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by 방구석여행자

나는 아이가 지금 다섯 살인데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에 걷고, 뛰는 것이 늦었기에 말도 조금 기다리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해 주겠지, 조금 늦는 것뿐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말은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아이 성향 자체가 워낙에 고집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해서 말문을 여는 게 시간이 조금은 걸릴 듯하다. 이렇게 지금 발달지연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나는 아이에게 유독 애틋하다. 어느 엄마가 그렇듯 아이에게는 다 애틋하겠지만, 만약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발달에 정상속도를 보였다면 그래도 이렇게 애틋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발달지연 아이를 키우면서 물론 힘든 점이 많지만, 아이의 맑고 순수한 점과 아이가 작은 걸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들을 볼 때마다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던 나는 아이를 낳고 난 후 또한 아이가 이렇게 발달지연을 겪게 되면서 육아하고 있는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작년 여름에 아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그림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그림에 자신이 없긴 했지만, 나중에 함께 대화할 날이 오면, 네가 이런 때가 있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의미 있는 선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참여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새 내 그림실력은 뒷전이었다. 그 결실이 바로 그림책 <매일매일 기다려>가 되었다.

그렇게 매일 밤 자기 전 <매일매일 기다려> 그림책을 읽고 보여주며, 아이의 말문이 트이기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온라인그림책모임에서 우연히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 쓴 책이겠다는 점에서 내가 만들었던 그림책인 <매일매일 기다려>와 결이 비슷해 보였다. 이 책 제목을 소개받자마자 이 책은 꼭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먼저 읽어보기도 하고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이 그림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뿐만 아니라 자연, 일상생활 곳곳 어디에서든 표현한 그림책이었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다각도로 모래, 나뭇가지, 장난감, 과자부스러기, 꽃송이, 채소뿌리, 국수한가닥, 완두콩, 비눗방울, 아이의 주근깨, 엄마의 주름살 등등에 창의적으로 표현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얼마나 행복할까? 이 책의 작가와 두 아이들에 대해 일면식이 없지만, 작가가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이었던 <매일매일 기다려> 또한 몇몇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이렇게 아이를 생각해 주고 열정적인 엄마를 둬서 아이가 참 행복하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가 하루빨리 말문이 트이길, 함께 대화할 수 있기를 매일매일 밤마다 이 책을 읽고, 기도하며 기다린다. 나중에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하게 되어 이 책을 꺼내봤을 때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아이에게 정말 의미가 있는 선물이 될까? 이 책을 좋아하게 될까?


요즘에 아이가 아파서 그런지 매사에 다 귀찮아하고, 화내고 짜증 내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아이의 기분 상태를 맞출 수 있는 건 엄마인 나뿐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다 보니 나도 점점 지쳐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이에 대한 마음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었고, 아이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상기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안다고 한다. 특히 엄마의 기분을 잘 살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가 행복해야 엄마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이 이 말에 딱 버금가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아이와 엄마는 모든 페이지에서 웃고 있었다. 엄마와 아이의 행복감이 딱 느껴져서 따뜻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며, 엄마의 사랑으로 인해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의 자존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주는 그림책이었다. 그리고 두고두고 아이에 대한 마음을 곱씹으며 꺼내보기 좋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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