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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찐년 김짜이 Feb 03. 2018

라다크 누브라밸리&판공초,
그 3박 4일 여행의 시작

인도여행/인도 레 여행기 프롤로그

이 글은 지난 10월에 썼습니다.




지금은 인도에서도 한참 북쪽에 와 있다. 잠무&카슈미르 주의 누브라 밸리 안, 투르툭이라는 마을이다. 먼 곳으로 시선을 던지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산들이 첩첩이 걸쳐져 마을을 에워싸고 있다. 높이는 모두 제각각이어서 멀찌감치 보이는 높은 산 중 어떤 봉우리에는 단 한 번도 녹지 않았을 법한 눈이 쌓여있기도 하다.

한편 모양새 또한 괴이하기 그지없다. 마을로 오는 길부터 아주 많은 산을 지나쳤는데 전부 바위산이었다. 워낙 높고 경사가 가파른 탓인지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헐벗은 그대로의 산들. 그런데도 돌의 색깔이니 모양이니 질감이나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어떤 산들은 둥그런 돌들이 모여 만들어진 듯하고, 어떤 산들은 물에 적신 모래가 그대로 굳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어떤 산은 무슨 돌인지 햇빛을 받으면 반들반들하게 광택이 흐른다.

투르툭은 이런 산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가운데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곳이다. 주변 산세의 험악함과는 다르게, 마을의 모든 것들은 전부 정감이 가게 생겼다. 둥그런 돌만 골라서 쌓아올린 담벼락이나 마을 구석구석을 흐르고 있는 작은 시냇물, 골목에 굴러다니는 낙엽이나 새끼 소들. 모든 동식물들이 익숙한 듯한데, 잘 보면 조금씩 달라 어색하다. 해가 지면 한국의 한겨울만큼이나 춥고 난방시설도 없지만, 우연히 구한 동료들과 잘 이겨내고 있다.

군사 지역인 탓에 여행자들에게 허락된 지 이제 갓 7년이 되는 이 마을까지 오기 위해서 나는 델리에서 레로 비행기를 타고 올라온 후, 레에서 고산병에 겨우겨우 반쯤 적응하고, 사륜구동 차로 8시간을, 한쪽은 당장이라도 쏟아져내릴 듯한 바위들이 쌓여있는 오르막과 반대편은 끝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사이에 간신히 난 길을 따라 달려와야 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도로 까르둥 라를 넘어야 했다.

물론 운전기사를 고용해 움직였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한 것은 거의 없지만서도,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끼고 달리는 차 안에 있는 것은 의외로 정신력과 체력을 아주 많이 요하는 일이었다. 엉망진창으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생애 처음 만나는 절경을 마주하며, 나는 엉뚱하게도 몇 가지 격언 같은 문장들을 떠올렸다. 거의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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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같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2화. 경적을 울리지 않으면 아무도

3화. 거대한 바위가 아니어도 충분히

4화.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멀리 간다

5화. 기회를 영원으로 만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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