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지경 Mar 11. 2024

자유형 뺑뺑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자유형 뺑뺑이 4일이면 사이드턴이 된다.

"어떤 일이든 해보기 전까지는 항상 불가능해 보이는 법이다."

남아공 최초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수영인의 시점으로 이 말을 해석하면, ”어떤 영법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안 해봤기 때문이다. 일단 해보자.‘ 쯤 되려나.


수영 강습시간에 "자유형 12바퀴!" 이런 말을 들으면, 해보기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고 힘들겠어. 아직 나는 무리야. 생각 탓인지 남들은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할 때, 나는 몇 바퀴 돌지도 못한 채 헥헥거리며 수영장 끝에 다슬기처럼 붙어서 쉬곤 했다. 눈물 대신 콧물이 흘러 더 서글펐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했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원비트 킥으로 천천히 팔과 다리의 박자를 맞춰 자유형을 연습할 때, 시작은 원비트킥이었으나 앞으로 나가다 보면 내 다리는 잔망스러운 물거품을 내며 파닥거렸다. 다리를 파닥거리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고, 몸에 힘이 들어가니 자유형  몇 바퀴만 돌아도 힘들었다. 악순환이었다. 설 연휴에 문을 여는 수영장에서, 일요일에 옆동네 수영장으로 원정 수영을 가서 원비트킥을 연습했지만 하루이틀 만에 나아지지는 않았다. 원비트킥이 몸에 밸 때까지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오픈 턴(사이드 턴)을 배울 때 초집중 모드로 강사님 설명을 듣고 시도했으나, 팔도 다리도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턴을 할 때마다 눈물 대신 콧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호흡 조절을 못해서 코로 물을 다 먹었다. 턴을 할 줄 알면 자유형 10바퀴 이상 도는 게 훨씬 수월할 텐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은 자꾸만 딴청을 피웠다. 그러니 "자유형 12바퀴!"라는 수영 선생님의 호령이 두려울 수밖에. 내 마음의 안정제 오리발을 신고 수영 강습을 들을 때조차도.  


자유형 뺑뺑이가 아니어도 자유형을 할 때마다 몸이과도하게 돌아가고 어깨를 쓰는 팔 꺾기가 되지 않는 게 느껴져서 답답했다. 문제는 아는데 해결을 못하는 답답한 기분. 그럴 때마다 절감했다. 자유형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의외로 제대로 하기 어려운 영업이란 걸.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굳이 이 어려운 걸 내가 해내야 하나.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런 내게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쳤다. 삼일절 연휴가 있던 주 수영 선생님은 월화수목 4일간 내내 자유형 뺑뺑이 주간을 선포했다. 50분간 천천히 쉬지 않고 원비트 킥을 하며 자유형을 하라는 얘기였다. 월요일엔 나도 모르게 자꾸 킥이 빨라져서 섰다가 다시 출발했다. 다시 출발해서도 쉬지 않고 50분간 자유형을 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45분을 겨우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엔, 이번주는 수영을 빠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엔 2월에 이런저런 핑계로 수영을 빠진 날이 너무 많았다.


화요일 아침 새로 산 아레나 롱헤어 수모를 쓰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자유형 뺑뺑이에 도전했다. 그래도 이틀째라 어제보다는 속도와 호흡이 안정적이었다. 수영인의 치트키 오리발과 함께여서 인 듯했다. 수요일부터는 맨발인데, 쉬지 않고 장거리 자유형을 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해 보였다.   


어, 이게 왜 잘 돼지? 수요일 맨발 투혼 자유형 뺑뺑이를 위해 사이드 턴을 하다 든 생각이다. 스타트와 턴을 할 때 앞을 쭉 밀고 나가야 덜 힘이 드니 죽기 살기(?)로 사이드 턴을 하다 보니 제법 되는 것 같았다.


목요일엔 50분 동안 쉬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출발했지만, 수경을 잘못 쓰고 출발한 바람에 25m 가서 서고 말았다. 그 후로 2번쯤 쉬었나. 자유형 10바퀴도 힘겨워하던 내가 그 정도 한 것은 꽤 큰 발전이었다. 매일매일 성실히 수영한 결과기도 했다. 자유형 스트로크와 킥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나는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 나만의 리듬을.


피하지 않고 안되면 말고 정신으로 시도했다. 쉬지 않고 자유형 50분 하기를 성공한 건 아니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을 즐겨야지. 태국으로 여행온 지금, 수영장에서 사이드턴을 하며 느린 자유형 뺑뺑이를  즐기는 중이다. 안 해본 걸 해보고 나니, 불가능한지 아닌지는 해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태국 여행을 온 지금 호텔 수영장에서 첨벙 대지 않고 조용히 자유형을 할 수 있는 여행자로 거듭났다. 혼자 사이드 턴을 하며 물속에서 흐뭇해도 한다. 


자, 오늘도 호텔 수영장에서 자유형 뺑뺑이를 해볼까?

누가 뭐라든 수경 단단히 쓰고.  


이전 20화 수영과 글쓰기의 13가지 공통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