 그대로 화자의 말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이다)과 영어 지문을 필사하는 법 등을 알려주면, 그간 내가 빼곡히 수기로 채운 필사 노트들에 살짝 질려 하는 듯하면서도, 저 사람도 국내파로서 저기까지 올라가 있으니, 저 사람이 제시하는 이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나도 되겠지, 하는 투지가 그 배움의 눈동자들—어쩜 “pupil”이라는 단어에는 눈동자라는 뜻과 학생이라는 뜻이 동시에 있다니 매번 감탄한다—에서 엿보이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글을 (나쁜 자세로) 읽다 생긴 훈장과 같은 라운드숄더를 가진 수영 강사로서, 원래 신체 조건이 월등하여 엘리트 체육을 하다가 가르치는 쪽으로 전향한 수영 강사에 비해서는 부족한 점투성이이겠지만, 만일 단 한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한다면, 바닥에서 어떻게 올라오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 물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저 회원과 똑같이, 나 역시도 체육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물에 뜨는 법부터, 음파 호흡하는 법부터, 데크에 올라앉아 발차기하는 법부터 배웠으니까. 부족한 나라도 목표로 삼아준다면, 물론 엘리트 체육으로 갈 사람들을 지도할 역량은 내게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올라와 있는 여기까지는 어떻게 올라오는 건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수영 강사와 라운드숄더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오히려 반대 조합이니까 더더욱, 수영과는 거리가 먼 나도 수영을 하고 있으니까, 당신도 된다, 할 수 있다, 하고 다독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