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번역가
수영장에서 25m 자유형 대시를 하는 것은 꼭 접영을 몇 회인가 반복한 후이다. 그래서 그러잖아도 숨이 가쁜 참에 대시를 하느라 하이폭식(hypoxic: 호흡을 통제해 폐활량 등을 늘리는 저산소 훈련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형 대시를 하는 방법은 6비트 자유형(스트로크 한 번당 발차기를 3번씩 차는 영법)을 하면서, 스타트한 뒤 돌핀 킥을 6번 차고 자유형 발차기를 하면서 브레이크아웃(물속에서 물 밖으로 뚫고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후 4번 스트로크 이후 첫 호흡을 하는 것이다. 관건은 스트로크를 4번 하기 전에는 숨을 쉬지 않는 것인데, 이는 스타트 후 붙은 가속도를 괜히 자세를 바꿔 저항을 만들어 줄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때 숨을 참고 가느냐 마느냐에서 속도가 떨어지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물론 최대한 호흡을 참으면 저항이 줄어 좋겠지만, 최소한 자유형 스트로크 4번까지는 숨을 참는 것이 관건이다. 접영의 경우 최소한 스트로크 2~3번까지는 숨을 참으면 좋다고 한다.
첫 25m는 수월하게 무호흡 6비트 자유형으로 완주했으나, 다음 25m부터는 호흡이 점점 늘어나더니 마지막 25m 때는 매 스트로크를 하며 호흡을 하고야 말았다. 숨을 쉬면서도 지금 숨을 너무 많이 쉬지 않나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번에 본 어느 프로 경영 경기에서(물론 장거리 경기였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선수가 스트로크당 매번 호흡을 하면서도 경기를 잘 이끌어나갔던 것을 기억하며 그래도 괜찮다고 합리화했다(물론 선수처럼 유선형이 잡히거나 킥과 풀이 강한 건 절대 아니지만서도).
무호흡 대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3위가 숨이 찬다, 2위가 다리가 저린다, 1위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일 것이다. 정말 수영을, 그 중에서도 인터벌 대시와 하이폭식과 무호흡 대시를 하고 있자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하고 있나 싶어진다. 하지만 폐활량과 근지구력이 가장 많이 느는 것 역시 이 훈련법들이다. 숨을 참고 빨리 물을 헤쳐볼수록,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발차기를 차볼수록 한층 더 강인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왜 이렇게까지 훈련하냐고 물으면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수영 덕분에 예전에는 달려가다가 숨이 가빠 중간에 멈춰서 걸어가야만 했던 둔덕을 그대로 뛰어 매끄럽게 넘어갈 때, 계단을 올라갈 때 예전에는 살짝 당겼던 허벅지가 전혀 당기지 않게 되어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갈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더 강인해지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은 언제나 벅차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수영 강습 시간에 선생님이 자유형 25 대시를 주문하면, 최선을 다해 달려본다. 너무 최선을 다하느라 몸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덜걱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리고 숨이 차고 허벅지가 저려 오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이 자유형 대시라는 산을 넘어 두면 일상의 작은 산들은 더는 산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대시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