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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Mar 05. 2024

수영도 중독이 되나요?

어깨는 아프지만 수영은 하고 싶어

"수영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세요?"

"아, 주 육... 아니 오 회 이상해요."

"어깨가 아픈데도 수영을 계속한 거예요?"

"매번 아픈 건 아니고요. 자유형이나 접영 할 때 찌릿했어요."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하세요?"

"옆 레인으로 가려고요."

"네?"

"아 그게... 승급 같은 거죠."

풉. 나와 대화를 나누다 웃음을 참는 도수치료사와 대화를 나누다 깨달았다. 나도 수친 놈이었구나. 여기서 수친놈이란 친애하는 내 수친(수영 친구)가 아니라, 수영에 미친놈을 말한다. 세상에는 요친놈, 테친놈, 골친놈 등 온갖 운동에 미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주 6회 수영을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까 봐 5회 이상이라 줄여 말하다니. 그 말을 하면서 삼일절에 수영장이 문을 닫아 수영을 못한다는 이유로, 3월 2일 새벽 자유수영을 악착같이 하고 일요일에 충무아트홀 수영장까지 자수영을 하고 온 내가 떠올라 헛웃음이 났다.


도수치료 사건의 전말을 이렇다. 2월 마지막주, 자유형 뺑뺑이 주간 4일 연속 도전 정신을 불태우니 어깨 통증이 자주 느껴졌다. 50분간 천천히 쉬지 않고 자유형 장거리 수영에 도전하는 것이 그 주의 수업 목표였다. 월요일엔 오리발을 신고도 원비트 킥으로 천천히 하는 자유형 리듬을 찾지 못해 헥헥거리다가, 화요일엔 나만의 리듬은 조금은 찾은 것 같아 기뻤다.


수요일엔 자유형 뺑뺑이를 하다 보니 사이드 턴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기뻤다. 급기야 목요일엔 나도 50분간 쉬지 않고 자유형 뺑뺑이를 성공해 보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됐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100마일 넘는 바다를 헤엄치는 나이애드(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의 주인공) 주인공)의 심정으로 비장하게 출바했으나, 10m도 못 가 수경에 물이 들어와서 25m에서 멈춰서 수경을 고쳐 썼다. 그 후로 50분이 될 때까지 2번 정도 쉬며 자유형 뺑뺑이를 했다. 4일을 불태우고 나니 자유형 뺑뺑이의 허들을 넘은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비로소 사이드턴을 할 줄 아는 수영인이 된 기분도 뿌듯했다. 하지만 평소 가끔 느끼던 어깨 통증을 자주 느낀 건 찜찜했다. 아휴, 자유형 팔꺽이를 잘 못해서겠거니 생각했다.


이번주는 접영 주간. 50분 내내 자유형 킥에 접영 스트로크를 섞어 접영을 했더니 또 어깨가 아팠다. 대체 어떤 자세를 할 때 아픈 걸까. 접영 스트로크를 무호흡으로 접영을 할 때 보다 호흡을 할 때 아픈 것 같았다. 물속에서 접영 하랴, 혼자 자가 진단하려 너무 바쁜 수영 시간이었다. 자유형뺑뺑이를 할 때 보다 더 아팠다. 덜컥 겁이 났다. 나도 어깨가 아파서 수영을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순간 수영 강습을 받다가, 어깨 근육 파열로 수영을 잠시 쉬고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수업시간에 어깨에서 뻑 소리가 난 친구였다. 걱정이 돼서 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서 수영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해요?" 아. 그 마음이 너무 이해돼서 뭐라고 대꾸를 못했다. (위 아더 수친놈!)


어깨 염증으로 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받았다는 또 다른 수친도 생각났다. 한동안 안 보여 수영을 안 나오나 했더니 어깨가 아파서 유아풀에 있다는 수친다 생각났다. (여기 언급된 모든 분들이 저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으실 수 있으나, 같은 반 친구라는 차원에서 수진으로 호칭을 통일합니다.)  


결국 나는 내 발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는 옆 동네 재활의학과 문턱을 넘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팔을 잡고 이런저런 자세를 취할 때 어떤 통증이 느껴지는지 확인한 후, 큰 화면에 내 엑스레이를 띄워놓고 이렇게 진단했다. 어깨가 문제가 아니라 목이 문제라고. 내 목이 일자목이라 나의 승모근, 사각근, 어깨올림근이 긴장상태라고 했다. 그제야 어떤 자세 때문에 아픈지 알 것 같았다.


"선생님, 제가요. 자유형 자세가 안 좋아서 자유형 할 때 고개를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더 무슨 근 무슨 근들이 안 좋아진 걸까요?"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근데, 접영도 호흡하면 팔을 앞으로 돌리며 리커버리 할 때 어깨가 아파요."

"접영도 하세요?"

"네"  

"제 생각엔 수영을 하시려면 배영 위주로 하시는 게 좋겠어요."

"네에에? 선생님 그럴 수가 없어요. 제가 자유수영을 하는 게 아니라 수영 강습을 받는 거라, 매주 배우는 영법이 다르거든요."

"아플 땐 쉬는 게 좋은데... 정 그러면 수영하기 전 후로 스트레칭을 하세요."

"아, 네."

"도수치료를 받아봅시다. 도움이 되는 운동을 알려드릴 테니 집에서도 하시고요"

"네."

 

그렇게 나는 도수치료 침대에 누워 주 6회 수영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하는 환자가 되었다. 초급반 시절엔 중급반 병이 걸려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하더니, 중급반에 오니 1번 레인에서 2번 레인 가겠다고 이렇게 무리를 한 것인가. 레인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아한 자유형이다. 지금처럼 과하게 몸이 흔들리거나 고개를 들지 않고 제대로 롤링을 하며 팔을 꺾는 자유형.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내게 도수치료사님이 말했다. "고주파 치료받으면 내일 아플 수 있어요. 아프면 수영을 쉬세요."  


네.라고 대답하며 족저근막염에 걸려 발바닥 최외충격파 치료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걷기 대신 수영을 열심히 했다. 당분간은 수영보다 요가를 열심히 해볼까 싶다. 특히 목과 어깨가 잘 스트레칭되는 동작들. 그렇다고 수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족저근막염이라고 걷기를 포기할 수 없듯 일자목이라고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치료와 스트레칭으로 걷기 좋은 발바닥을 되찾았듯, 어떻게든 수영하기 좋은 목과 어깨를 만드는 수밖에.  인생은 어차피 장거리 수영 같은 것. 균형을 잡으려면 계속 움직여야지.


오늘은 수영장은 가지 않고, 요가원에만 다녀왔다. 어깨에 힘을 빼고 요가를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불편함이 느껴진다 싶으면 아기자세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일은 태국으로 올해 첫 여행 겸 출장을 떠난다. 여행 짐을 싸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영복을 수영복과 수경과 수모를 챙긴 일이고 다음으로 한 일은 요가복을 챙긴 일이다. 그다음으로 반바지와 티 원피스 등을 챙겼다. 참고로 이번 내 여행의 테마는 웰니스(Wellness)다. 내일은 새벽 수영하고 공항으로 가야지.  여행 가방에 수영복만 세 개 넣어두고 잠드는 날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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