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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링 Jan 08. 2024

걸어서 국경을 넘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로드트립 시작



8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드디어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에서부터 보이던 설산들이 성큼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출국 심사를 기다리는 우리를 차갑게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따스했다. 비행기에서 친해진 한국유학생들은 당황한 우리들에게 친절하게 줄 서는 곳을 안내해 줬다. 비행기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카자흐스탄 친구 알리마는 이곳의 언어를 조금씩 가르쳐줬다. 덕분에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그들의 언어로 할 수 있게 됐다.



출국 수속을 밟은 뒤에도 우리 일행은 짐을 찾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짐은 총 3곳을 통해서 나왔는데 같은 비행기를 탔음에도 캐리어는 제각각의 통로를 통해 빠져나왔다. 결국 우리는 낯선 공항에서 1시간 넘게 짐을 찾으러 이리저리 헤매야 했다.



어렵사리 짐을 찾아서 나온 알마티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다. 미세먼지가 잔뜩 낀듯한 공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낯선 땅에 왔다는 긴장감과 설렘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의 낯선 풍경과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우리를 오랜 시간 기다린 밴들 드디어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밴플 로트드립의 시작이었다.


밴 한대에 짐을 가득 싣고 한대에 다 같이 타고 이동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먹은 한국 야채김밥. 고국이 생각나는 맛이다.


알마티 공항에서 밴을 타고나니 6시가 가까워졌다. 기내식을 먹고 한참을 잠에 취해 실려왔으니 다들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침 센스 있는 현지 가이드님이 아침부터 한식당에서 싸 온 김밥을 건넸다. 낯선 땅에서 먹은 그 고소한 김밥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들은 모두 숨도 안 쉬고 배당받은 김밥 한 줄을 해치웠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풍경을 뒤로한 채 다시 한번 국경을 향해 가는 5시간 동안 잠을 청했다.



드디어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는 국경에 도착했다. 작은 사무실처럼 생긴 이곳에서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게이트를 통과한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을 때보다 더 긴장됐다. 여기서 통과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불현듯 공안들에게 잡혀가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출국 심사대에서 직원이 여권을 스캔한 뒤 아래위로 한참을 쳐다보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지 묻는다. No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괜스레 눈치가 보인다. 그러나 별말 없이 도장을 찍어준다. 신기하다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때 찍어준 도장은 비행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이곳에서 찍어준 도장은 차가 그려져 있다.



겨울 여행. 7박 9일의 여정으로 다들 캐리어가 하나 혹은 두 개. 커다란 배낭도 각자 짊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카자흐스탄에서 나와 키르기스스탄으로 입국 절차를 밟았다. 이제 드디어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아니, 긴 여정의 시작이 보인다.



우리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로 가는 대신 식사를 하러 갔다. 현지 식당에는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해 주셨다. 현지 시각으로 밤 11시에 우리는 제대로 된 첫 식사를 했다.



근사한 꼬치 요리와 양고기 볶음밥, 만두처럼 고기를 넣고 튀긴 빵. 오이소박이처럼 먹는 샐러드 등 각종 음식들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도착했다는 기쁨에 보드카도 한잔씩 곁들였다. 비슈케크의 첫날밤. 본격적인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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